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도장 등록 1달 15만원(주 5회 1시간 강습 및 자유 이용), 도복 3만원부터 수십만원까지, 호구 약 20만원부터 수십만원까지, 죽도 1만원대부터 다양.
운동 방식: 다대일 수업, 1대1 대련
인생에서 요리와 공작을 제외한 용도로 칼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있으면 큰일이다.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용도로 칼을 든 적이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그게 용인되는 스포츠가 있다. 검도다. 얼굴을 가리는 거대한 방어구와 커다란 소리를 내는 멋진 죽도. 정중하고도 공격적인 찌르기. 검도는 확실히 특별한 로망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로 가득하다.
J는 초등학교 때 검도를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어머니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J의 어머니는 딸에게 발레보다 검도의 로망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검도는 초단부터 8단까지 승급 심사 시험과 수련 연차를 바탕으로 단수가 정해진다. 초단은 1급 심사를 본 뒤 3개월이 지난 다음 심사를 받을 수 있는데, 기본기를 보는 거라 대부분 배운 지 얼마 안돼 금방 딸 수 있다.
검도의 로망, 기본의 현실
검도는 기본 자세를 매우 중요시한다. 처음에는 똑바로 서서 죽도를 휘두르는 것만 배운다. 아마도 이 부분이 검도의 가장 큰 장벽일 것이다. 또 다른 검도 경험자 S씨는 대학교 동아리 때 기본자세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지도교수 때문에 검을 들고 서 있는 기본자세만 1시간 내내 유지하고 있었던 적도 있다. 검도에 정이 뚝 떨어질 뻔한 위기의 순간이었다.
팔이 아니라 손목의 힘만 써서 죽도를 휘둘러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검도를 연습하면 팔의 근육이 굵어지지 않고 손목 근육이 강화된다. 허공에 죽도를 휘두르기도 하고, 고정된 타이어를 향해 정확히 의도한 곳만 타격하는 연습도 한다. 그 다음은 스텝이다. 기본 스텝부터 수준에 따라 다양한 스텝을 연습한다. 기본이 쌓이고 나면 스텝과 타격을 합쳐서 점점 복잡한 기술을 익히게 된다.
검도 대련은 둘이서 마주 보고 서서 정해진 곳을 먼저 타격하면 이긴다. 호구 중 머리 앞쪽, 허리, 그리고 손목이다. 그 외의 장소는 타격해도 찔러도 무효다. 찌르는 기술은 아주 어렵다. 자칫해서 힘 조절을 못하고 목이나 명치 같은 급소를 찌르면 대련 상대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사실 검도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검도의 정확한 자세를 배우는 것은, 검을 쓰면서도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정석대로 검도를 할수록 타격을 입어도 아프지 않다. J는 사범을 비롯한 고단수들과 대련을 할 때면 아무리 많이 맞아도 금방 통증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반면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힘 조절을 잘 못하기 때문에 아주 아프다. 꼭 실력도 안 되면서 머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차피 호구 앞 부분이 아닌 정수리 부분을 맞으면 아프기만 하고 유효타는 아니다. 그러다 잘못해서 호구 틈 사이를 맞거나 찔리면 아주 아플 뿐만 아니라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절대 남자가 유리하지 않은
검도의 운동효과는 엄청나다. 특히 유산소 운동이 많이 된다. 무거운 호구를 장착하고 뛰어다니면서 대련을 하면 금방 땀투성이가 된다. 꼭 대련을 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특히 ‘빠른 머리 치기’라는 게 있다. 앞뒤로 빠르게 뛰면서 머리를 치는 기본 동작이다. 본격적인 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몸 풀기로 많이 하는데, 연속으로 할 때는 기본이 100개고 숙련자는 1000개씩 치기도 한다. J는 복싱에서 줄넘기를 하는 것에 비유했다.
