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10. 여가여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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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10. 여가여배 (2)

신한슬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2018년 4월25일, 영화 <당갈>이 국내에서 개봉했다. 인도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국제대회 금메달을 수상한 여성 레슬러 ‘기타 포갓’과 자매들의 이야기다. 레슬링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 자매들은 남자들을 두들겨 패고, 여자 레슬러를 본 적이 없어서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인도인들의 편견을 실력과 승리로 부순다.

강소희씨는 <당갈>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차오르는 ‘당갈뽕’에 당장 레슬링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찾아보니 레슬링과 유사하지만 조금은 더 대중적인 주짓수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남자 사범들의 맨스플레인을 견디고 싶지는 않았다. 몸을 부딪히며 하는 운동인데 남자들 틈에서 하기도 싫었다.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우는 주짓수 교실은 없을까?

당장 서울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럼 내가 만들어서 하는 수밖에 없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여가여배’가 시작되었다.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우는 운동을 절실하게 기다렸던 사람들이 있었다. 오프라인 모임 플랫폼 ‘밋고’를 통해 신청 받았던 2장 농구 세션은 1시간 만에 정원이 마감되었다. 3장 스케이트보드 세션은 2분 만에 마감됐다. 멀리 지방에서 캐리어를 끌고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이토록 열광적인 여자들만의 시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2018년 12월16일, 여가여배 기획자 강소희씨와 디자이너 이아리씨를 만났다.

왼쪽 이아리, 오른쪽 강소희. ⓒ조아현

여가여배를 만든 사람들

Q. 두 분은 어떻게 만나서 여가여배를 시작하셨나요?

이아리: 10년 전에 한 광고회사의 인턴 동기로 처음 만났어요.

강소희: 얏, 새로운 프로젝트다! 하고 여가여배를 시작한 건 아니고요. 어쩌다 보니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당갈뽕’을 맞고 여성 사범이 가르치는 주짓수 수업을 듣고 싶어졌는데, 당시에는 여성주의 잡지 BOSHU에서 만든 주짓수 클래스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기반이 대전이고, 저는 서울에 있고, 이미 팀을 결성해서 수업이 다 지나간 거에요. 그럼 내가 만드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사람을 모집해야 하니 웹포스터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아리한테 디자인을 부탁했다가, 점점 더 일이 커졌어요. (웃음)

아리: 저도 주짓수에 관심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배울 곳을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마침 친구가 주짓수 사범님을 섭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그럼 내가 포스터를 만들겠다, 하게 됐죠.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소희: 처음에 웹포스터가 너무 잘 나온 거에요. 원래는 도장의 정원이 12명이라고 해서, 이미 지인들만 해도 6명이 모인 상태라 6명만 더 모으면 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웹포스터를 보니까 6명을 모으자고 이걸 올리는 건 도리에 어긋나는 일 같더라고요. 너무 아까운 거에요. 그래서 급히 사범님께 연락해서 한 세션을 추가했어요.

Q. 여가여배는 1장 주짓수, 2장 농구, 3장 스케이트보드로 진행됐는데요. 운동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소희: 대부분의 운동이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접근하기 특히 힘든 운동이 있어요. 이를테면 팀 스포츠가 그렇습니다. 축구나 야구 같은, 전형적으로 남자들의 이미지만 떠오르는 운동들. 가급적이면 그런 운동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크로스핏 같은 경우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잖아요. 하지만 그게 여성이기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것 같진 않거든요. 물론 그 안에서도 성차별적인 일들이 분명히 벌어지고 있을 거에요. 그러나 그 운동 자체가 보수적이고 여성에게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팀 스포츠는 아니지만 여성의 진입장벽이 높은 종목 중에는 스케이트보드도 있는데요. 여가여배 강습을 진행하신 분도 결국 스케이트는 혼자 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배울 때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손을 잡아줘야 하는 과정이 있는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한남 스케이터들이 그 과정을 이용하는 걸 종종 목격하게 됐대요. 이미 다른 운동영역처럼 생태계 자체를 대부분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고, 새로 들어오는 여자들을 운동하는 동료로서 인식하지 않고 어떻게 한 번 해볼 상대로 보는 거죠. 그러다가 관계가 틀어지면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여성 쪽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고. 그래서 강사분이 그런 여자 스케이터들을 구해주는 심정으로 가르쳐주기 시작했다고 해요. 여자가 여자에게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더라고요. 그래서 여가여배 3장은 스케이트보드로 진행되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아리: 저는 사격, 양궁 같이 조준하는 종목들이 너무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알아봤더니, 그건 사실 단체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고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하더라고요. 한 사람당 코치 한 명이 붙어서 1인 강습처럼 진행된다는 거에요. 헤드셋을 끼고 있어야 해서 단체로 이야기도 할 수 없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다른 종목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소희: 같이 모여서 운동을 할 때는 운동을 하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하는 코치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같이 배우는 다른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기도 하면서 분명히 어떤 상호작용이 발생하거든요. 스케이트보드처럼 꼭 팀 스포츠가 아니라도, 서로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임파워링’ 되는 게 있어요. 사격처럼 개인적인 운동은 강사와 수강생 사이에서만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거지, 배우는 참가자들 사이에 서로 오가지는 않아요.

