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생활경제 13. ELS

알다경제

서바이벌 생활경제 13. ELS

신한슬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서바이벌 생활경제>는 철저하게 경제를 알지도 못하는 ‘경알못’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아무래도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기 마련이라, 내 주변에도 나 같은 경알못이 가득하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번 편도 <서바이벌 생활경제>를 잘 보고 있다는 친구가 던진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 친구는 오랜만에 은행 업무를 보러 갔다가, 창구 직원으로부터 ELS를 권유 받았다. 은행보다 이율이 높은 금융상품이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고, 나머지는 희미하다. 뭔가 복잡해 보여서 일단 거절했는데, 대체 ELS는 무엇인지, 해도 좋은 것인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래서 한 번 알아봤다. ELS에 가입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기본 지식들이다. 최소한 무엇인지도 모르는 금융상품에 은행 창구 직원 말만 믿고 가입할 수는 없으니까.

기초 정보

ELS는 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ies)이라는 파생상품이다. 주식의 가격에 연동되어 수익이 결정된다. 일종의 간접 금융상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특정 상품의 모집 기간에만 가입할 수 있고, 모집 기간이 끝나면 가입할 수 없다.

내가 넷플릭스 주식을 직접 산다고 해 보자. 넷플릭스 주식 가격이 30% 오르면 그건 그대로 나의 수익이고, 주식 가격이 40% 떨어지면 그건 그대로 나의 손실이다.

ELS는 쉽게 말해 넷플릭스의 주가를 두고 내기를 한다. “정확한 주가는 몰라도, 절대 3년 이내에 50%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거 같다”는 예측에 돈을 걸어보자. 즉, 3년 간 넷플릭스 주가가 50%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6% 수익을 보장해주는 ELS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럼 나는 3년 후 넷플릭스 주가가 40% 떨어져도 6% X 3년 = 18% 수익을 낸다. 단, 넷플릭스 주가가 30% 상승해도 똑같이 18% 수익을 낸다.

이런 구조라서 ELS가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서는 중위험, 중수익이라고들 한다. 물론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이기기 쉬운 내기가 있고, 여간해서 이기기 어려운 내기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상품마다 위험도가 다르고, 자연히 이율도 다르다.

ELS의 기초가 되는 자산을 ‘기초자산’이라고 한다. 위에서 든 예시 속의 ‘넷플릭스의 주가’가 기초자산이다. 이렇게 특정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종목형’이라고 하고, 코스피, 다우지수, 홍콩 HSCEI 지수 등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지수형’이라고 한다. 기초자산이 2개, 3개인 ELS도 있다. 기초자산이 많아질수록 만족해야 하는 조건이 많아지기 때문에, ELS의 수익률과 위험성은 동시에 증가한다.

ELS의 종류

ELS는 상환 조건이 엄청나게 다양하다. 그 중 내가 이해한 것만 소개해본다. 더 다양한 ELS 상품 종류가 궁금하다면 인터넷에 열심히 검색을 해 보자.

낙아웃(Knock-out)형 : 3년 간 넷플릭스 주가가 20% 이상 상승하는 데 건다! 기초자산의 가치가 특정 기간 동안 특정 기준에 한 번이라도 도달하면 수익을 지급한다.

스텝다운(Step-down)형 : 일정 시기(대부분 6개월)마다 주가를 평가해서, (특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지급하고, 조기상환한다. 이 기준이 점점 계단을 내려가듯이 하락하기 때문에 ‘스텝다운형’이라고 부른다. 전체 ELS 상품 중 80% 정도가 스텝다운형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만기 3년, 상환평가주기 6개월, 상환 배리어 90-90-90-80-70-60 이라고 해보자. 최초 기준가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그 주가의 90% 이상이 유지된다면 (즉 1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과 수익을 지급한다.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기준이 점점 내려가기 때문에 3년 후에 40% 이상 주가가 하락하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 

4차 중간평가에서 조건을 만족한 경우, 상환 성공.

그런데 만기 시점까지 한 번도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기초자산 가격 하락만큼 손실을 본다. 예를 들어 주가가 만기 시점에 45% 하락한다면 원금에서 45%의 손해를 보는 것이다. 평가시점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엄청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평가까지 상환조건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중간에 주가가 올라갔어도 평가시점에서 떨어졌다면 소용이 없다.

낙인(Knock-in)형 : 스텝다운형 ELS에는 낙인(Knock-in)이라는 별도의 기준이 붙을 수 있다. 낙인 조건이 없는 상품은 ‘스텝다운형 노낙인 ELS’라고 부른다. 낙인은 6개월마다 설정된 상환조건에 추가로 하방 저지선 조건을 붙인 것이다.

예를 들어 만기 3년, 상환평가주기 6개월, 상환 배리어 90-90-90-80-70-60 에 낙인 50%를 설정한 상품이 있다. 표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선이 낙인 조건이다. 3년 간 한 번도 상환조건을 채우지 못했다 해도, 3년 간 주가가 50%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았다면 원금과 수익을 돌려준다.

조기상환 조건 X 낙인 조건 O → 성공!

빨간 선인 낙인 배리어 아래로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한 편 3년 동안 50% 이하로 주가가 떨어 진 적이 있다고 할지라도, 만기 이전에 상환조건을 충족했다면 자동 조기상환과 함께 원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조기상환 조건 O 낙인 조건 X → 성공!
조기상환 조건 O 낙인 조건 O → 당연히 성공!

