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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14. 에필로그

신한슬

시작은 소박했다. 어디나 그렇듯 한국 사회에서 ‘사람’의 전제는 남자다. 그러니까 건강해지려고, 운동이 좋아서, 일상에 활력을 주려고 운동을 하는 ‘사람’은 남자다. 여자? 여자는 ‘사람이기 이전에 여자라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다르다. 살 빼서 ‘인생역전’을 하거나 ‘여름을 대비’해 ‘비키니 몸매’를 ‘준비’하려고 운동을 한다. 헬스, 요가, 필라테스 등 수많은 운동업계가 여자를 그런 식으로 취급한다. 그냥 인간의 기본형 중에 하나가 아니고, 그저 몸매나 외형을 가꿔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그래서일까? 운동업계는 툭하면 여성을 모욕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려고 든다. 손님은 왕이라는데 이상하게도 왕을 모...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13. 복싱

신한슬

비용: 1달 12만원 (장기 등록 시 할인) 글러브 3~4만원대(필수), 붕대 8000~1만원대(필수), 시합용 마우스피스 1만원대, 복싱화 5~6만원대부터 운동 방식: 다대일 강습 시설: 탈의실, 샤워실   S씨는 3년 간 복싱을 배웠다. 어릴 때 <더 파이팅>이라는 만화를 본 이후로 항상 복싱에 로망을 갖고 있었다. 특히 필살기처럼 사용하는 어퍼컷을 배우고 싶었다. 무엇보다 뭔가를 때리고 싶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것도 잘 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운동 중에 복싱을 골랐다. 오해 복싱은 한 때 국민 스포츠였고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프로 복싱 경기의 이미지가 익숙한 사람들은 복싱을 배운다고 할 때 대부분 비슷한 걱정을 한다. 첫째, 심각한 폭력에 노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무시무시하게 시퍼런 멍이 들고, 코가 부러지고, 망막박리가 일어나는 것이 복싱 아닌가? 프로는 그렇다. 취미는 아니다. 헤드기어와 보호대를 모두 착용하고, 프로보다 훨씬 가벼운 글러브를 쓴다. 푹신푹신하다. 물론 맞는 게 유쾌하진 않다. S씨는 특히 머리를 맞을 때마다 기분이 나빴다. 배나 가슴 부분을 맞으면 특히 아프다. 하지만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로 폭력적인 상황은 없다. S씨의 부모님도 처음에는 복싱을 배운다고 했을 때 심각하게 걱정을 하셨지만, 막상 스파링 영상을 보자 S씨의 활약에 즐거워하셨다고.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S씨는 3년 간 복싱을 배웠다. 어릴 때 <더 파이팅>이라는 만화를 본 이후로 항상 복싱에 로망을 갖고 있었다. 특히 필살기처럼 사용하는 어퍼컷을 배우고 싶었다. 무엇보다 뭔가를 때리고 싶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것도 잘 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운동 중에 복싱을 골랐다....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12. 수영

신한슬

비용: 주 3회 1시간 강습 8만원, 라커 5천원 운동 방식: 다대일 강습 산과 바다,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그 어떤 심리테스트가 물어봐도 나는 항상 바다를 택했다. 바다가 아니라면 계곡. 계곡이 아니라면 강. 강이 아니라면 수영장도 좋다. 인생의 가장 우울한 순간에도 나는 물을 보면 기분이 들떴다. 절대 참지 못하고 첨벙 뛰어 들어갔다. 바다에도 수영장에도 몸만 담그면 정말 물 만난 물 포켓몬처럼 신명을 내며 놀았다. 수영을 할 줄 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바닥에 발이 안 닿는 깊은 물에서도 겁먹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물론 물살이 센 곳이나 바다에서는 까불지 말고 해안 근처에서 놀아야 한다). 호흡하는 타이밍을 안다는 것. 튜브 없이도 둥실둥실 스스로의 힘...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11. 검도

