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 브라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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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 브라렛

라랄라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는 많이 사고, 많이 영업하고, 많이 후회하는 필자가 직접 써본 아이템들을 대상으로 리뷰하는 시리즈입니다. 세 번째 아이템은 브라렛 입니다.

 지난 겨울,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위가 아프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뭘 먹기만 하면 그게 그대로 위장에 쌓인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 지속되었다. 체한 듯 답답한 느낌이 너무 오래가서 몸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겨울철 나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두꺼운 스타킹(따뜻하지만 복부를 압박한다)을 멀리하고 헐렁한 레깅스진을 입는 식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몸을 구속하는 것들을 제거해 나가다 보니 여체를 옥죄는 금형, 브래지어에 다다랐다.

그 ‘불편 끝판왕’은 깨기가 좀 힘들더라

나는 순응하는 직장인인지라 브라를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다양한 종류의 브래지어들을 시도해봤다. 와이어 없이 면만으로 이루어진 ‘노와이어 브라’나 브라캡이 붙어있는 민소매 형태의 속옷 등을 써봤지만, 물건이 생겨난 이유 자체가 가슴을 ‘모아주고’ ‘올려주고’ 그 상태로 ‘고정해주는’ 용도이다 보니 편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덜 옥죄이겠거니 고른 위 브라들은 일반 와이어 브라 대비 옆이나 가슴 밑에서 받쳐주는 부분이 없는 만큼 몸통의 명치께가 강하게 조이게끔 만들어져 있어 체한 듯한 느낌의 해소에 생각만큼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애초에 영구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코르셋 같은 가슴 싸개는 도대체가 여성혐오의 정수 같은 것이 아닌가. 약간 부아가 치밀었다. 속옷 쇼핑몰에 들어가 왕뽕/푸쉬업/모아줘요 라는 수사를 제하면 그제서야 ‘정말 편해요^^’ 따위의 멘트가 써진 속옷들이 극소량 남는다. 여성 신체의 어디가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특히 가슴은 더더욱 여성의 몸의 일부로서 생각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예쁜 게 더 중요하게 여겨지더라. 미관상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도대체 왜 내 가슴이 보는 사람을 위해 밥그릇을 엎은 마냥 봉긋하게 솟아 있어야 한단 말인가. 내가 예쁘게 보이고자 하는 순간이 아닐 때에도 왜 나는 알지도 못하는 불특정 다수를 위해 ‘기본 꾸밈 사항’으로 왜 하루에 8시간 이상 내 가슴을 옥죄이고 있어야 하나? 심지어 ‘예의’라고? ‘아름다움’을 보고싶은 마음을 타인의 신체에 강요하다니 주제가 도를 넘었다.

브라렛과의 조우

브라렛, 착용샷과 홑겹의 소재가 드러난 사진 / 출처: Etam 공식 사이트

그렇게 씩씩대다 작년 여름 기사를 봤던 기억이 우연히 떠올랐다. 홑겹 브라. 브라렛. 얇은 낱장으로 되어있는, 와이어가 없고 얇은 천(주로 레이스) 하나의 형태로 이루어진 브래지어. 심지어 보기에도 예뻐 해외에서 인기 폭발이라고 했던가. 충동구매자 답게 당장 검색해 여러 종류의 브라렛을 장만했다.

(‘브라렛’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지만 어처구니 없이 두꺼운 왕뽕이 달려있거나 스포츠 브라 수준의 밴딩으로 오히려 더 불편한 것도 있었으니 특이한 제품은 지양하고 ‘브라렛’하면 떠오르는 레이스 홑겹의 형태를 장만 하는 것이 안전하다.)

브라렛 사용 총평 : ‘기능’을 버리고 ‘편함’을 취하다.