빨간 선인 낙인 조건 아래로 한 번 떨어졌지만, 5차 중간평가에서 상환조건을 만족했다.

그런데 낙인에도 진입했고, 만기까지 한 번도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노낙인 상품과 마찬가지로 기초자산 가치 하락만큼 손실이 난다.

조기상환 조건 X 낙인 조건 X → 실패!

빨간 선인 낙인 조건 아래로 한 번 떨어졌고, 만기까지 상환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조기상환 조건 외에도 한 번 더 기회가 있는 낙인 상품이 무조건 유리할까? 그렇지는 않다. 보통 낙인이 있는 상품은 노낙인 상품보다 조기상환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초자산이 낙인 조건 이하로 한 번도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다면 낙인 상품이 더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조건도 잘 따져봐야 한다.

리자드(Lizard)형 :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는 것처럼, 하락장에서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원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ELS 상품이다. 낙인 옵션처럼 스텝다운형 ELS에 한 가지 조건이 더 붙어있다. 일정 기간 내에 특정 조건 이하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약속된 수익률의 절반 정도를 지급하는 것이다.

3년(6개월) 90-90-80-70-60-50에 연 6% 수익 상품에 리자드 배리어(1년, 3%)가 붙는다고 해보자. 빨간 선이 리자드 조건이다. 2차 평가일까지 조기상환 조건을 달성한다면 리자드 조건과 상관없이 3년 18% 수익을 받는다.

조기상환 O → 성공!

2차 평가일까지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이 기간 동안 리자드 조건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면, 즉 기초자산의 주가가 한 번도 30%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면 약속된 수익률의 절반인 3%를 받고 ELS는 종료된다. 3년 간 9% 수익을 받는 것이다.

조기상환 X 리자드 O → 절반 성공!

2차 중간평가까지 상환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지만, 빨간 선인 리자드 조건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2차 평가일까지 리자드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고, 만기까지 조기상환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면 손실을 보게 된다.

조기상환 X 리자드 X → 실패!

2차 중간평가까지 리자드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고, 만기까지 상환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다른 ELS에 비해 손실이 날 가능성이 조금 더 적다는 장점이 있다.

ELD(주가지수연계예금), ELB(파생결합사채) : ELD는 기본 수익구조는 ELS와 비슷하지만, 증권이 아니라 예금이다. 그래서 원금이 보장된다. 5천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장된다. ELB는 증권회사가 부도가 나는 정도의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아주 안전한 상품이다. 당연히 수익률이 훨씬 낮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발행된 원금보장형 ELS의 실제 수익률은 연환산으로 3.5% 정도 된다고 한다. 예금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수익률이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이율이 10%가 넘는 ELD, ELB 상품을 소개한다면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게 최고수익률이지 보장수익률은 아닐 수 있다. 이율이 높을수록 수익 달성 조건이 어렵도록 상품 구조를 짜 놔서 실제로는 은행 예금, 적금 금리만도 못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은행 창구에서 추천하는 대부분의 ELS 상품 설명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이것도 모르면서 100만원, 200만원짜리 금융 상품을 사지는 말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ELS가 무엇의 약자인지도 모르면서 혹했다면, 그 이유는 적금 이율이 너무 낮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쥐꼬리만한 저축에 쥐꼬리만한 적금이 너무 가당찮아서, 조금이라도 더 수익률이 좋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원금은 소중하다. 가난할 수가 손해를 볼 여유가 없다. 수익률에만 눈이 멀어 잘 모르는 ELS에 덜컥 가입하기 전에 최소한 이 두 가지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주식시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ELS의 기초자산은 지수 또는 특정 종목의 주식이다. 코스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사기 전에, 나는 코스피의 오늘, 지난 주, 지난 달, 작년 흐름을 얼마나 알고 있나? 하물며 홍콩 HSCEI 지수는? 내가 자신 있게 이후 6개월 간 몇 %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100만원을 걸 수 있는 주식 종목이 있나? 없다면 ELS는 하지 말자. 있다면 그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을 찾아서 조기상환조건과 리자드 옵션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하자.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경알못이다? 코스피가 몇이면 높고 몇이면 낮은 건지조차 전혀 감이 안 잡힌다? 반갑다. 책을 읽어보니 재테크 고수들은 아침마다 주요 장 주가지수를 체크해서 메모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주식에 대한 기초적인 감이 생긴다고들 한다. 그 기초적인 감도 없으면서 파생상품부터 기웃거리지는 말자. 적금도 훌륭한 금융상품이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금융상품도 괜찮은가?

ELS는 중도 해지를 할 경우 해지 비용이 엄청나게 크다. 만기 때 상환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손해도 크다. 그렇다고 내가 주가를 올리기 위해 노력할 수도 없다. 주식처럼 원할 때 치고 빠질 수도 없다. 펀드처럼 장기간 버티면서 오르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처음 약정한 기간이 끝나면 그대로 끝이다. 어디까지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하지만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부분에 ‘배팅’하는 투자 상품이다. 그러니까 야구가 시작하기도 전에 2회, 4회, 6회, 8회, 그리고 9회 말 3아웃이 되는 시점의 승패를 예측하는 느낌이다. 한 번 야구가 시작되면 그 다음부턴 마음을 졸이며 구경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한 만기까지 최소 3년 간 자금이 묶여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자신 없으면 적금을 더 넣자. 이율보다 중요한 건 원금이다. 3%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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