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미즈킴씨 6. 35세 양송희씨

생각하다30대여성의 삶인터뷰

80년대생 미즈킴씨 6. 35세 양송희씨

미즈킴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저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양송희입니다. 준오헤어의 헤어디자이너로서 16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가든IFC몰점 원장이기도 하고요.

2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헤어샵의 원장이 됐네요.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이었나요?

그렇다기에는 예전에도 일찍 미용을 시작하고 더욱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배님들이 많았어요. 저보다 더 일찍 원장이 되신 분들도 있었고요. 그 분들에 비하면 저는 아직 너무나 부족하죠. 

훌륭한 스승님을 만나고 주변에 보고 배울 수 있는 뛰어난 선배들이 있었기에, 좀 더 일찍 리더의 길을 걷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무엇보다 지금까지 함께해주신 고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16년,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삶

저는 준오헤어에서 저의 모든 미용 역사를 거쳤어요.

준오헤어는 보통 인턴을 2년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해요. 저는 성신여대 2호점에서 첫 인턴을 시작했죠. 디자이너 입봉 직전의 마지막 인턴 레벨을 ‘주니어 스타일리스트’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는 노원문화의거리점에서 활동했어요.

인턴 기간 내내 연습에 매진했어요. 저는 충북 영동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자라서 그 때는 서울에 친구도 많지 않았고, 사실 놀 줄도 잘 몰랐거든요.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덕분에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죠(웃음). 결과적으로 졸업과 함께 모든 시험에서 한 번에 패스하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당시의 저는 열심이었지만 센스도 눈치도 노하우도 부족했어요.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미용인의 성지라 불리는 이대점에 디자이너 지원을 했어요. 좋은 성적 덕분에 다행히도 원하는 매장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죠.

이후 이대에서 9년간 일했어요. 좋은 고객님들을 만나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의미와 사명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27살에 이대3호점 지점장으로 승진했고, 2년 뒤에는 강서구청점 원장이 되었습니다. 33살에 가든IFC몰점 원장이 되어 현재까지 헤어디자이너이자 한 지점의 리더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왜 헤어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정했나요?

사실 처음에는 미용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서울에서 돈을 벌고 계시는 부모님이 있었지만, 저는 할머니 품이 너무 좋아 유년기, 청소년기를 모두 할머니와 함께 단둘이 살았어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컸기 때문에 미용이라는 것에 대한 인지도도 없었고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참 많았어요. 중학교 시절에는 좋아하던 H.O.T를 보고 싶어 가수를 꿈꾸기도 했어요. 실제로 전화로 오디션을 보기도 했고요.(웃음) 

고등학교 때는 당시 유행하던 호텔리어 드라마를 보고 잘 나가는 호텔리어가 되고 싶었죠. 그래서 호텔경영학과를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다행히도 호텔경영학과로 유명한 대학교에 합격하게 됐어요.

하지만 합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위암에 걸려 수술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버지의 병원비와 나머지 가족들의 생활비로 집이 한 순간에 빚더미에 앉게 되었어요. 매일 찾아오는 카드회사 직원들, 돈 갚으라는 독촉전화,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 매일 힘들게 하루하루 근근이 이어가며 일하시던 엄마의 얼굴, 어린 남동생, 그리고 시골에 계신 할머니...

그 당시엔 벽처럼 느껴지던 대학 등록금을 차마 감당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렇게 기다리고 들어가길 소망했던 대학교 입학을 눈앞에 두고도 집안 사정으로 가지 못하는 사실이 너무 힘들어 하루 종일 울기도 했고요. 그렇게 울다 지쳐 옆에 누워계신 아버지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어요. 그 때 마음을 고쳐먹고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알아보고 찾아본 게 바로 미용이었어요. 엄마의 권유도 있었어요. 예전에 친척언니가 운영하던 미용실을 엄마가 잠시 맡아 운영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는 미용이라는 길이 전문직으로 참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일러스트 이민

미용이 싫었던 열아홉의 나

처음에는 미용을 하기 싫었어요. 어린 마음에 미용은 왠지 공부 못하는 친구들이나 하는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학창시절에도 공부를 열심히 했고 나름 잘했던 제 자신에게 용납이 안 되기도 했어요.

결국 엄마 손에 이끌려 미용학원에서 미용자격증을 따게 됐지만요. 그러다 취업을 고민하는 와중에 무작정 준오헤어 성신여대2호점에서 면접을 보게 됐죠. 멋진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게 제 미용의 시작이었어요

사실 처음엔 많이 어렵고 힘들었어요. 처음 하는 사회생활에 센스도 부족해서 매일 혼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때 서서히 알았던 것 같아요. 손으로 하는 직업의 매력을, 사람을 만나며 느끼는 즐거움과 감사함을, 그리고 하나하나 배워가며 성장해나가는 것의 매력을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고객과의 관계에서 감정 노동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 직업을 유지하면서 특별히 힘든 점이 있다면요?

