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생활경제 5. 어디 싼 집 없나? (4)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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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활경제 5. 어디 싼 집 없나? (4)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신한슬

서바이벌 생활경제 시리즈를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내내 LH와 SH공사의 주거복지 정책 시리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주거 안정이 경제 안정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무 기초적인 상식만 나열한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프롤로그의 경고문을 다시 읽어보자. 다시 한 번 변명하지만 이 시리즈는 왕초보편이다. 이 글을 읽고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을 만들어 넣기 시작했다든가, 청약 통장은 있는데 한 번도 안 해 본 행복주택 청약을 시도했다든가, 그것도 아니지만 혹시 나의 입주 조건에 맞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 없나 하고 LH나 SH 사이트를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나름대로 존재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본다.

관심을 갖고 찾다 보면, 척 봐서는 어떤 집인지 잘 판단이 안 서는 의문스러운 카테고리가 남는다. 협동조합형 임대주택과 사회주택이다. 일단 이름이 낯설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주 선정 절차에 자기소개서나 면접이 들어있기도 하다. 하지만 뜯어보면 둘 다 여성 1인가구가 입주할 만한 공공임대주택 유형 중 하나고, SH가 적극적으로 물량을 늘리고 있는 유형이기도 하다.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먼저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을 보자. SH 공사가 기존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입주자를 모집한다. 주거 복지가 필요한 특별한 직업군 또는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자 하는 취지다. 현재 입주가 끝난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 창업가를 위한 임대주택 ‘도전숙’ : 성동구, 성북구
- 청년 임대주택 : 양천구, 서대문구
- 예술인, 연극인 임대주택 : 성북구
- 모자 안심 임대주택 : 동작구
- 만화가 임대주택 : 도봉구
- 산업단지 근로자를 위한 임대주택 : 금천구
- 홀몸 어르신 임대주택 : 은평구, 금천구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들이 말 그대로 서로 돕는 협동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각 조합원은 조합비를 내야 하고, 총회에서 1인 1표의 의결권을 갖는 것이 모든 협동조합의 기본이다. 주거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의 경우 집주인은 SH고, 입주자들이 조합원이다. 조합비는 보증금에 포함되어 있다.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 다른 임대주택과 정확히 어떻게 다를까? 입주공고만 보고 알 수 있는 차이점은 커뮤니티실(공용 공간)이 존재한다는 정도다. 주택협동조합에서 조합원으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서울 시내 협동조합형 청년임대주택에 4년째 거주 중인 30대 초반 K씨에게 물어봤다.

실제로 살아보니

K씨가 사는 청년임대주택에는 1인 가구 32가구가 살고 있다. K씨는 현재 약 13평 원룸에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4만원을 기준으로 전세 전환을 해서 살고 있다. 처음 입주할 때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50% 이하일 시 1순위, 그 이상은 2순위였다. 여기에 자기소개서가 필요하고, 서류 조건을 통과하면 면접까지 봤다. 면접은 당시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맡았다. 주로 협동조합의 개념에 대한 이해나 적극성을 물었다고 기억한다. 면접을 통과한 다음에는 입주자들끼리 모여서 워크샵도 2회 참여했다. 그러니까 입주 전부터 옆집이나 윗집에 살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은 대충 익혔던 셈이다.

사실은 이것이 협동조합형 임대주택과 일반 임대주택의 가장 큰 다른 점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바로 옆집에도 누가 사는지 잘 모른다.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에 입주하면 동시에 한 건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단체 카톡방에도 입주하게 된다.

이 단체 카톡방의 존재는 흥미롭다. 조금 귀찮기도 하지만 편리하기도 하다. 층간소음이 발생했을 때, 어떤 아파트에서는 전쟁에 가까운 갈등이 벌어진다는 얘기가 많다. 인터넷에는 스피커를 천정에 달라는 둥 천정을 치라는 둥 소모적인 복수 전략을 짠다. K씨가 사는 건물에서는 카톡방을 통해 소통한다. 당연히 좋은 감정이 오갈 상황은 아니고, 한 번 이야기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 반복적으로 층간소음을 지적해야 할 때는 분위기가 묘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직접적으로 소통할 창구가 있는 것은 없는 것보다 백 번 낫다.

