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생활경제 14. P2P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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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활경제 14. P2P 투자

신한슬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어떤 책을 읽어도, 어떤 전문가의 말을 들어도 재테크의 기본은 수익을 늘리는 것이다. 누구도 그것을 반박할 수 없다. 하지만 수익이 미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대다수의 현실이다. 돈으로 돈을 버는 투자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디지털 시대가 낳은 새로운 투자 상품이 있었으니, 바로 P2P다. Peer to peer를 줄인 말로, 돈을 빌리려는 채무자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려는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거나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저신용자는 그보다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다. 투자자는 어떤 이득을 볼까? 일단 최소 1만원부터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은행 이자보다 다소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율은 개별 P2P 투자상품마다 천차만별인데, 평균적으로 10% 내외다.

높은 수익률, 높은 위험

많은 사람들이 은행 적금,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P2P 투자에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은행만큼 안전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 P2P는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니다. 투자자로서 돈을 빌려줬는데 채무자가 갚지 못하면? 그 돈은 고스란히 손실이 된다. 만약 연체가 발생하면? 돈을 회수할 수 없는 기간이 늘어나니 그만큼 손해를 본다. 연체가 잦으면 결국 부실로 이어지고, 돈을 상환할 수 없을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또한 세전 수익률이 높다고 혹해서는 안 된다. P2P 투자 수익에는 이자소득 원천징수세율인 14.2%보다 훨씬 높은 27.5% 세율이 적용된다. (단, 2020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는 1년 간 한시적으로 P2P 금융 수익에 대해 이자소득과 같은 14.2%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내년이 올해보다는 P2P 투자에 도전해보기 더 좋은 해일 수도 있다.) 여기에 P2P 업체가 수수료까지 떼 간다. 전체 수익의 최소한 3분의 1 정도는 정부와 업체가 떼 가는 셈이다.

사실 여기까지만 읽어도 당장 ‘손실해도 되는 원금’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가난한 월급쟁이라면 대부분 투자 의지가 꺾일 것이다. 내가 그렇다. 은행에 비해 1~2% 높은 수익을 얻자고 원금 손실 가능성을 떠안기에는 통장 잔고의 자신감이 부족하고, 그 돈을 벌기 위해 투입한 노동이 너무 아깝다. 돈을 충분히 모았고, 그 중 일부를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더라도 수익이 좀 더 높은 공격적인 투자에 활용하고 싶은 사람만이 P2P에 손을 대는 게 바람직하다.

어떻게 작동하나

P2P 업체는 가만히 앉아서 수수료만 버는가? 그렇지는 않다. 사실 P2P 투자는 업체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주식시장은 상장된 회사라면 어디든 내가 골라서 투자할 수 있다. P2P 투자는 이 업체가 선정하고 발굴해 온 상품 중에서만 골라서 투자할 수 있다. 핀테크 기술을 사용해 내 투자금액을 여러 채무자에게 자동으로 분산투자 해 주는 업체도 있다.

결국 P2P 업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투자상품, 즉 채무자를 선정하고 검증하는 일이다. 각각의 상품 설명을 보면 채무자는 무엇 때문에 돈을 빌리려고 하며, 어떻게 상환할 계획인지 나와있다. 개인 신용 대출인가? 빌린 돈으로 자기가 산 토지에 집을 지어서 팔아서 수익을 내서 상환할 것인가? 홈쇼핑 상품 대금을 미리 빌린 뒤 돈을 받아서 상환할 것인가? 빌린 돈으로 자영업을 일으킬 것인가? 모두 실제 존재하는 P2P 상품들이다. 어떤 업체는 부동산만 전문으로 다루고, 어떤 업체는 자영업자만 전문으로 다루기도 한다. 인기가 많은 상품, 이를테면 서울 강남에 지을 예정인 부동산에 대한 투자 상품은 열리자마자 1분 만에 투자자 모집이 끝나버리기도 한다. 수강신청도 아니고, 콘서트 티켓도 아닌데 '이미 선택된 투자상품'이 된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원리금 상환일은 상품별로 정해져 있다. 단기 상품부터 몇 년씩 기다려야 하는 장기 상품도 있다. 한 번 투자하면 매월 정해진 이자를 지급한다. 상환일 이전에 돈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써야 할 가능성이 있는 돈으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대출부터 상환까지 기간이 짧고, 상환 여부가 확실하고 안정적인 상품일수록 당연히 이율이 낮다. 연체되거나 상환하지 못할 리스크가 있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당연히 이율이 높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고스란히 적용된다.

P2P는 중위험, 중수익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하지만 정확히는 다양한 레벨의 위험과 다양한 레벨의 수익이 공존한다. 사실 그런 점에서는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 관련 P2P 상품은 실물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기 전단계로서 우수하다는 평이 많았다. 부동산 관련 P2P 상품을 검토하면서 어떤 부동산이 수익성이 좋은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물 투자와 P2P가 다른 점이라면 신생 시장이라 규제가 많지 않고, 기술 기반 업체가 대부분이라 투자가 간편하고(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다!), 매우 소액으로 분산투자를 하기 쉬워 초보자들이 진입하기 쉽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눈 뜨고 돈 떼어먹힌 사람들

그러나 규제가 많지 않다는 건 그만큼 부실 위험도 높다는 뜻이다. 당장 작년에도 굵직한 P2P 업체 사기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주로 업체 대표와 채무자가 짜고 허위 상품을 올린 경우다. 폴라리스펀딩이라는 업체에서는 1kg 금괴 120개를 담보로 135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그런데 조사 결과 금괴가 가짜였다. 채무자는 70억원을 먹고 튀었다. 피해자만 2천여명이다. 대표는 구속됐다.

루프펀딩, 아나리츠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루프펀딩 대표는 채무자와 짜고 투자금 80억원을 횡령했고, 아나리츠 대표는 허위로 부동산 상품을 만들었다. 펀듀, 더하이원펀드, 오리펀드, 머니옥션 등은 연체율이 90% 이상으로 치솟으며 사업장을 폐쇄하고, 경영진이 잠적하고,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머니옥션은 국내 첫 번째 P2P 업체로 알려져 있고, 폴라리스펀딩, 아나리츠, 루프펀딩은 업계 3~10위 안에 들었던 규모 있는 곳이었다. 버스나 지하철에 전면광고를 해서 투자자들을 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믿을 만한 업체를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P2P 업체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연체율이나 연체금액이 부실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특히 전체 누적대출금액 대비 연체금액이 높다면 당신이 돈을 빌려준 상품도 연체될 확률이 높다. 물론 연체율이 0%고 연체금액이 0원이라고 해서 그 업체의 도덕성이나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네이버 카페 <P2P 투자자 모임>에 가면 P2P에 투자 중인 사람들이 다양한 질문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P2P 투자에 대한 추천 서적도 많고, 쓰라린 경험담과 성공담도 있다. 이 글에서는 일부러 어떤 업체도 추천하지 않으려고 한다. P2P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일단 네이버 기준 최대 규모 카페에 가입해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의 금과옥조인 '닥눈삼(닥치고 눈팅 3개월)'을 하면서 스스로 가장 투자할 만한 업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최소한 이 정도도 알아보지 않은 채, 무작정 광고나 인터넷에서 본 글 한 줄만 믿고 투자를 시작하기에 P2P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 특히 더 잃을 수 없는 얇은 통장을 가지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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