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생활경제 3. 어디 싼 집 없나? (2) 역세권 2030청년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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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활경제 3. 어디 싼 집 없나? (2) 역세권 2030청년주택

신한슬

일러스트레이션: 솜솜

부동산 미스터리. 집을 구하려고 인터넷이나 부동산 공고에선 거의 모든 매물이 ‘역세권’을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는 거품이 많이 껴 있다. 역세권 도보 1분, 3분, 5분을 주장하는데 직접 가 보면 이걸 어떻게 도보 1분, 3분, 5분 내에 갔다는 건지, 다들 순간이동이라도 하는 건가 싶다.

한창 자취방을 구할 때 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는 집에 가봤더니 엄청난 오르막길 끝에 있어서 굴러 내려가면 5분이지만 걸어 올라가면 15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역에서 정말 가깝다고 인지할 만한 집은 역에서 30초, 1분이라는 식으로 과대포장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역세권은 마법의 단어다. 역세권이 붙으면 월세가 5~10만원 더 올라가는 지역이 많다. 아이러니한 건 역세권이 차 없는 가난뱅이들에게 더욱 절실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여자라면 더 그렇다. 역세권이 아니고 교통편이 불편한 집은 대부분 큰길에서 멀다. 늦은 밤까지 야근하고 집에 돌아갈 때 집까지 걷는 거리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특히 어두운 골목길이나 외진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좀 더 월세가 비싸거나, 가격에 비해 좁고 열악한 주거환경이라도 역세권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다.

기본 개념

서울시에서 이런 문제를 주목해서 만든 청년주택사업이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역에서 250m 안에 있는 ‘진짜’ 역세권에 지은 행복주택이라고 보면 된다. 공공임대와 민간임대가 섞여 있다. 행복주택과 달리 전 세대를 2030 청년들에게 공급한다. 용산구 삼각지역, 강서구 우장산역, 서대문구 충정로역, 마포구 합정역에 생길 예정이다.

입주자 모집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서울시 임대주택과에 전화해서 언제부터 모집하는지 물어봤다. 정해진 공정률에 도달하는 순서대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공고가 뜬단다. 내년 초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할 거라며. SH공사가 제공하는 청약공고 알리미 서비스에 등록하면 공공임대주택 관련 청약공고가 뜰 때마다 실시간으로 문자를 받을 수 있다. 단,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점이 약간 귀찮다. 그래도 신청기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미리 등록해두자.

입주 자격은 19세 이상 39세 이하 무주택자인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으로 나뉜다. 대학생은 현재 재학 중이거나 졸업, 중퇴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이다. 신혼부부는 혼인 기간이 7년 이내인 사람이고, 예비 신혼부부가 포함된다. 청년은 취업 기간 5년 이내, 또는 퇴직한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대중교통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질 좋은 주거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서울시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에는 주차공간이 없을 예정이고, 대신 ‘쏘카’와 비슷한 개념인 ‘나눔카’ 관련 시설을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선정 기준

이 중에서 소득이 중위소득(2018년 기준 1인가구 월 167만원) 60% 이하인 사람이 특별공급 1순위로 들어가고,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2017년 기준 3인 이하 월 488만원) 70% 이하인 사람이 2순위로 들어간다.

소득 순위를 우선으로 뽑은 다음,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지역 순위로 뽑는다. 역세권 청년주택이 위치하는 서울특별시의 해당 자치구에 집이나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 1순위, 자치구는 달라도 서울특별시에 집이나 직장이 있는 사람이 2순위, 그 외 지역이 3순위다. 지역 순위까지 뽑은 다음에는 나머지 지원자들끼리 일반추첨을 한다.

