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4. 스포츠 클라이밍

알다운동웰니스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4. 스포츠 클라이밍

신한슬

스포츠 클라이밍

비용: 1개월 자유이용권 10만원, 강습비 5만원
운동 방식: 주 3회 자유롭게 이용
편의시설: 사물함, 샤워실, 초보용 클라이밍화, 초크백, 테이프

 

W씨는 <트레이너와 나>를 보고 운동하는 여자로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가장 처음으로 핀치에 연락을 주신 분이다. 아직은 조금 더웠던 9월 첫째 주, 서울의 조용한 카페에서 W씨를 만났다.

W씨는 살면서 꾸준히 할 만한 운동이 한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방황했다. 요가나 헬스처럼 정적이고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운동보다는 기왕이면 ‘간지 나고’ 활동적인 운동을 하고 싶었다. 체험 수업이 유용했다. 주짓수와 폴댄스, 윈드서핑을 한 번씩 해봤는데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든지, 취향이 아니라든지, 너무 비싸거나 날씨에 좌우가 많이 되고 장소에 구애를 받는다든지 하는 단점이 걸렸다.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스포츠 클라이밍’ 간판을 길 가다 우연히 본 건 6개월 전이다. 이건 또 새롭다 싶어 찾아가보았다. 마침 직장에서 1분 거리였다. 스포츠 클라이밍에는 몇 가지 종목이 있다. 먼저 야외에 있는 높은 벽에서 같은 색 홀드(벽에 붙어 있는 손이나 발로 디딜 수 있는 돌출부)만 밟고 올라가는 종목을 ‘리드’라고 한다. 실내에 있는 5m 이내 벽에서 같은 색 홀드만 밟고 가는 종목을 ‘볼더링’이라고 한다. 공통적으로 가장 위쪽에 표시된 ‘완등’ 홀드에 두 손을 모으면 미션 성공이다. 한 개의 미션을 성공하는 것을 ‘문제를 푼다’고 부른다. 이외에도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는 ‘스피드’라는 종목도 있다. 벽마다 벽의 각도, 홀드의 배치, 모양, 색깔이 다 다르다. 그만큼 난이도도 다르다. 그 외에 트레이닝용으로 손으로만 같은 색 홀드를 잡으면 되는 방식을 ‘지구력’이라고 부른다.

체험 수업을 받으며 W씨는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발 디딜 만한 나무가 있으면 쪼르르 올라가던 추억과 초등학교 운동장의 정글짐 꼭대기를 점령하던 스릴. 보면 유난히 겁도 없이 구름다리 위아래를 쉽게 척척 날아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W씨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W씨 안에 있던 그 아이가 다시 신이 나기 시작했다.

10만원을 내면 1달 간 언제든지 자유롭게 암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2달 간 20분 간 강습을 받았다. 평벽(경사가 없는 평평한 벽)에서 손과 발을 바꾸며 옆으로 이동하는 연습을 했다. 강습은 다수 대 1명의 강사로 진행됐다. 그런데 강습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커리큘럼이나 가르치는 방식이 뒤죽박죽이고 엉망이었다. 기초 기술 중 어떤 것은 배우지 못하고 누락되고, W씨는 볼더링을 하고 싶은데 지구력을 20분 간 하라고 강요하는 식이었다(현재는 커리큘럼이 훨씬 정돈된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서울 내 다른 암장을 검색해보고 찾아가서 강습을 받기도 했다. 회사에서 40분 거리로 너무 멀어서 강습이 끝난 뒤에는 다시 처음 암장으로 돌아왔다.

몸으로 문제 풀기

강습 이외에 스포츠 클라이밍은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운동이다. 벽을 보면서 어떤 ‘문제’를 풀 지 고른 뒤, 문제를 푸는 방법을 좀 고민해보다가, 벽에 달라붙어서 실제로 시도를 한다. 그러다 실패해서 떨어지면 좀 쉬다가 다시 도전한다. 스스로 문제를 푸는 재미가 핵심이기 때문에 요청하지 않았는데 힌트를 주거나 훈수를 두는 행위는 무례하다고 여겨진다. 친한 사람들끼리라면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전혀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 완전한 ‘솔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도 W씨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중학생 이후로 어떤 운동도 꾸준히 해 본 적 없었던 W씨는 벌써 6개월째 암장을 다니고 있다. 하루에 2시간 정도, 일주일에 3회 정도 암장에 간다.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면서 W씨는 확실히 팔 힘과 악력이 늘었다. 1개도 겨우 하던 턱걸이가 쉬워졌다. 생수통도 번쩍 든다. 무거운 짐을 들 때도 덜 힘들고, 계단을 올라갈 때도 숨이 덜 찬다. 생활 전반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근육이 붙으니 업무 컨디션이 좋아지고, 당당해 진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W씨에게 스포츠 클라이밍은 자존감 향상에 도움을 줬다. 하루에 문제 한 개를 풀면 그 날은 성적이 준수한 것이다. 2개 푼 날에는 맛있는 걸 먹는다.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것이다. 30번씩 도전해도 안 풀리던 문제를 드디어 풀었을 때 그 성취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너무 안 풀리면 슬쩍 다른 문제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자존감에 상처를 줄 정도로 매달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초보 때는 엄두도 못 내던 문제가 이제는 너무 난이도가 낮아서 시시하기도 하다. 그렇게 실력이 늘었다는 걸 실감할 때가 좋다. 멋지게 문제를 풀어 낸 모습을 휴대폰용 삼각대를 사용해 동영상으로 남겨놓기도 한다.