신한슬

비용: 도장 등록 1달 15만원(주 5회 1시간 강습 및 자유 이용), 도복 3만원부터 수십만원까지, 호구 약 20만원부터 수십만원까지, 죽도 1만원대부터 다양. 운동 방식: 다대일 수업, 1대1 대련 인생에서 요리와 공작을 제외한 용도로 칼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있으면 큰일이다.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용도로 칼을 든 적이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그게 용인되는 스포츠가 있다. 검도다. 얼굴을 가리는 거대한 방어구와 커다란 소리를 내는 멋진 죽도. 정중하고도 공격적인 찌르기. 검도는 확실히 특별한 로망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로 가득하다. J는 초등학교 때 검도를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어머니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J의 어머니는 딸에게 발레보다 검도의 로망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검도는 초단부터 8단까지 승급 심사 시험과 수련 연차를 바탕으로 단수가 정해진다. 초단은 1급 심사를 본 뒤 3개월이 지난 다음 심사를...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10. 여가여배 (2)

신한슬

2018년 4월25일, 영화 <당갈>이 국내에서 개봉했다. 인도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국제대회 금메달을 수상한 여성 레슬러 ‘기타 포갓’과 자매들의 이야기다. 레슬링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 자매들은 남자들을 두들겨 패고, 여자 레슬러를 본 적이 없어서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인도인들의 편견을 실력과 승리로 부순다. 강소희씨는 <당갈>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차오르는 ‘당갈뽕’에 당장 레슬링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찾아보니 레슬링과 유사하지만 조금은 더 대중적인 주짓수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남자 사범들의 맨스플레인을 견디고 싶지는 않았다. 몸을 부딪히며 하는 운동인데 남자들 틈에서 하기도...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9. 여가여배 (1)

신한슬

여자가 배우고 여자가 가르친다.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를 연재하면서 만난 여성 ‘운동러’들이 입을 모아 원했던 환경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들 중에는 이런 질문도 있었다. “여자 코치도 있나요?” 홈 트레이닝, 필라테스, 폴댄스의 경우 여자 코치가 대부분이었다. 함께 운동하는 동료들도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그걸 장점으로 꼽는 여성이 많았다. 킥복싱, 스포츠 클라이밍, 테니스, 주짓수, 스쿠버다이빙의 경우 여자들끼리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쉽지 않았다. 이런 운동을 하는 여성 ‘운동러’들은 그만큼 간절하게 여성 코치를, 여성 동료를 원했다. 이미 여성 코치가 있는 경우에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8. 스쿠버 다이빙

신한슬

비용 : 320달러(2박 3일 숙박비, 장비대여비, 오픈워터 자격 신청비 포함) 운동 방식 : 다대일 강의 나는 물이 좋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다. 시뻘건 고무 대야에 호스로 받은 물 속에서 찰박거리는 것도, 뜨끈한 노천 온천에 할머니와 엄마를 따라 들어가는 것도, 차가운 계곡물에 뛰어 들어가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바다는 특별했다. 바다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공기가 아닌 다른 물질로 몸 전체를 감싸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다. 물론 매우 깊은 수영장에서도 가능하지만, 그런 곳은 많지 않으니까. 초등학교 때 YMCA에서 몇 년 간 수영을 배운 이후로는 튜브가 없어도 바다가 무섭지 않았다. 규칙적인 한편 예측할 수 없는 파도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둥실둥실 떠 있는 것도, 그 파도를 가르고...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7. 주짓수

신한슬

비용: 1달 13만원, 주 5일 저녁 6시30분부터 11시까지 자유 이용, 도복 10만원(최소) 운동 방식: 다대일, 준비운동-기술 전수-스파링 N씨는 2014년부터 햇수로 5년 차 주짓수를 했다. 주짓수는 브라질에서 시작된 무술로 흰띠부터 블루, 퍼플, 브라운, 블랙 벨트가 있다. 일반적으로 흰띠에서 블랙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N씨는 지난 달에 퍼플 벨트를 받았다. N씨가 다니는 도장의 여자 관원 중 가장 실력자다. 관장이나 사범을 제외하면 남자 관원들까지 합쳐도 상급자에 속한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N씨는 주짓수가 뭔지도 몰랐다. 그저 혼자 하는 헬스가 너무 재미없어서 상대방이 있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찾아보니 학교 근처에 (당시 대학생이었다) 가라데 도장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 보니 관장이 가라데와 주짓수 이중전공자(?)였다....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6. 폴댄스