임대료

아직 공고가 뜨지 않았기 때문에 역세권 청년주택의 정확한 임대료는 알 수 없다. 다만 서울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공공임대에 해당하는 주택은 월세 10만원대, 민간임대에 해당하는 주택은 주변 시세의 86%~95% 이하로 책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솜솜

서울시는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 세워질 예정인 역세권 청년주택 1호의 최초 임대료만 미리 공개했다. 민간임대 부분만 공개했는데, 사회초년생과 대학생 대상 주택은 1인 단독, 2인 셰어, 3인 셰어 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이 2~3인 셰어하우스로 되어 있다. 3인 셰어 세대 전용면적이 49제곱미터로 약 14.8평, 2인 셰어 세대 전용면적이 39제곱미터로 약 11.8평이다. 주방, 거실, 화장실은 공유하고 침실만 개별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마 독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침실은 아주 좁을 것 같다.

셰어하우스의 가격은 2인 셰어 세대의 경우 보증금 3750만원에 월세 35만원(보증금 8814만원에 월세 15만원까지 조정 가능), 3인 셰어 세대의 경우 보증금 2840만원에 월세 29만원(보증금 7116만원에 월세 12만원까지 조정 가능)이다. 대학생이 혼자 부담하기엔 보증금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20대 중후반 사회초년생이 살기엔 공동생활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친구와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진입장벽이 있다. 딱 누구에게 추천하기 어려운 약간 애매한 조건이다.

1인 단독 세대는 전용면적 19제곱미터로 약 5.7평이다. 더도 덜도 아닌 원룸이다. 이 방이 보증금 3950만원에 월세 38만원(보증금 9485만원에 월세 16만원까지 조정 가능)이라고 한다. 상당히 비싸다. 주변 시세가 워낙 비싼 지역이라 그런 걸까?

대신 서울시에서는 저소득 청년층 입주자에 한해 보증금을 최대 45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준다. 대상자는 무주택 세대구성원으로 가구 월평균 소득이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의 70% 이하인 경우다. 세대주가 아니니 부모님의 소득을 다 합쳐도 월평균 소득액(3인 이하 500만원, 4인 584만원)의 70% 이하여야 한다. 소득기준에 해당될 경우 무이자로 보증금을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월세만 내면 된다.

현재 공개된 역세권 청년주택 임대료는 민간임대 기준이어서 그런지 공공임대처럼 아주 저렴하지는 않다. 이 돈을 내고 굳이 저렇게 좁은 집에서 2명, 3명씩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공동생활에 자신이 있거나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장 6년까지 거주 가능하니 월세를 아껴 목돈을 모아 더 좋은 집으로 이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아무튼 월세 12만원에 서울 중심부의 역세권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말이다. 

월세를 줄이고 다음을 고민한다

나는 오직 집을 구하기 위해 모인 여성 5명과 약 6년 간 같이 산 적이 있다. 나를 제외한 동거 멤버는 중간에 많이 바뀌었다. 대부분 30대 중반이 넘었을 때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살기로 결정한 뒤 그 집을 떠났다.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10만원대로 고시원처럼 좁은 개인 방 한 칸에 살면서 거실, 주방, 베란다, 화장실 2개를 공유했다. 

생활하는 스타일과 성격에 따라 누구는 더 힘들고 누구는 덜 힘들었지만 공통적으로 꼽은 장점은 돈 모으기에 참 좋았다는 점이다. 주거비가 그 전에 비해 절반 내지 3분의1로 줄어들다보니 그 돈을 아껴서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로 갈 때, 그것이 이직이든, 결혼이든, 창업이든, 이주하는 것이든 조금 더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고 결정할 수 있었다. 다들 하필이면 그 집에 살았던 시기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 월세가 줄어드니 이게 내가 정말 살고 싶은 인생이 맞는지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고민을 나눌 친구들이 있었던 건 행운이었지만.

잘 풀리면 돈도 아끼고 즐거운 셰어하우스 생활도 가능하다. 잘 안 풀리면 돈을 열심히 모아서 재빨리 탈출하면 된다. 다른 행복주택이나 공공임대에 꾸준히 지원해서 당첨되면 옮길 수도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공공임대 세대의 임대료와 세대 평면도까지 정확히 공고된 다음 신청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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