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10. PC로 즐기는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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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10. PC로 즐기는 보드게임

딜루트

일러스트레이션: 솜솜

어떤 게임이냐 하면

일과가 끝나고 습관처럼 게임 창을 켠다. 대작 게임들이 많은 홍보를 하고 있지만, 그런 게임을 플레이하고 내용을 따라가기엔 너무 지쳤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보드게임 같은 걸 해 보고 싶어도 만나기 위해 시간을 조율하고 판을 셋팅하는 과정 자체가 고통이다. 잠깐 가볍게 할만한 게임 없을까? 모순적이지만 윈도우 카드게임보다는 무겁고 기왕이면 성취감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게임을 끄고 보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세상에!

스팀이나 구글 플레이를 통해 많은 보드게임이 발매되고 있다. 로그 라이크 장르의 유행으로 이 현상은 앞으로도 몇 년간 더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보드게임을 할 때는 사람을 모으기 어렵고, 초심자들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 자잘한 규칙의 처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PC나 콘솔 등으로 나온 게임들은 규칙이나 점수 계산, 판의 정리 등을 PC가 직접 해주기 때문에 훨씬 편하고 다른 유저들을 쉽게 만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인기를 얻은 PC 게임이 이후 보드게임으로 발매되기도 하고, 보드게임만의 장점도 존재하지만 본 지문에서는 오프라인 게임이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이 얘기는 접어두기로 한다.)

이번 화에서는 가볍지만 성취감있게, 또 마음만 먹으면 깊게 파면서 즐길 수 있는 PC용 보드게임 두 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Slay the Spire, 이미지 제공 Mega Crit Games

Slay the Spire

보드게임인 ‘도미니언’이 발매된 이후로 보드게임계와 PC게임에는 다양한 덱 빌딩 게임이 발매되고 있다. <Slay the Spire>는 로그라이크와 덱 빌딩 방식을 결합한 게임으로, 첨탑을 한 층 한층 클리어하며 얻은 카드들로 나만의 덱을 짜서 첨탑의 끝까지 올라가는 게 목표다.

게임의 방식은 간단하다. 각 층에 올라갈 때 적들과 전투를 하고 승리하면 보상으로 세 가지 카드 중 하나를 얻는다. 모은 골드로 상점에 들러 카드를 추가로 구매하거나 뺄 수 있고 이벤트를 거쳐 카드를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카드 더미(덱)은 추가된 카드로 인해 더 강해지고, 그렇게 강화된 덱은 다음 전투를 할 때 큰 도움을 준다. 

적의 머리에 칼 모양의 아이콘 뜨면 적의 공격력을 낮추는 카드를 써 보자. 이미지 제공 Mega Crit Games

전투를 할 때도 즉각적이거나 섬세한 컨트롤은 필요 없다. 이 게임에서는 공격력이 강하다고 무조건 이기는 것이 아니다. 적의 머리 위에는 다음 턴에 적이 무엇을 할지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그것들에 맞게 대응하며 천천히 적을 쓰러뜨리면 된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반에는 몇 층 올라가지도 못한 채로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 게임의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매 판 게임을 클리어하면서 얻은 경험들은 지식이 되어 다음 플레이 시 즉각적으로 덱을 보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게임의 경험이 쌓일수록 더 많은 카드가 해금되어 다른 전력을 시도할 수 있게 유도하기도 한다.

이런 점은 로그라이크 게임의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여러 번의 실패와 반복적인 플레이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다음번에 더 나은 게임을 플레이해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전부 좋아 보이던 카드가 곧 전부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원하는 카드가 계속 나오지 않아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한다.

다양한 카드들, 이미지 제공 Mega Crit Games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한 정석은 없으며 덱의 유형도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을 즐기는 유저라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얼리억세스 게임이기 때문에 추가 캐릭터 등이 발매될 예정이며, 업데이트가 기대되는 게임이다.

이미지 제공 League of Geeks

Armello

왕이 타락했다. 동물 나라의 각 부족들은 타락한 왕을 끌어내리고 자신이 새로운 왕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동물들은 왕이 되기 위해 힘을 모아 정정당당히 왕과 결투하거나, 왕이 자연스럽게 죽을 때까지를 기다리며 자신이 왕으로 오르기 위한 명성을 쌓는다. 이웃 동물 부족을 몰래 방해하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부족도 존재한다.

게임이 발매된 지 몇 년 되었지만, 이 게임은 잘 조형된 캐릭터 디자인과 밸런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제작사는 지속적으로 밸런스 패치 및 확장팩을 발매하고 있고, 동화풍으로 디자인된 아름다운 일러스트의 카드들은 유저들의 접근성을 높인다. 

보드게임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구조, 이미지 제공 League of Geeks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다양한 카드를 통해 자신의 영토를 늘리며 여러 가지 승리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다른 캐릭터의 승리 조건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 다른 캐릭터를 방해하는 방식이다. 전투할 때에는 주사위를 굴리기 때문에 주사위의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며 주사위의 수는 자신이 보유한 카드나 주변 상황 등에 영향을 받는다.

<Armello>는 밤과 낮이 존재하고 각 종족은 특정 시간대에 강하거나 약하다. 그 말은 캐릭터마다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고 승리 방법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같은 보드판 내에서도 어떤 캐릭터를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전략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게임을 몇 번 플레이하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플레이 방식을 발견하게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재미가 올라간다. 

다양한 캐릭터들, League of Geeks

<Armello> 의 또 다른 장점은 당연히 캐릭터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칼이 뚫기 어려울 것 같은 거대한 수호자 늑대나 교도소의 교도소장인 토끼가 여성으로 설정되는 등 각 캐릭터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남성 캐릭터들이 더 많은 것과는 달리 정확히 5:5의 성비를 제공한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유저 간 매칭 시 플레이 타임이 다소 길다는 점이다. CPU와 대결을 할 땐 과정 없이 결과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짧은 템포로 즐길 수 있지만, 대인전의 경우 다른 유저들도 나와 같은 속도로 고민을 하고 한 턴 한 턴 과정을 전부 보여주기 때문에 게임이 길어지게 된다. 게임의 보상은 대인전을 할 때 더 후하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다.

단점까지 고려해 볼 때, Armello의 진가는 친구들과 함께할 때 발휘된다. 보드게임의 기본 양식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 채팅을 하며 플레이하면 실제 보드게임을 하는 것처럼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다양한 상황에 맞는 음성 대사를 출력하는 기능도 있어 친구의 앞길을 방해하며 즐겁게 게임할 수 있다.

기존의 게임에 익숙하지 않아도

보드게임 장르는 소재의 특성상 젠더가 개입될 여지가 적기 때문에 젠더적 편견에 대해 타 장르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또한, 게임의 룰이나 시스템도 타 게임의 문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그 게임만의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하고 배울 수 있다. 최근 나오는 수많은 카드 게임처럼 뽑기를 통한 도박성 결제도 없다! 두 게임 다 저마다의 시스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니 보드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플레이 해보는 건 어떨까?

Slay the spire 발매일 : 2017.11.15 (공식 한글화 제공)

Armello 발매일 : 2015.09.02 (공식 한글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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