신한슬

비용: 강습비 3개월(24회) 48만원, 폴복(필수 아님) 풀세트 약 5만원 운동 방식: 다대일 강의 K는 회사 내 어떤 팀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볼 때마다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건 폴댄스를 하는 모습이었다. 때로는 실루엣이 잘 보이는 사진이고, 때로는 짧은 영상이었다. 기다란 철봉에 매달려 발레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기하학적이기도 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모든 사진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턱을 당당하게 치켜 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종류의 설렘을 불러 일으킬 만큼 멋진 사진들이었다. K는 특히 팀장의 근육 잡힌 몸매를 눈여겨봤다. 단순히 마르고 날씬한 게 아니라 탄탄하고 강해 보이는 점이 좋아 보였다. 찾아보니 마침 직장 근처에 폴댄스 스튜디오가 있었다. K는 똑같은 계...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5. 테니스

신한슬

비용: 강습비 1개월 주2회 13만원, 주3회 15만원, 주4회 18만원. 라켓 15~20만원 운동 방식: 코치와 20분 간 1대1 레슨 후 자유롭게 코트 이용 편의시설: 없음 Y씨는 라가와 마리모의 <저스트 고고(전 32권)>라는 테니스 만화를 좋아한다. <아기와 나>로 유명한 작가가 고등학교 남자 테니스부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한국에서는 절판됐다. 하지만 Y씨는 전권을 소장하고 있다. 스포츠와 순정 멜로 장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걸 읽고 나니 테니스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만화 속에서는 남자 주인공들만 테니스를 하지만, 실제로는 그래야 된다는 법도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저스트 고고>는 읽어 본 적이 없지만 우라사와 나오키의 <해피>를 좋아한다. <해피>는 테니스 선수인 여자가 주인공이다....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4. 스포츠 클라이밍

신한슬

비용: 1개월 자유이용권 10만원, 강습비 5만원 운동 방식: 주 3회 자유롭게 이용 편의시설: 사물함, 샤워실, 초보용 클라이밍화, 초크백, 테이프 W씨는 <트레이너와 나>를 보고 운동하는 여자로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가장 처음으로 핀치에 연락을 주신 분이다. 아직은 조금 더웠던 9월 첫째 주, 서울의 조용한 카페에서 W씨를 만났다. W씨는 살면서 꾸준히 할 만한 운동이 한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방황했다. 요가나 헬스처럼 정적이고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운동보다는 기왕이면 ‘간지 나고’ 활동적인 운동을 하고 싶었다. 체험 수업이 유용했다. 주짓수와 폴댄스, 윈드서핑을 한 번씩 해봤는데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든지, 취향이 아니라든지, 너무 비싸거나 날씨에 좌우가 많...

트레이너와 나 시즌 투 3. 필라테스

신한슬

비용: 5개월 40회(1회 50분) 76만원 운동 방식: 횟수 제한 안에 가능한 시간대의 그룹레슨 신청. 1~6인 수업. 편의시설: 사물함, 샤워실 필라테스 K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몸이 가느다랗다. 16년을 알고 지내는 동안 언제나 그랬다. 여자가 운동을 하는 유일한 이유가 ‘얇고 마른 몸매를 위해서’ 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K를 소개해주고 싶다. K는 나에게 각자 주간 운동 목표를 세우고, 운동을 하지 않는 날에는 1000원씩 저금하는 계좌를 만들어 소액 저축과 운동 독려를 동시에 하자는 천재적인 제안을 해 줬을 정도로 나름대로 성실한 운동인이다. K가 운동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근력 거지”였기 때문이다. K는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 쉬어야 하는 유산소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2017년 3월부터 집 근처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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