Q. 여자가 운동을 한다, 만큼이나 여자가 ‘모여서’ 운동을 한다, 는 것이 중요하네요.

소희: 네. 여자들이 떼로 모여서, 다같이, 어디서든, 사방에서 막 운동을 하는 모습을 서로가 두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사건이 많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1장 주짓수를 하고 나서 그런 확신이 생겼어요. 이런 자리는 어떤 식으로든 많아져야 한다. 운동을 하는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주고, 봐야 한다. 우리는 자라면서 맨날 운동장을 차지하고 축구나 농구를 하는 남자애들만 보잖아요. 그 때문에 우리가 축구를 하는 모습은 생각도 못했던 거에요. 이걸 깨려면 운동하는 여자들이 서로의 모습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뛸 수 있었던 그 운동장

저는 운동장 얘기할 때마다 열이 받아요. 중, 고등학교 때 내가 뛸 수 있었던 그 운동장. 지금 여가여배 강습할 장소를 찾아서 학교 강당이나 운동장을 대관하려면 되게 힘들거든요. 학교 다닐 때는 그 장소들이 거저 주어지는 거잖아요. 근데 그걸 남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썼고, 여자들은 그렇지 않고. 저는 고등학교 때 농구를 하고 싶어서 강당에 갈 때마다 완전 투쟁이었어요. 남자애들이 웃통 벗고 농구를 하는데, 그 사이에 여자애들이 들어간다는 것 자체만으로 ‘관종’ 같은 취급을 받았어요. 돌이켜 볼수록 분한 거죠.

그걸 다시 되찾기 위해서라도 서로 운동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영향을 받았으면 해요. 축구나 야구나 성별적으로 엄청 보수적이고 단 한 번도 여자들한테 ‘자연스럽게’ 그 스포츠를 즐기는 자리를 내 준 적이 없어요. 처음부터 남자가 뛰었고, 매체에서나 일상에서나 남자들만 보여지고. 그렇기 때문에 숨 쉬듯이 남자만 하는 게 당연하고, 남자만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나중에 조기축구회로 즐기고. 가장 인기 있으면서 가장 보수적인 스포츠들이에요.

ⓒ조아현

아리: 경험이 없다는 게 여성들에게 가장 큰 장벽인 것 같아요. 축구를 하는 여자, 야구를 하는 여자를 직접 본 적이 없고, 내가 경험해 본 적도 없고. 저는 어렸을 때 공을 발로 차 본 적이 없어요. 항상 남자애들은 축구 하고, 여자애들은 피구 하잖아요. 피구를 하면 공을 피해야 하고요. 그래서 저에게 공은 항상 피해야 하는 것이었고, 공을 아주 무서워했어요. 올해 초에야 친구를 따라 간 <퀴어 여성 게임즈>라는 행사에서 여자들이 농구를 하는 걸 실제로 눈으로 봤어요. 그런데 너무 가슴이 뛰고 재미있는 거에요. 그 전까지는 눈으로 본 적도, 해 본 적도 없으니까 제가 농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거죠.

소희: 물론 달리기나 사격 같은 고독한 운동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같이 운동을 하는 데서 오는 희열이 분명히 있으니까. 서로 응원해 주고, 봐 주고, 동영상도 찍어 주고.

아리: 스케이트보드는 특히 동영상이 중요해요. 자기 기술이나 포즈를 보고 개선하려면 찍어야 하니까. 항상 동영상을 보고 피드백을 하더라고요. 농구도 수업 끝나고 경기를 하면서 놀 때 대기하시는 분들이 동영상을 찍어줘요.

소희: 사실 그런 건 ‘존잘’들이 주로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보고 더 개선하기 위해서 하는 거죠. 저희는 잘 안 봐요. 찍혀 있는 내가 너무 이상해. (웃음)

Q처음 1장 주짓수 수업 참가자를 모집하고, 도장에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셨을 때 기분이 기억나시나요?