와이어가 있는 브라와의 비교는 무의미하고, 와이어리스 브라와 대비해서도 확실히 얇은 만큼 조이는 힘이 덜한다. 가슴을 옥죄기 보다 감싸는 느낌이고, 사실 감싸지 조차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얇은 천 안에 가슴을 슬쩍 가둬 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안 한 것처럼 가슴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건 아니고, 최소한의 고정 정도만 가능하다. 브라렛에 가슴을 올려주거나 단단히 받쳐주는 역할은 기대할 수는 없다. 일반적인 브라를 착용할때 보다 가슴이 퍼지는 것도 당연지사. 요컨대 ‘기능’을 버리고 ‘편함’을 취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주는 제품. 나의 경우 다소 가슴이 있는 편(75C)인데 사용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선이 얇고 고정력이 약해 75기준 E부터는 사용이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노브라가 아닌 / 와이어리스 브라가 아닌 / 브라렛을 굳이 사용 할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크게 네 가지 정도다.

  1. 젖꼭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2. 가슴을 최소한으로 고정하기 때문에 착용감이 편하다.
  3. 얇아서 시원하다.
  4. 드러난다고 해도 섹시하다

이 장점을 최대한 살려줄 수 있는 브라렛을 구입하기 위해 아래의 몇 가지 포인트를 체크해보자.

  1. 가슴을 가로지르는 선이 끝까지 가는 것
  2. 가슴 부분의 면적이 너무 작지 않을 것
  3. 밴딩이 너무 조이지 않고, 통으로 입는 것 보다는 후크가 있는 것

1에서 말하는 ‘선’은 아래 사진에서 동그라미 친 부분을 말하는데, 가로 밴딩과 브라 사이를 연결하는 선이 어깨 끈까지 쭉 이어진 제품을 골라야 한다. 그 선으로 젖꼭지를 눌러 니플패치 없이 착용 해도 크게 티가 안 나게 만들 수가 있다. 선이 젖꼭지를 가리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 진 것 같지는 않지만, 중간까지만 오는 제품 보다는 확실히 선이 있는 제품으로 누를 때에 훨씬 더 젖꼭지가 덜 도드라져 보인다.

2처럼 가슴께의 면적이 너무 작으면(아래 사진의 두 번째 제품이 좀 그렇다) 가슴 고정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해 가슴이 다소 빠져 나오는 느낌이 들기에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움직일 때 신경이 쓰이게 된다.

3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통짜로 되었거나 밴딩이 굳건한 제품은 브라렛을 입는 최대 목적인 ‘편함’을 저해한다. 통짜로 되어 있는 제품의 경우 쓰고-벗는 형태로 착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더 불편하다. 또, ‘짱짱한 밴딩으로 안심’ 등의 수사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마치 다른 지탱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명치를 압박하니 지양할 것.

이 외로 생각과는 달리 가슴 밑으로 떨어지는 레이스는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는다. 굳이 구매 시 지양할 필요 까지는 없을 듯.  

다양한 종류의 브라렛. 1>2>3 순으로 편하다.

기준이 많기 때문에 조금 비싸도 꼭 시착 후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기를 권장한다. 위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브라렛을 구매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브래지어에 익숙한 상태에서 처음 브라렛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가슴을 오히려 더 의식하게 된다. 왠지 모르게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자주 본인의 가슴께를 쳐다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루, 아니 반나절만 있어 보아도 딱히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당신은 또 이렇게 생각하게 될 수 있을 거다. ‘아놔. 별 거 아니네…’ 내 브라 내가 고른다는데… 당연히 별 거 아니다!

브라렛을 검색해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가슴이 벌어지나요?’ ‘쳐지나요?’등의 질문 이었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 남자들까지-이 그러다가 가슴이 쳐진다며, 남의 신체에 조언을 가장한 저주를 서슴지 않는다. 그 협박에 불안해진 사람들은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으며 다시금 그 지식을 공고화 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이후 여성의 가슴 모양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브래지어 착용이 오히려 가슴의 처짐과 비대칭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브래지어는 착용하고 있을 때의 아름다움 만을 위한 보정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할 때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듯이, 도구적으로 사용하면 될 일이다. ‘아름다움’을 누가 정의 하냐는 것이나 아름다움과 미디어의 상관관계에 대한 긴 담론을 제하더라도, 나는 내가 아름답고 싶을 때만 아름다울 권리가 있다. 당연히 내 가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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