나의 멋짐에 취한다

W씨가 다니는 암장에 실제로 동행해봤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홀드가 벽면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10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각자 벽에 매달려 있었다. 남녀 비율은 비슷했다.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푸는 걸 보기만 해도 흥미롭다. 발을 손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한 홀드에서 다른 홀드로 날듯이 점프해 가기도 하고, 정말 스파이더맨처럼 벽에 매달려 있기도 했다. 생각보다 한 번 문제를 풀 때 벽에 매달려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W씨는 2시간 정도 암장에 있으면 체감상 30분 정도 벽에 매달려 있다고 느낀다. 순간적으로 많은 힘을 쓰기 때문에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이 많다. 그럼에도 자신의 몸무게를 완전히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강도는 센 편이다.

암장의 다양한 홀드
문제를 푸는 중인 W씨

스포츠 클라이밍은 팔 근육과 등 근육이 아름답게 발달하는 운동이다. W씨는 모처럼 ‘간지 나는’ 운동을 하는 김에 멋지게 근육 자랑을 할 수 있는 나시를 입고 스포츠 클라이밍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놓기도 했다. 평소에는 복장이 아주 자유롭다. 모자를 쓰는 사람도 있고, 청바지를 입는 사람도 있고, 면바지를 입는 사람도 있다. 클라이밍화와 손가락 테이핑과 초크만 챙기면 된다. 클라이밍화는 초보 때는 7~8만원짜리 신발을 암장에서 빌려 신다가, 어느 정도 실력이 생긴 이후 20만원짜리 중급 신발을 샀다. 확실히 비싼 값을 한다. W씨의 표현을 빌자면 벽에 ‘달라붙는’ 느낌이 다르다. 클라이밍화는 발가락이 꺾일 정도로 원래 신발보다는 사이즈를 작게 신는다.

W씨가 생각하는 스포츠 클라이밍의 진입 장벽은 초반 1~2달이다. 아무래도 매달리는 방법을 처음 배우다 보니 지루할 수도 있다. 평소에 팔 힘이 워낙 적은 사람이라면 강도가 너무 세다고 느낄 수도 있다. W씨도 친구들에게 여러 번 스포츠 클라이밍을 ‘영업’해 봤지만,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며 떨어져 나간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W씨가 생각할 때는 어릴 적 체력장 때 철봉에 10초 이상 매달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부상 위험도 있다. 주로 거칠거칠한 홀드 표면에 쓸린 상처와 홀드에 무릎을 부딪혀 생긴 멍이 많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 작업이 아니라 게임처럼 머리를 써서 문제를 푼다는 점, 흔하지 않고 독특한 운동이라는 점, 창의력과 배짱이 필요한 운동이라는 점 때문에 W씨는 이미 스포츠 클라이밍에 중독되어 버렸다. 여름에는 아마추어도 참가비만 내면 참가할 수 있는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도 많이 열린다. 초보자를 배려한 ‘보너스 홀드’가 있기도 하고, 춘천에서는 풀장 위로 암벽이 있어 떨어질 때 물 속으로 뛰어드는 대회도 열렸다. 내년에는 W씨도 대회에 나가 볼 생각이다.

완전한 솔로 플레이가 가능한 스포츠 클라이밍이지만, 친구와 장비가 있다면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력이 비슷한 친구가 있으면 같은 문제를 풀며 서로 도움을 주는 재미도 있다. 성공했을 때 축하해 주고, 실패하더라도 영상을 찍어주며 왜 실패했는지 이야기할 수도 있따. W씨는 트위터에서 비슷한 시기에 스포츠 클라이밍을 시작한 친구를 만들었다. 지역이 멀어 아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같이 하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 때때로 일부러 멀리 있는 다른 동네 암장에 가보기도 한다. 홀드 배치가 완전히 달라서 새로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신선함이 있다. W씨는 자신처럼 클라이밍을 하는 퀴어 친구들을 모아 클라이밍 크루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운동 얘기하니까 너무 좋아요!

W씨는 이야기하는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몸에 잘 맞는 운동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 나무 좀 탔다 하는 분들이라면 가까운 암장에서 1일권을 끊어 체험을 해 보면 좋다. 누군가 구글맵에 만들어 놓은 전국 실내 암장 지도를 활용해보자.

https://goo.gl/maps/K8q9kH3uEz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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