수해를 입은 날

단순한 소통 창구를 넘어선 미담 사례도 있다. 지난 여름, K씨 집 세탁소 수도관이 터졌다. 터져 나온 물이 다용도실을 넘어 K씨의 원룸을 전부 적시고도 모자라 현관으로 새어 나와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쏟아졌다. 졸지에 건물에 폭포(?)가 생겼다. 더 큰 문제는 K씨는 그날 밤늦도록 회사에서 야근을 하느라 자기 집이 <쉐이프 오브 워터> 촬영 장소처럼 된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K씨에게 처음 상황을 알려준 건 단체 카톡방이었다. 퇴근하고 집으로 온 다른 입주자들이 경악하며 사진과 영상으로 상황을 공유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어느 집이냐, 000호 같은데! 이 때까지도 상황을 몰랐던 K씨는 옆집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고서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당장 귀가할 수가 없는 상황. K씨가 밤 늦게까지 귀가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된 이웃들은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물바다가 된 원룸에 들어가 수도관을 잠그고 바닥 청소까지 도와주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K씨가 일을 급히 마무리하고 허둥지둥 돌아왔을 때는 거의 청소가 끝나 있었다. K씨는 지금도 이 때 생각을 하면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자신도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단톡방이 존재하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서 이웃들과 이런 도움을 흔쾌히 주고받을 수 있다.

물론 한편으로는 층간소음 사례처럼, 오히려 이웃들과 얼굴과 이름을 익히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에 잘 고쳐지지 않는 일에 대해 여러 번 얼굴 붉히는 이야기를 하기 부담스럽다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그런 사람들에게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 심적으로 버거울 수도 있다.

K씨네 청년 임대주택에서는 한 달에 1번 반상회를 하고, 거기서 돌아가면서 입주자 대표를 뽑는다. 반상회에서는 주로 공통의 이슈를 다룬다. 처음에는 하자 문제를 다루기도 했고, 공용장소 청소 관련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최초 입주 후 공실이 생겨서 새로운 입주자를 선정할 때 면접위원회를 꾸려서 면접에 관여하기도 했다. 어쨌든 같이 살 사람들의 의견도 반영되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상회에 일정 횟수 이상 참여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계약을 할 수 없다.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입주자를 갑자기 쫓아내지는 않는다. 일차적으로는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소명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공동체 전체를 위한 대체활동을 한다. 흡연자들의 담배꽁초나 낙엽이 쌓이기 때문에 당번을 정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옥상을 청소한다든지, 금방 더러워지는 공용 쓰레기장을 청소한다든지, 커뮤니티실을 청소한다든지.

가장 안전한 곳

협동조합형 청년 임대주택은 1인 가구 전용이다. 그래서 입주자가 결혼을 하거나, 다른 집을 구하거나, 사정이 생겨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공실이 발생한다. K씨가 처음 입주한 이후 4년 간 심심치 않게 공실이 생겼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의욕적으로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다. 초반에 K씨가 그랬던 것처럼. 요즘도 마음과 시간이 맞는 몇 가구가 모여서 같이 옥상에서 바비큐를 하기도 한다. K씨는 일이 바빠지면서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못한다. 조합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공동체 속 ‘솔로 플레이’를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K씨의 생각이다.

K씨가 생각하는 협동조합형 청년 임대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이다. 공동 현관문 안에 들어오면 K씨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일반적인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에 살 때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엘리베이터가 가장 두려운 공간 중 하나였다. 내 집 현관문을 닫을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지금은 건물 전체가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다. 야근 후 밤에 골목길을 걸어 귀가할 때도 충분히 우리 집 건물과 가까워지면 조금씩 안심이 된다. 여차하면 여기서 소리를 질렀을 때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런 안심이 지나친 나머지, K씨의 경우에는 한동안 현관문 잠금 장치가 고장 났는데도 출근하면서 대충 닫고 가서 앞 집에서 문이 열렸다고 카톡으로 알려주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나 결과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없었을 정도로 안전한 집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K씨가 생각하는 협동조합형 청년 임대주택의 가장 큰 단점은 교통이다.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에서 다소 멀리 있다는 점이 가장 불만이다. SH공사도 이런 단점을 알고 있는지, 올해 들어 공고한 두 번의 임대주택 매입 공고에서 역세권 지역을 강조했다. 즉, 역세권 건물 소유자들에게 SH에게 그 건물을 팔아서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공고를 내보낸 것이다. 교통이 괜찮은 지역에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 생긴다면 놓치지 말고 입주 신청을 해 보자.

SH가 직접 운영하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은 아니지만, SH가 땅을 빌려준 곳에 일반 건축회사가 협동조합형 주택이나 사회주택(협동조합이 아니지만 입주자들끼리 주거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것을 지향하며 지원하는 주택)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민관협력형 사회주택’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SH가 직접 운영하는 매입 임대주택보다는 임대료가 훨씬 비싸다. 교통이나 직장과의 입지가 괜찮고, 주변 시세와 철저한 비교 후에 경제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시도해 볼 만하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은평구 자몽 셰어하우스(여성 전용, 화장실, 샤워실, 주방을 공유하는 도미토리형 셰어하우스), 서울시 관악구 녹색친구들 행운주택, 서울시 마포구 녹색친구들 성산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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