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제 추천작을 소개합니다 2. 가족이 울타리가 아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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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제 추천작을 소개합니다 2. 가족이 울타리가 아닐 때

SECOND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씨네 페미니즘 매거진 <SECOND>가 8월29일 개막하는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미리 봅니다. 전세계 쟁쟁한 여성 영화들 중 특별히 <SECOND>가 미리 본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가족이 울타리가 아닐 때

여성에게 가족은 복잡한 의미다. 요즘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여성을 위한 유일한 답처럼 제시된다. 그러나 현실의 가족은 여전히 중요한 삶의 단위이며 거부하기 쉬운 대상도 아니다. 제도를 수용할 것인가, 아닌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가족을 만들 것인지로 향해야 한다. 내가 속한 제도나 집단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이 질문은 비단 가족 문제만이 아니라, 직장과 사회 등 다양한 형태의 울타리 안에서 개인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이 질문을 담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일러스트 이민


갈대, 우거지다

감독 양이슈 / 2018 / 중국 / 105분 / 픽션 / 국제장편경쟁

신문 기자인 샤인은 대도시 난징의 깔끔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남편은 도시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존경 받는 교수다. 겉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샤인의 삶은 불안하다. 친한 동료가 자살했고, 그의 보직은 다른 동료에게 넘어갔다. 샤인이 쓰려는 기사는 번번이 편집장에게 외면을 당한다. 샤인은 지퍼가 고장 나 남편의 아파트에 제대로 짐을 풀지 못하는데, 그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만 같다.

회사 로비에서 샤인은 변두리 마을에서 왔다는 남루한 남성을 만난다. 그로부터 마을에서 벌어진 오염 사건에 대해 들은 샤인은 이 문제에 개발 권력이 개입되어 있다고 느끼고 취재를 결심한다. 영화는 도시 생활을 그린 전반부와, 변두리 마을에서의 여정을 그린 후반부로 나뉘어 있다. 감독은 둘 사이를 구분하는 영화의 중반부에 타이틀을 배치해 변화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마을에서의 경험은 비현실적이다. 샤인의 어린 시절로 보이는 소녀를 만나는가 하면, 신비로운 주술에 빠져 있는 한 무리의 여성들을 보기도 한다. 샤인은 자신을 찾아 왔던 남자를 만나고자 하지만 길을 찾기 어렵다. 영화는 샤인의 여정을 통해 도시와 농촌, 개발과 환경, 여성과 결혼, 임신이라는 이슈를 자연스럽게 통과한다. 영화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으나, 안락한 세계를 떠나 거의 처음으로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는 샤인의 여정을 통해 그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남긴다.


리:플레이

감독 장지혜 / 2019 / 덴마크 / 11분 / 다큐멘터리 / 아시아단편경쟁

이십대 후반의 감독은 오랜 친구에게 이십대 후반을 어떻게 보낼 수 있었는지 묻는다. 그의 친구는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결혼 전에 할아버지와 싸웠던 경험을 들려 준다. 친구의 경험을 담은 짧은 연극이 시작된다. 당시의 대화를 재연하는 배우들이 있고, 당사자인 친구는 그들의 앞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다. 영화는 연극이 수차례 반복되는 동안 변화하는 친구의 모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배우들은 친구에게 묻는다. 당시 상대의 감정은 어느 정도로 격했는지,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자신의 기억을 되감아 타인에게 설명하는 과정은 응어리진 마음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상황과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화는 짧은 프로젝트 필름을 통해 묻고 있다.


여름밤의 소리

정민희 감독 / 2018 / 한국 / 22분 / 픽션 / 아시아단편경쟁

어린 소년 영석은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형과 함께 살고 있다. 삼대가 함께 사는 영재의 집에 할머니의 치매라는 불안이 닥쳐오기 시작한다. 영석은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도 자신에게 할머니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집에 혼자 있을 할머니를 걱정하기보다 친구와 노는 것이 즐겁고, 할머니가 열쇠가 없어 평상에 한참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자신이 그로 인해 혼나야 한다는 것에 더 화가 난다.

그러나 할머니가 병원에 가고서 영석은 그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끌던 유모차를 고치면서, 방에 혼자 누워 잠들면서, 길거리에서 영재를 반갑게 맞았던 할머니의 모습이나 손자가 더울까 부채질을 해주던 그의 존재와 체취, 기억을 떠올린다. 영화는 관객이 영석의 시선에 몰입해 가족 안에서 소외되기 쉬운 누군가를 마음으로 보듬게 만든다. 매미 소리와 연두색 나무, 모기장 등 여름의 정취가 가득 묻은 작품으로 여름을 보내기 아쉬운 시기에 관람하면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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