시간이 지나면서 힘든 부분보다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즐거움이 더 큰 것 같아요. 다행히도 헤어디자인이라는 업무 자체가 한 가지 일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취향과 조건을 가진 고객들의 모발의 특성과 스타일에 따라 무한하게 달라질 수 있기도 하고요.

물론 스타일 상담을 하다 보면 고객이 어떤 머리를 해야 어울리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몰라서 상담을 1시간 넘게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경력이 쌓일수록 무엇이든 당황하지 않고 고객과 함께 헤어스타일에 관해 서로 조율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일이 더 쉬워지고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결국 미용은 사람을 위한 직업입니다.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기분 전환에서부터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심리적인 부분까지도 함께 하는 직업이지요. 과거에는 머리만 잘하면 되는 시대였지만, 요즘에는 서로의 이야기와 생각을 나누는 것이 미용실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통이 미용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 것 같아요. 저 또한 고객들과 고민을 나누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고 생각해요.

여성이 많은 직업군이긴 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느끼는 한계점도 있을 것 같아요.

헤어디자이너라는 직업은 한계가 없는 직업인 것 같아요. 최근엔 미용대학도 많이 생겼지만, 학벌이나 어떤 특정한 조건이 필요치 않은, 몇 안 되는 기회의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만큼 인정 받고 성장할 수 있는 직업이지요. 

저 역시도 집안 환경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을 때, 한 살롱의 원장이 될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일하는 즐거움을 가지고 고객과의 만남 속에서 배워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어요. 좋은 회사, 좋은 선배, 좋은 스승을 만나 이렇게 큰 살롱의 리더가 될 수 있었고요.

오히려 여성이기에 더 감사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은 직업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섬세함이 필요한 영역인데,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여성 고객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고 공감할 수 있다고 느끼거든요.

나 자신만을 위해 하는 일

일단 체력관리에 많이 신경 쓰려 하고 있어요. 종일 서서 일하는만큼 매일 밤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1시간씩 해요. 

조용히 카페에 앉아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해요. 끄적거리며 적는 글귀 하나가, 어떨 때는 제 자신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의 원천이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악기를 배워볼까 생각 중입니다. 몇 년 전 처음 기타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한동안 너무 바빠져 배우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감정과 마음을 담아 나만의 리듬을 만들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러스트 이민

대한민국에서 30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여성의 30대는 인생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기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능력을 더욱 능동적으로 빛나게 만들고, 스스로 즐기는 삶으로 이끌어 가는 시기라는 걸 느껴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살지 못하는 30대 여성도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삶의 방향과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내가 아닌 남을 위해서 살아가거나 주어진 환경에 순응해 살아가요. 누군가는 틀에 박힌 사회적 고정관념에 나 자신을 희생하거나 타협하기도 하고요.

예컨대, 능력이 탁월해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렇지만 ‘결혼은 해야 할 시기에 해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과 사회적 통념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많은 선을 본 뒤에 결혼을 하게 됐죠. 결혼 후에도 첫 임신을 해야 하는 시기, 둘째를 낳아야 하는 시기 등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경력 단절에 재취업이 힘들어지고 말았어요. 그렇게 유능하던 친구가 일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현실이 참 속상하더라고요.

어떤 결정이든, 세상의 시선보다는 나 자신의 의지와 생각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 부분이 여전히 어렵지만요.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삶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찾아가는 게 인생의 숙제이자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30대에 꼭 해야 하는 일은 남이 아닌 내가 정하고, 내가 만드는 것 아닐까요? 그럴 만한 충분한 경험과 현명함이 있는 시기니까요.

나의 목표, 나의 꿈

일단 주어진 일에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후회 없는 삶이란 없겠지만, 적어도 미련은 남기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늘 진심과 마음을 담아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리더이자 선배로서 후배들의 역량을 더 이끌어 내고 성장시켜 줄 수 있는 성장 파트너가 되고 싶어요. 저 역시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누군가의 방향을 함께 잡아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아가 어떠한 타이틀이나 직권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있는 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고 그 의미에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저의 꿈입니다. 먼 훗날에는 살아가면서 느꼈던 경험과 감정을 담은 책도 써보고 싶네요.

핀치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2019년 하반기 헤어 스타일

요즘은 무겁게 느껴지는 스타일보다 가볍게 모발의 결과 흐름을 만드는 라이트한 스타일이 유행입니다. 레이어드 컷이나 레이어드 펌과 같이, 두상에 볼륨을 만들어주고 모발을 쓸어넘길 때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인기입니다. 하나의 컬러가 아닌 전체적인 헤어의 음영을 이용해 피부톤과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세미 하이라이트를 많이 시도하고 있고요.

헤어스타일은 나를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정해진 유행에 나를 맞추기보다, 내가 타고난 개성을 잘 표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헤어디자이너와 긴밀히 상담해 보세요. 나에게 잘 맞고 편안한 헤어가 무엇인지 찾아가고 만들어 가는 용기와 시도가 제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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