아리: 그 날 건물 반지하에 있는 도장에 주짓수를 가르쳐 주실 도복을 입은 여자분이 3분 계셨어요. 그리고 참가자들이 한 명씩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다들 쑥스럽지만 동시에 기대에 찬 표정들을 하고 오셨어요. 동그랗게 앉아서 인사를 하고 몸을 풀기 위해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했어요. 줄 서서 한 명씩 하는데, 그것만 해도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여자들끼리 다 같이 한 공간에 모여서, 한 종목을 한 명씩 하는 걸 지켜보면서, 내 차례가 되면 나도 직접 해 보고, 이런 경험 자체가 성인이 된 후로는 한 번도 없었어요.

소희: 아직도 생각나는 게, 그 날 비가 너무너무 많이 쏟아졌어요. 각자 우산을 접으면서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는데, 도대체 이게 뭐라고 이 비가 쏟아지는 일요일 오후 5시에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나 싶은 거에요. 생각해보면 무엇이든 하고 싶지 않은 시간대잖아요. 기쁘고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자들끼리 운동하는 자리가 얼마나 없었으면… 무엇이 저 사람들로 하여금 이 비를 뚫고 여기 오게 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주에도 하고, 다음 주에도 하는 조기축구라면 안 나가고 말 텐데, 안전하고 쾌적하게 운동할 만한 자리가 너무 희소하니까 굳이 그 비를 뚫고 오는 거잖아요.

Q. 1장, 2장, 3장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 있으시다면?

아리: 저는 농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참가자가 25명이었고, 코치까지 합치면 30명이 넘었어요. 30명이 넘는 여자들이 농구를 하고 있는 풍경이 너무 생소하고, 처음 보는 풍경이고, 그걸 우리가 주최했다는 게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소희: 저는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도 찍어 놨어요. 다 같이 드리블을 하니까, 쿵쿵쿵 하면서 공 30개가 동시에 부딪히는 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지는 거에요. 되게 신성한 느낌이었어요. 우리만의 종교 같은. (웃음)

아리: 그 때 마침 체육관 창 밖에서 빛이 들어왔어요. 그 빛이랑 그림자랑 사람들이 농구공을 튕기는 풍경이 그림처럼 기억에 각인된 거 같아요.

소희: 심지어 일요일 아침이었어요. 대관 사정 상 아침 9시 반이었고요. 저는 종교가 없는데, 이건 마치 몸을 쓰는 종교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되나. (웃음) 아주 ‘홀리’하고 감격적이었어요. 운동이 나를 구원할 것 같고.

Q. 매주 그런 시간이 있으면 정말 좋겠네요.

소희: 맞아요. 하지만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여가여배를 매주 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이게 저희 업이 아니니까요. 엄청 좋지만, 동시에 엄청 신경 쓰이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거니까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누군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좋으면 좋은 대로 너무 흥분되기도 하고, 너무 긴장되기도 하고. 진짜 에너지 소모가 많아요. 좋긴 좋은데, 두 달에 한 번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아요. 더 하면 무뎌질 수도 있겠지만.

아리: 아니.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웃음) 저희는 아직 뒷풀이도 한 적이 없어요. 너무 힘들어서. 행사가 끝나면 맥주를 마시자, 뒷풀이를 하자는 이야기는 맨날 하는데, 막상 마치고 나면 기력이 소진되어서 집에 가게 돼요. 각자의 집에서 맥주를 들고 랜선으로 건배를 합니다.

ⓒ조아현

나도 배우고 싶다
나도 가르치고 싶다

Q. 멀리서 여가여배에 참가하러 오신 분도 있었다고요.

아리: 농구 수업 때 캐리어를 끌고 지방에서 오신 분이 계셨어요. 수업 끝나고 편의점에 갔는데 그 분이 계시길래 너무 감사해서 아이스크림을 사 드렸던 기억이 나요.

소희: 정확히 말하면 여가여배 때문에만 오신 건 아니었지만요.

아리: 하지만 일요일 아침 9시 반에 캐리어를 들고 그 자리에 와주셨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했죠.

소희: 트위터에서 그런 얘기들이 있어요. 부산에도 여가여배 있으면 좋겠다, 우리 사는 데도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DM으로 ‘해 보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가도, 제가 뭔가 책임져야 할 거 같아서 아직까진 묵묵부답으로 있어요. ‘여가여배’라는 타이틀이 좋으시다면 저희와 상의를 해야겠지만, 그냥 독자적으로 여성들끼리만 운동하는 모임을 만드시는 건 사실 상관이 없거든요. 그런 클래스들이 이미 존재하고요. 물론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거에요. 엄두가 안 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또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거든요.

