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다양한 생리컵 중 자신에게 꼭 맞는 생리컵을 “골든 컵” 이라고 부른다. 생리컵은 몸 안에 오랜 시간 착용하는 제품인지라 모든 길이 하나로 통하는 “국민컵”은 있을 수 없고, 오로지 나에게 꼭 맞는 “골든컵”이 있을 뿐이다. 그만큼 나와 생리컵의 ‘케미’는 쾌적한 생리컵 사용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두 대상 사이의 ‘케미’란 두 대상이 조우하는 방법에 따라 매우 크게 달라지는 법. 지금부터 그 조우의 ‘방법’인 생리컵의 사용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생리컵 사용법을 디테일 하게 분류하면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폴딩법/착용법/제거법. 여기에 더해 간략한 세척 법까지, 완전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나에게 가장 편했던 방법들을 시각자료와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폴딩
2편에서 말했듯이 생리컵은 대부분 의료용 실리콘 재질로 손바닥 반이 조금 못 되는 크기이다. 이것을 질 안에 욱여 넣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생리컵을 압축시켜야 하는데, 그것을 “폴드”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접는 법”. 이 접는 법에 따라 밀착-실링의 정도가 다를 수 있고, 생리컵 사용 중에 새거나 들뜨거나 하는 문제 등을 겪고 있다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생리컵과의 케미를 의심하기 전에 우선 폴딩부터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대중적인 방식에는 C폴드 / 펀치다운 폴드가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방식이 있고, 각자 맞는 방식이 다르니 참고하여 시도해볼 것.
간단한 스텝을 소개한다.
C폴드=U폴드=하트폴드
가장 기본적인 방법. 접는 방법이 직관적이다.
펀치다운 폴드
매우 작은 크기로 접을 수 있어 삽입이 수월하나, 펼쳐지는데 품이 더 든다.
나의 경우 C폴드와 펀치다운 폴드의 중간이 가장 편했다. 정통C폴드는 너무 크고, 펀치다운은 펴기가 좀 더 번거로웠기 때문. 아래 영상과 같은 방식으로 폴드하여 집어넣는다.
*영상에서 하트폴딩으로 표현하였는데, 일반적으로는 C폴드를 U폴드 라고도, 하트 폴드 라고도 한다. C폴드를 다소 변형한 형태이므로 하트폴드는 하트폴드인 셈.
삽입법
앞선 2편에서도 다루었지만 나는 딱딱한 컵을 구매해서 삽입하고 나면 “저절로” 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강력한 질벽의 압력 앞에 거시기를 꼬집어가며 생리컵을 ‘파내려고’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거라고 믿는다. 내가 제안하는 방식은 공기구멍 부분을 ‘눌러가며’ 저절로 생리컵이 원 형태를 찾게 돕는 것인데, 아래 영상을 보면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물론 이 방식을 사용하려면 절대적으로 공기구멍이 있는 생리컵 이어야만 하며, 공기구멍이 작거나 적은 컵의 경우는 이와 같이 기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용 컵: 유우키 이코노미 / 메 루나 클래식도 가능
제거법
제거법 역시 위 삽입법의 원리를 이용하는데, 공기구멍(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을 눌러 가면서 실링이 풀리는 느낌을 받으면 꼬리를 당겨 빼낸다. 마냥 꼬리 부위를 당겼다가는 출산 경험이 없어도 ‘밑 빠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느끼는 수가 있다. 실링을 풀기 전에 꼬리가 잡히지 않는 경우는 ‘나는 닭이고 알을 낳는 중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아랫배를 밀어내는 느낌으로 힘을 주면 생리컵이 질 입구 쪽으로 좀 더 내려온다. 이 때 위의 과정을 다시 진행해주면 쉽다.
세척법
평소 사용 시에는 물로 세척하고, 마지막 사용이 끝난 후에는 끓는 물에 삶아 소독한다.
그러나 이렇게 사용을 해도 어느 정도 본연의 색을 잃고 칙칙해지곤 하는데, 알칼리 환원 수 스프레이를 뿌리고 여성 청결 물티슈로 닦아 주면 어느 정도는 회복된다.
나는 다난성 난소 증후군이 심해 피임약을 먹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앞으로 언제 생리가 닥쳐올지 스스로 대비 할 수가 있다. 아마 이 원고를 다 쓰고 나면 이틀 내지는 하루 뒤에 생리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아무렇지 않다. 물병 들고 다니기가 좀 짜증나는 것 외에 내 일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우면 반바지, 안 더우면 슬랙스를 입을 것이고 언제나처럼 수/금에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겠지. 아마 식욕이 좀 더 땡길 지도 모르지만 그 핑계로 먹고 운동하면 되고. 물론 생리통이 심하지 않은 축복 받은 체질 덕분이기도 하지만, 생리컵을 사용하고 적응한 이래로 나는 ‘그날’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자기’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자신이 어떤지 어떻게 비추어질지 생각하는 것이 자의식이라는데, 이런 식으로 단어를 활용 할 때 나의 ‘생리 의식’ 정도는 생리컵 사용 전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언제나 맞대고 있어야 했던 생리대나, 품는 것처럼 느껴지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신경 쓰였던 탐폰과 달리 생리컵은 정말 생리 그 자체를 잊게 해준다. 이 정서적 만족감이야 말로 사실 생리컵의 모든 불편을 상쇄하는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Y존의 짓무름과 냄새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실체적 장점 보다, 이 정서적 힘이 내가 계속해서 생리컵을 사용하게 하는 동력인 듯 하다. 물론 처음에는 분명 한 번은 보지를 꼬집고 눈물이 찔끔 날 지도 모르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 감정을 느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