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pro 5. 박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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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a pro 5. 박채희

이그리트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I’m a pro>에서 다섯 번째로 만난 디자이너는 그래픽 디자이너 박채희.

Q. 당신은?

프린트물 기반의 작업을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전시회의 그래픽 포스터나 도록, 리플렛과 같은 작업을 많이 맡는다. 최근엔 브랜딩 방면의 작업도 하고 있다.

Q. 어떤 디자인을 하기 좋아하는지?

균형을 이루고 맥락이 잘 잡혀 있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디자인. 겉보기엔 추상적인 개념일 수 있지만 자리하는 데에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컵을 디자인하는 데 손잡이가 있는 이유는 컵을 잡기 위한 것이지 않나. 손잡이가 ‘잡는다'는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 맥락을 갖춘 디자인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또, 위치해야 할 곳에 위치하는 디자인.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안그라픽스, 사이먼 가필드 지음)에서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좋아하는 서체, 많이 쓰는 서체, 싫어하는 서체에 관해서였다. 좋아하고 많이 쓰는 서체는 비슷한 서체가 나올 거라고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싫어하는 서체와 좋아하는 서체도 비슷했다는 것인데 아무리 서체가 좋아도 어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거나 마구잡이로 사용되는 서체라면 싫어하는 서체가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디자인의 요소가 적절하게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었는가?

이렇게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 분들이 아마 생각보다 많을 텐데, 입시미술을 하면서 선생님이 디자인을 권해서. 회화 같은 경우엔 작가가 되려면 일찍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디자인은 2년 정도만 해도 대학을 갈 수 있다고 했다. 미술이 좋아서 학원에 왔지만 디자인도 비슷한 맥락이겠거니, 하고 선택을 하게 되는 거다. 막상 공부해 보니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었지만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 지는 3년 정도 되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원하는 작업을 하지 못한다고 느껴 원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퇴사했다. 퇴사를 하고 나서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편집디자인에 대한 일을 많이 경험해 보고 싶어서 대학원도 수료했다. 최근에는 좋은 회사에서 제안도 받았다. 주변에 꾸준히 좋은 작업을 하다보면 회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제안받는 경우가 꽤 있더라.

Q. 프리랜서로는 어떻게 일하게 되었나?

회사를 다니던 중에도 회사 일과 프리랜서 일을 병행했다. 개인적으로 돈이 안 되더라도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싶어서.

Q. 프리랜서는 언제나 일감이 일정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 같다.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다스려야 하는 부분인 게 맞다. 프리랜서는 혼자서 일하는 사람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그러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괴로워지고… (웃음). 적당히 우울감을 조절하는 동시에 다음 일을 따기 위한 홍보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주변에서 꾸준히 일하는 프리랜서들을 보면 긍정적인 생각과 활동, 그리고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걸 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가 동시에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겠다.

Q.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은 디자인을 하는 시간보다 디자인을 하기 위한 시간이 더 많이 소모된다고 볼 수 있을까.

맞다. 그래서 그것을 줄이려고 나름의 체계를 개발하고 지속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메일로 클라이언트와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반나절이 가는 날도 있는데, 메일로 시안을 주고받을 때 일종의 형식을 정해 메일을 작성하는 데 드는 시간 자체를 계속 줄여나가는 식이다. 그리고 게으름을 퇴치하기 위해 일단 집에서 나가야 한다. (웃음)

Q. 해 왔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작업을 소개해 달라.

처음 프리랜서로 일했던 일러스트와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독립예술 소식지 월간신문 <새>의 일. 로고부터 전반적인 편집 레이아웃까지 전부 맡아 손댔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작년엔 두성종이에서 후원한 <슈퍼서피스> 전시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작업을 했는데, 4개월 정도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그때 전반적인 그래픽 기획부터 시작해서 리플렛, 도록, 웹디자인까지 함께했다. 웹디자인의 경우 다른 분과 협업을 했지만.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작업의 경우, 영문과 한글을 같이 배치해야 하는 도록 작업인데, 전에 해 보지 않았던 부분이라 새롭게 공부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Q. 앞으로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디자이너를 계속 하고 있을까?

계속하고 있지 않을까. 전업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디자인을 계속 한다는 의미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그렇게 하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는 매번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고민한다. 단순하게 힘들 때 그런 생각을 한다. 다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 그래도 끝까지 해 보지 않았으니까 모른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Q.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장점을 꼽는다면?

타이포그래피 사용을 맥락에 맞게 사용하려고 한다는 것과 클라이언트 말을 듣는 디자이너라는 것. 처음 회사에 다니면서 일을 했을 때엔 클라이언트의 말을 듣기보단 내가 아는 지식을 클라이언트에게 설명하곤 했다. 나는 디자이너고, 클라이언트는 클라이언트니까 디자인으로 설득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클라이언트의 말을 듣는다는 의미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 안에서 최악의 결과물을 막는 방안 혹은 조금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뜻이다. 특히 상업적인 작업을 할 때 그런 편이다. 정해진 방향성을 내가 바꾸려고 설득한다기보단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부분과 디자인적으로 가지고 가야 할 방향을 최대한 소통하며 작업하려고 한다.

Q. 디자이너로서 일할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 나를 가장 편하게 하는 것을 각각 한 가지씩 꼽는다면?

힘들게 하는 것을 여러 개 꼽아도 되나? (웃음) 첫번째는 여러 형태의 확장자로 파일을 넘겨주는 건데, 예를 들면 이미지를 파워포인트 파일 안에 넣어서 주는 것 같은. 디자이너를 괴롭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두번째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많은 경우다. 깔끔하게 1, 2, 3차 시안과 최종 시안 정도로 진행하면 좋은데 중간에 샘플 시안을 두세 번씩 요구하는 경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세번째는 수정사항을 전화로 얘기하는 것. 

사실 이 세 가지의 경우, 디자이너와 일하는 클라이언트의 ‘돈 두 댓'에 해당하는 것 같다. 기본 매너에 해당하는데 진짜로 잘 모르는 클라이언트들도 많은 것 같고. 매너의 문제 뿐만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일이 잘못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하나의 파일을 가지고만 작업해도 오탈자가 생기는데 여러 개의 파일을 사용하는데다 수정사항을 전화로 받는다면… 음. 반대로 나를 가장 편하게 하는 것으로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항의 반대를 꼽으면 될 것 같다. 파일의 형태가 정리되어 있는 것과 디자인 프로세스가 명확하게 축약되어 있는 것.

Q.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외국 스튜디오에서 일해보고 싶다. 제품 콜라보레이션도 좋고. 책 작업도 좋고.

Q. 디자인 업계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고정관념이나 습관을 한 가지 꼽는다면?

최근에 디자이너 지인이 많은 클라이언트의 작업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 지인들이 아마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 베리에이션을 해 줬던 것 같다. 그것을 고스란히 나에게 요구하면서 쉬우시잖아요, 라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디자이너를 만만하게 대하는 태도를 부딪혔을 때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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