스케이트보드를 가르쳐주신 분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넘어지지 않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법을 내가 알려드리면, 여기 계신 분들이 다른 여자분들한테 또 알려주라고요. 그런 식으로 스케이트보드 타는 여자들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한 번 해 보세요. 가맹점 가입은… (웃음)

아리: 반대로 강사분들이 DM으로 간혹 물어보시기도 하세요.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종목이 있는데, 추후에 여가여배가 그런 종목을 하게 되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 같다고 먼저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운동이 아니라 다른 카테고리의 수업을 하실 계획이 있냐고 여쭤보시는 분도 있고요.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우는 취지가 너무 좋다고요.

소희: 여성 지도자들이 확실히 좋은 게, 우린 남자들의 숨 쉬는 듯한 맨스플레인에 지쳤잖아요. 심지어 그게 지도자가 되면 더 심해져요. 지긋지긋해요. 저는 아직까지는 여성 사범들, 여성 지도자들한테서는 시혜적이거나 ‘꼰대’스러운 태도를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여자가 가르치는 수업을 듣는 게 훨씬 더 쾌적해요. 나를 밑으로 내려다보지 않으니까.

Q. 강사들을 섭외하는 과정도 궁금하네요.

소희: 여가여배는 트위터의 자식입니다. 처음 제가 ‘당갈뽕’을 맞았을 때 트위터에 올렸어요. ‘나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우는 클래스를 만들고 싶다, 혹시 여기에 동의하시는 주짓수 여자 사범님이 계시면 연락을 달라’고요. 그게 RT가 되게 많이 되고, 실제로 연락이 왔어요. 처음 연락 주신 분과 만나 보고 그대로 섭외를 하게 됐습니다. 2장의 경우 제가 ‘위캔즈’라는 농구단에 소속되어 있거든요. 위캔즈 소속 코치 두 분과 단원들이 함께 와서 도와주셨어요. 3장은 저희가 번외편으로 <운동-부족部族>이라는 전시를 했는데요. 그 때 만난 스케이터와 함께 진행하게 됐습니다.

아리: <운동-부족部族>은 여가여배를 그래픽을 통해서 대표할 수 있는 메인 포스터와 굿즈를 제작해 전시했던 기획이에요. 헤어밴드, 아대, 호루라기, 티셔츠 등을 만들어서 전시도 하고 판매도 했습니다.

Q. 몸을 쓰는 운동이 굿즈 디자인으로 이어진 게 재미있네요.

소희: 저희는 처음부터 굿즈를 생각하고 기획을 했는데… (웃음) ‘기승전굿즈’에요.

아리: ‘여가여배’라는 타이틀이자 팀 명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팀 명을 대표이미지로 쓰는 굿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굿즈 만들자는 얘길 했어요.

소희:사실 팀 명도 굿즈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습니다. (웃음)

아리: 굿즈로 만들기 가장 적합한 레이아웃으로. (웃음)

소희: 기획과 디자인이 동시에 일어나는 거죠. 저희는 굿즈를 당연히 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갤러리 팩토리에서 먼저 제안을 해 주셔서 기회가 빨리 왔어요.

Q. 사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굿즈에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이죠. ‘장비병’이라고도 부르고요.

소희: 중요합니다. 저는 농구 유니폼을 사고 싶어서 알아본 적이 있는데, 인터넷에 ‘여자 농구복’이라고 검색하면 정말 가관이에요. 엄청 웃겨요. 남자들의 농구복은 당연히 기능이 핵심인데, 여자 농구복은 ‘농구복 컨셉 섹시 원피스’인 거에요.

아리: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허리 라인이 잡혀 있다든지.

소희: 짧게 허벅지를 드러낸다든지, 농구 나시를 허벅지 위에 묶는다든지. 우리는 운동을 하기 위해서 옷을 찾는 거고, 그 다음 우선순위로는 멋있고 ‘간지나는’ 걸 찾고 싶은 건데, ‘여성용’이 붙었다는 이유로 남성에게 보여지기 위한 복장이 되는 거죠. 섹시니 뭐니.

굿즈를 기획할 때는 진짜 우리가 원하는 종류의 유니폼 혹은 티셔츠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아리 같은 경우 여가여배 이후에도 농구를 꾸준히 배우고 있는데도 농구화를 아직 못 샀어요. 남자들은 온갖 농구화가 다 있어요. 브랜드별로, NBA 선수들 모델 라인별로, 엄청 다양해요. 그런데 여자들은 일단 사이즈부터 잘 안 나와요. 아리처럼 220, 230 사이즈는 키즈를 신거나 디자인 선택지가 거의 없어요. 우리가 혹시라도 성공하면 이런 운동용품을 다 만들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아리: 나중에는 나이키나 이런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소희: 전 요즘 언더아머로 기울고 있어요. 여성 지도자 분들이 언더아머를 많이 입으시더라고요.

아리: 어디든 열려 있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연락 주세요. (웃음)

ⓒ조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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