칼럼 내에서 검색 2. 문제는 낙태가 아니다

생각하다임신중단권

칼럼 내에서 검색 2. 문제는 낙태가 아니다

BOSHU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중학교 시절부터 찬반양론으로 나누어 진행되는 토론 시간에 우리는 질문할 수 없는 것에 질문하는 법을 익힌다. 결코 찬반의 문제일 수 없는 것, 더 엄밀히 물어야만 입장을 가를 수 있는 것들을 뭉뚱그려 찬성과 반대라 말하는 훈련을 받는 것이다. 

동성애에 찬성하십니까? 낙태에 찬성하십니까? 이 질문에 찬성 혹은 반대인지 밝히라 요구하는 사람들조차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른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은 내가 연인과 헤어지기를 원합니까? 낙태에 찬성한다면 당신이 낙태를 해보고 싶다는 말입니까? 평행을 달릴 것만 같은 ‘낙태 반대’론자들의 입장과 나의 입장은 같은 곳으로 수렴해 버린다.

일러스트 이민
우리는 모두 낙태할 일이 생겨나는 데 반대합니다. 낙태는 크고 작은 고민과 고통과 건강의 악화를 동반하고 삶은 소중하니까요. 그러니 낙태라는 결과의 원인인 원치 않는 임신에 반대합니다. 

원치 않는 임신은 그것의 발생 확률을 줄일 수 있었으나 행해지지 않은 피임과 그 과정에서 존중되지 않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막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은 어쨌든 일어난다지만, 그것이 최대한 일어나지 않도록 남성들에게는 “나를 믿어 한 번만 안에다(혹은 밖에다) 할게” 같은 말이 나올 수 없는 말임을 가르치고 여성에게는 그렇게 말하는 남성이 꺼내는 사랑이라는 무기가 자신의 몸을 사랑은커녕 소외시키며 을러대는 협박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해야 합니다.

낙태에 반대한다는 말이 여성으로 하여금 이미 일어난 일을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말은 아닐테니까요.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말을 오로지 자기 자신의 연애사에 대해서만 쓰지 않으면 우스워지듯이, 낙태 역시 그러합니다. 낙태가 일어나는 일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많은 경우, 낙태를 결심하는 여성들의 몸에 폭력은 이미 일어났다. 낙태라는 결정을 두고 죄책감에 휩싸이는 여성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낙태는 이미 일어난 폭력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낙태는 문제가 아니다.


필자 이민경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에서 일한다.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삶의 일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필요한 말들을 쓰고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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