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생활경제 8. 어떻게 저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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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활경제 8. 어떻게 저축해야 할까?

신한슬

‘재테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외국어 같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어색하고 입에도 글에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 <대중문화사전>(김기란, 최기호 저)에 따르면 재테크는 ‘재무 테크놀로지’의 약자로, 원래는 기업 경영에서 사용되던 말이 IMF 이후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가계에서도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IT가 정보기술의 약자이듯 재테크는 돈 버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20년 전에는 신조어였던 단어가 이제는 거의 일반명사화 되었다. 누구나 돈 버는 기술에 관심을 갖는 시대를 지나,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라는 위기감이 이 단어에 20년째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 고급 재무 관리 기술을 연마하겠다는 야심은 별로 없다. 다만 언젠가 ‘부도’나는 사태만을 막기 위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술을 익히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노후에 폐지를 줍고 싶지 않으니까. 그 때 가서 폐지 값이 어찌 될 지도 모르는 일이고.

모든 재테크의 기본은 저축이다. 어떤 투자를 하든지 간에, 투자금을 마련하려면 꾸준히 저축을 하는 수밖에 없다. 내 노후에 투자를 하든, 집 한 칸을 사기 위해 부동산 투자를 하든, 일단은 저축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름표를 붙여 네 저축에

가장 중요한 건 저축의 목적이다. 사실 나는 재테크의 가나다도 모르는 경알못 답게, 대학을 졸업한 후 줄곧 목적 없는 저축을 했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20만원, 30만원씩 적금과 채권혼합형 펀드를 만들었다. 소득의 50% 이상을 저축했는데, 이에 비해 현재 잔액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왜냐면 적금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조금씩 빼서 여행을 가거나 동생의 기숙사비를 대주며 부모님께 큰소리를 쳐야 했기 때문이다(이놈의 허세! 하지만 독립생활자로서 가끔은 부모에게 내가 야무지게 인생을 꾸려 나가고 있다는 걸 보여줄 허세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뚜렷한 목적이 없는 저축이었기 때문에 돈이 모였다는 이유로 소비가 발생했다. 저축이 소비를 만들었다. 정말 내수 활성화형 인간이다.

5년 이내 사용할 목적의 저축이라면 은행 적금, 예금처럼 안정적으로 금리를 받는 저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단기간 내에 필요한 자금인 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일이 없는 안전한 금융 상품이 잘 맞는다. 노후자금 마련 등 수십년이 걸리는 장기적인 저축을 할 거라면 투자형 저축도 나쁘지 않다. 위험도 낮고 수익률도 낮은 채권형 펀드들은 장기 투자를 할수록 수익률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조금씩 수익률이 오르내리지만, 장기적으로는 누적 수익률이 좋아지는 상품들이다.

펀드에 관심이 많다면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공시사이트인 펀드다모아펀드수퍼마켓 같은 사이트에 가면 각 상품의 위험도와 수익률을 볼 수 있다. 반드시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위험도의 펀드를 찾는 것이 좋다. 펀드수퍼마켓은 투자 성향, 펀드 규모, 수익 유형에 따라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초보자가 공부하기에 편리하다. 이미 투자 중인 펀드가 있다면 이런 사이트에서 수시로 검색해보며 수익률을 체크해 보는 것도 좋다.

확실한 저축의 목표를 찍어

그렇다면 어떤 목표를 정해볼까? 정답은 없다. 유럽 여행, 내년 여름 휴가, 독립을 위한 보증금, 더 나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 위한 자금, 퇴사 등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자금. 저축 통장이 여러 개여도 상관없다.

나의 장기 저축 목표는, 한 가지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다. 그건 바로 많은 비혼 여성이 한 번쯤은 되뇌었을 말, ‘이 돈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라는 가설이다. 주로 순간의 탕진을 정당화하는 데에 사용되는 가설이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저축해서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할까? 어디에 있는 어떤 집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대출을 해도 불가능할까? 나는 얼마 정도 대출할 수 있는 사람이지? 정작 구체적으로 어떤 집을 사고 싶은지, 어떤 집이 얼마 정도 하는지 알아 보지도 않고 ‘나는 절대로 집을 못 살 테니까’라고 결론을 내려버린 건 아닐까?

