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생각하다여성의 노동경력단절인터뷰

나는 결혼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해일

생각보다 훨씬 많이, 훨씬 가까이에 있다. 방금 전화한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거나, 집 앞 마트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 있다. 어쩌면 당신의 어머니일지도 모른다. 경력단절여성 얘기다. 결혼하고 나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던 두 여성, 명희 씨와 은실 씨를 만나 보았다. 

명희 씨는 결혼 전에 현대자동차 사무직으로 일했다. 

“넉넉했어요, 그 당시에는. 정규직이었고, 그 당시에는 계약직이니 뭐 이런 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취업하자마자 바로 정규직이었고, 임금도 괜찮아서 넉넉하게 저축하면서 생활할 수 있었어요.” 

은실 씨는 출판사 직원이었고, 그 다음에는 과외 선생님이었다. 일 주일에 두 명 정도를 가르쳤고 생활은 혼자 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여자 혼자서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절약해서 살면.”

출판사 일은 그의 성격에 아주 잘 맞는 일이었다. 지금도 은실 씨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출판사 일을 꼽는다. 

왜 직장을 그만두셨나요?

“울산에서 일하다가 결혼하면서 서울로 올라오는데, 그때 이제 서울 본사에 자리가 없어서…. 결혼하면서 그만두게 됐죠.” 

“결혼하고서 임신이 잘 안 됐어요. 임신이 잘 안 되고 나서 애들을 보는 게 좀 힘들어졌어요. 사는 지역이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됐거든요. 거기서는 과외를 한다는 게 쉽지가 않았아요. 불임 병원엘 가야 했었고요. 그래서 직장을 그만둬야 했죠.”

두 사람은 결혼하면서 남편을 따라 살던 지역을 떠났다. 실제로 경력단절여성이 일을 그만둔 사유는 결혼(k41.6%), 육아(31.7%), 임신‧출산(22.1%) 순이다. 두 사람에게 왜 남편이 아니라 본인이 일을 그만둬야 했는지 물었다.

"어쩔 수 없었죠. 남편이, 그래도 가장이 일을 해야 하고, 저는 아기 계획이 있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그런 관습이 있잖아요. 그래서 대부분 여자들이 그만두게 되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건 이 그림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결혼하고 임신을 하게 되면 이전에 하던 일이 무엇이든, 또 남편과 임금 차이가 크든 적든 자연스럽게 집에 남아야 하는 쪽은 여성이었다. 일을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지 물었다.

“가끔 그냥 계속 다녔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고 나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을 때는, 돌아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해요.”

아이가 자라고 나서 여유가 조금 생기자 두 사람은 다시 일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이미 한 번 경력이 끊겼고 아이도 있는 여성이 이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가 자라고 나니까 시간이 좀 많아졌어요. 많아지고 나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출판사는 그만둔 지가 너무 오래 되었고, 또 야근이 많은 직업이에요. 그래서 할 수 없었고, 과외는 이제 하기에는… 새로운 학습법을 가르치기에는 제가 너무 나이가 많은 거예요. 젊은 과외 선생님도 많고.”

그쵸, 다 그런 쪽이죠. 들어오는 일들이 다 그런 쪽 뿐이었죠.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고용이 불안정했고, 근로 시간이 길었지만 임금은 낮았다. 실제로 경력 단절 후 취업을 하면 경력 단절 전과 비교해 월급이 평균 50만원 정도 깎인다.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여성지원과의 조사 결과, 경력 단절이 없는 여성의 월급은 평균 204.4만원이었다. 취업한 경력단절여성의 월급은 평균 149.6만원이다.

은실 씨는 마트에서 일자리를 구했고, 명희 씨는 콜센터 상담원 교육을 받았다. 두 사람에게 왜 마트 일을 구했는지, 또 왜 콜센터 상담원 교육을 받았는지 물었다.

“다 그런 쪽이죠. 들어오는 일들이 다 그런 쪽 뿐이었죠.”

은실 씨는 마트에서 시식을 권유하는 일자리를 얻었다. 계속 서 있어야 하고, 무거운 물건을 날라야 하는 힘든 일이다.

“서 있는 직업이다 보니까 다리가 많이 부어요. 자다가 자꾸 쥐가 나서 깨는 거예요. 다리가 아파서… 그것 때문에 그만두는 게 많았어요. 대부분 이렇게 일을 오랫동안 하다가 그만두시는 분들 보면, 하지정맥류라고 하나? 그것 때문에 그만두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또 무거운 것을 나르다 보니까…. 마트에서 서 있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제품 같은 것도 날라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손목이나 이런 관절 같은 데 무리가 많이 가죠.” 

그러나 은실 씨는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육체노동보다 감정노동을 꼽았다.

“일이 힘들 때는 육체적인 것도 힘들지만, 진상 손님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 상대하는 게 힘들었어요. 휴식 공간이 없으니까, 그런 것도 그렇고.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이제 일을 하는 건 좀 힘들 것 같아요.”

은실 씨는 마트 일을 하다가 어깨를 다쳤고, 일해서 버는 것보다 병원비가 더 나간다고 생각해 곧 일을 그만두었다.

“나가서 돈을 벌자니 건강까지 해쳐 가면서 돈을 벌어서 나한테 이득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집에 있는 것 같아요.”

재취업 교육을 받다

명희 씨는 재작년에 약 두 달 동안 서울시의 평생학습 프로그램 지원사업으로 콜센터 상담원 교육을 받았다. 약 서른 명 정도의 교육생이 고객 응대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배웠다. 콜센터 상담원은 보통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한다. 그는 교육을 이수했지만, 아직 집에 미성년 자녀가 있어 풀타임으로 일하기는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취업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함께 교육을 받고 취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 당시에 제 주변에 몇 분이 취업을 하기는 했었습니다. 오래 하지는 못했어요. 왜냐하면 근무 시간이 길고, 임금은 그 정도가 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환경이 좀 열악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5개월 정도 근무하다가 다른 분들도 그만둔 걸로 알아요.”

그래도 계속해야죠

영화 ‘위로공단’(2014) 스틸컷

다시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에게 취업의 문턱은 높고 일자리는 험하다. 그래도 명희 씨는 계속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일당을 받으며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시간을 쪼개서 공부 중이다. 그래도 집안일은 아직 전부 명희 씨 몫이다.

“취업은 해야죠. 뭘 해야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공부는 해야겠다 생각은 하고 있고. 그래도, 아이들을 키웠던 그게 있으니까 그걸 가지고 뭔가 해봤으면 좋겠다, 그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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