그렇게 힘들어도 S씨는 머리치기가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다고 꼽는다. 처음으로 머리치기를 배울 때, ‘머리!’라고 외치면서 공격하는 바로 그 검도 동작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검도에 대한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초단 심사를 볼 때도 재미있었다. 대여섯 명이서 한꺼번에 심사위원 앞에 나가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그다지 긴장이 되지 않았다. 자신의 자세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J가 생각하는 검도의 가장 큰 장점은 체격 차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키 차이가 많이 나도 그걸 이용해서 공격할 수 있고,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유리한 것도 아니다. 팔이 길어서 리치가 길다 해도 그만큼 빈 곳이 많아진다. 각자 체형에 따라 천차만별로 공격과 방어 스타일을 만들 수 있고, 또한 대련 상대에 따라 그 방식을 바꿔야 한다. 남자라고 절대 유리하지 않다. 더 세게 때린다고 두 번 이기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J는 검도를 배울 때 성별에 상관없이, 어린이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의 수강자와 섞여 훈련도 하고 대련도 한다. 처음 어린 J에게 검도를 권했던 어머니도 지금은 같은 도장에 다니고 있다. J의 어머니 외에도 함께 배우는 중년 여성들이 제법 있다. 이상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검도 대회는 남성과 여성이 따로 경기를 한다는 점이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관행적으로 그렇다.
그럼에도 남자끼리 다 해먹는
아마 검도 지도자가 대부분 높은 연령대의 남성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앞서 말했듯 검도는 훈련한 세월을 아주 중요시 여긴다. 많은 스포츠가 그렇듯, 검도 역시 지금까지 남성들이 점령해 왔고, 현재 오랫동안 검도를 해 온 사람은 대부분 남자다.
여기에 ‘검도’에서 신체적인 부분인 ‘검’만큼 정신적인 부분인 ’도’(道)를 강조하는 규율이 합쳐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검도 지도자가 탄생한다. S씨의 경우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지도교수가 그랬다. J의 경우에는 차라리 엄격하고 보수적인 사범이 그나마 편한 점이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도’와 예절을 중시하기 때문에 강습 스타일은 다소 스토익할지라도, 최소한 헬스 트레이너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쓸데없는 성희롱 농담이나 듣기 싫은 스몰 토크, 맨스플레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에 있어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지도 않았다.
반면 S씨가 만난 대학교 동아리 부장은 정말 짜증나는 남자였다. S씨는 고등학교 때 교내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검도를 접했다. 당시 이미 초단 심사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호구를 쓰고 상대와 대련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동아리 내에 초단 이전에는 대련을 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다). 대부분 검도 경험이 없는 신입생 가운데 월등한 실력이었다. 그럼에도 동아리 부장은 S씨가 여학생이고 신입부원이라는 이유로 호구를 쓰지 못하게 했다.
S씨 뿐만 아니다. 오랫동안 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배도 호구를 쓰지 못했다. 동아리 부장이 자세가 아직 부족하다느니, 기본기가 부족하다느니, 별의별 이유를 둘러대며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이유는 명백하게도 그 선배가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그 부장이 만들어 낸 풍경은 끔찍했다. 남학생들은 금방 호구를 쓰고 대련을 하는데, 여학생들은 그 옆에서 구경이나 하며 기본 자세만 죽어라 연습했다. 한 학기 만에 모든 여학생들이 퇴부했다. 당연히 S씨와 여자 선배도.
짜증나는 “일부” 남자 지도자들을 제외하면, 검도의 또 다른 단점 중 하나는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호구 안에 입는 도복도 돈이 들고, 호구는 더 돈이 많이 든다. 죽도도 사야 한다. J는 처음 검도를 배웠던 어릴 적에 어머니가 검도를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잠시 검도를 중단했다가, 사회인이 되고 나서 다시 시작했다. S씨는 검도복은 선배 것을 물려 받을 수 있었고, 죽도는 학교에서 공용을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도 S씨도 검도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일단 멋있다. 검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다. 일정 단수가 올라가면 진검을 사용할 수 있다. 당연히 대련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베기’ 기술을 연습하고, 원한다면 짚단이나 대나무를 벨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운동 효과도 좋지만, 자세 교정 효과도 있다. 목, 어깨, 등, 허리를 똑바로 펴게 된다. 손목 근육도 단련한다. 현대 사회의 수많은 직장인이 단련과 교정을 필요로 하는 부위다.
검도가 호신술이 될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 팔이 속박되지 않아야 하고, 무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길다란 막대기나, 최소한 장우산이라도 있어야 한다. 비 오는 날에는 어느 정도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