어쨌든 간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최소한 현금 1억원은 가지고 있어야 ‘각’이 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35살이 끝날 때까지 현금 자산 1억원을 모으는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현재 가진 저축액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면, 한 달에 110만원을 저축하면 된다. 장기 목표니까 금리를 받는 적금과 투자형 저축을 섞어보자. 현재 청약통장에 20만원을 넣고 있고(청약통장은 청약이 당첨될 때만 해약할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주택 마련 자금에 포함된다고 치자), 30만원짜리 적금을 넣고 있다. 30만원은 여러 개의 적립형 펀드에 넣고 있다. 나머지 30만원을 넣을 다른 저축 상품을 찾아보자.

적금 찾아 삼만리... 는 아니고 1클릭

대부분의 적금은 복리가 아니라 단리로 계산된다. 따라서 6개월이나 1년짜리 적금을 들어 만기가 될 때마다 다시 넣어서 복리 효과를 보는 게 훨씬 이득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경알못 답게 단리 이율 1%를 더 받자고 3년짜리 적금을 2번이나 들었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시중 은행의 금융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적금’을 누르자 월 저축금액과 예정기간이 나온다. 금액과 기간을 설정한 뒤 검색하면, 각 은행의 적금 금리가 높은 순으로 정리된다. 맨 위에는 항상 군인을 위한 적금이 있다. 나는 해당 사항이 없다.

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을 때 현재 기본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주식회사 케이뱅크은행의 '코드K 자유적금'이다. 케이뱅크은행은 2017년 설립된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아직 은행이 생긴 지 얼마 안 돼 다소 불안하거나, 평소 우리은행을 이용하고 있다면 바로 아래 있는 우리은행 ‘스무살 우리 적금’이 낫다. 인터넷으로 가입하고, 매월 우리카드를 10만원 이상 사용하고, 자동이체로 매월 20만원 이하 지정금액을 납입하면 최대 우대금리 1.1%가 추가된다고 한다.

카드실적이 필요 없는 적금 중 가장 기본금리가 높은 적금은 우리은행 ‘우리 스마트폰 적금’이다. 기본 금리는 2.2%고 ‘우리꿈통장’을 하나 만들어서 기본계좌로 하고 거기서 돈이 빠져나가도록 연결해서 가입하면 우대금리 0.2%가 추가된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월 50만원까지, 1년 간 가입할 수 있다. 어쩌다 보니 우리은행 광고처럼 보이는데, 그냥 금융감독원 사이트에 나온 적금 목록 중에 맨 위에 있는 것과, 카드실적 없이 가산금리를 받기 편한 것을 꼽았더니 우연히 둘 다 우리은행이다. 의심 가면 하나하나 눌러서 자세히 뜯어보길 권한다.

저축 통장은 무조건 월급일이나 바로 다음날에 자동이체로 설정해 놓기를 권한다. 나 같은 대책 없는 탕진러는 그래야 한다. 고정 지출과 변동 지출 예산을 잡고 나머지는 미리 알아서 뜯어가게 해 놔야지, 다 쓰고 남는 걸 저축하려고 하면 절대로 안 남는다.

고백하자면, 30년 가까이 살면서 인생에 한 번도 5년이 넘는 장기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운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이 처음이다. 35살에 1억 갖기. 이걸 발판으로 집 사기. 너무 큰 목표를 세웠나? 다가올 2019년 새해 목표도 지킬 자신이 없는데, 6년 뒤까지 잘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아마 중간에 신변 상의 문제가 생기거나 어디가 아프거나 직업을 잃게 되는 비상사태가 생기면 이 목표는 조금 더 멀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시작은 해 본다. 그 때 가서 생각해 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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