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vourites 8. 민필리아

핀치 타래리뷰취미여성서사

Favourites 8. 민필리아

'민폐리아'라는 오명을 넘어

타래 에디터

<파이널판타지 14>의 스토리가 어느덧 홍련의 후반부까지 흘러갔다지만,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기억할 NPC가 있다. 바로 새벽의 혈맹 맹주인 민필리아다. 플레이어인 모험가가 <파이널판타지 14>에서 성장하는 서사에 큰 영향을 끼치며 자주 교류하게 되는 민필리아는 신생 에오르제아 시절 뿐만 아니라 홍련의 해방자까지도 꾸준히 게임의 메인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 나는 <파이널판타지 14>를 플레이하기 전부터 민필리아라는 캐릭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할만한 게임이 없는지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눈팅하다가 그 악의적인 별명을 먼저 접했기 때문이다. ‘민폐리아' 말이다. 그가 ‘민폐’를 끼친다며 커뮤니티에서 재가 되도록 까이는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자꾸 끌려가서 구출해 줘야만 함 2) 이리저리 오라가라 함 - 이 과정에서 한 번에 이동이 안되는 번거로운 지역에 위치해 있어 귀찮음이 두 배.  

하지만 정작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민폐리아라는 별명은 얼마나 그에 대한 오명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에오르제아의 기존 세력이 등한시하는 모험가, 즉 플레이어 캐릭터를 이끄는 새벽의 혈맹 맹주이며 모험가를 위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수고했어요,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모험가에게 그런 인사를 진심으로 건네는 것도 모험가에게 일을 부탁하는 수많은 NPC 중 민필리아 뿐이다.  

민필리아는 모험가와 같은 ‘초월하는 힘'을 지닌 캐릭터로 모험가의 능력과 한계, 고민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모험가가 영웅의 길을 걷도록 끊임없이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한다. 그의 이러한 설정 중 어디가 과연 민폐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과연 정치력이 있지만 전투능력이 없는 모든 NPC가 게임 중에서 이와 같은 ‘민폐'의 혐의를 받는가? 민폐리아라는 별명만큼 한국의 여성혐오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민필리아가 가진 사연, 그리고 어떨 때엔 ‘민폐'로 느껴질 만큼 우직하게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는 이유를 차차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민필리아가 잘 만들어진 질서선 성향의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의 선택은 너무나 숭고하고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이타심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되려 처음엔 식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100점짜리 여성 주인공만 필요한 게 아니니까.

SERIES

Favourites

타래 에디터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13. 대화하는 검도..?

상대의 반응을 보며 움직이라는 말

이소리소

#검도 #운동
스스로를 돌이켜보기에, 다수의 취향을 좋아하는 데 소질이 없다. 사람들이 아이돌이나 예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체온이 2~3도는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대화에 섞일 적당한 말이 뭐 있지?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 뭐라도 이야깃거리를 던져보지만 진심이 없어서인지 어정쩡한 말만 튀어나온다. 결국 혼자 속으로 “난 만화가 더 좋아.."라며 돌아서는 식이다. 맛집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어째 운동 취향도 마이너한 듯하고.....

[제목없음] 일곱 번째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제목없음

#여성서사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참으로 어렵다. 나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되물어봤다. 그리고 의심했다. '저 사람은 만나도 괜찮은걸까?' '내가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 처음에는 설레기도 하고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은걸까? 순간의 감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에는 좋으니까로 결론이 난다. 좋은걸 어떡하나? 만나야..

말 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4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상속인 조회 서비스 조회 완료 후 한 달 정도는 은행과 보험 정리에만 매달렸다. 사실 지점이 많이 없는 곳은 5개월 여 뒤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는 자동차 등을 정리했고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 상속인 조회 서비스에 나온 내역들을 한꺼번에 출력해 철 해 두고 정리될 때마다 표시해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현금수령인지 계좌이체인지 등)를 간략하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정리하기 편하다. 주민..

비건 페미 K-장녀 #1 가족의 생일

가족들과 외식은 다이나믹해지곤 한다

깨비짱나

#페미니즘 #비건
다음주 호적메이트의 생일이라고 이번주 일요일(오늘) 가족 외식을 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다양한 스트레스의 요인들이 물밀듯이 내 머리속을 장악했지만 너무 상냥하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일요일에 시간이 되겠냐고 오랜만에 외식 하자고 너도 먹을 거 있는 데로 가자고 묻는 말에 못이겨 흔쾌히 알겠다고 해버린 지난주의 나를 불러다가 파이트 떠서 흠씬 패버리고 싶은 주말이다. 이 시국에 외식하러 가자는 모부도 이해 안가지..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