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그렇다면 딸의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종종 할머니의 손녀 사랑은 놀랄만큼 엉뚱하다. 언젠가 우리 할머니는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씀하셨다.
우리 손녀는 얼굴도 참 예쁘다. 그런데 턱만 살짝 깎으면 미스코리아 해도 되겠다.
도대체 이게 무슨??? 할머니는 나의 외모를 칭찬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양악수술을 권하고 싶은 것인가??? 감당할 수 없는 할머니의 열린 마음(?)과 독특한 손녀 사랑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정작 할머니는 그런 말을 한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신다!
넷플릭스 시트콤 <원데이앳어타임>의 리디아 리에라도 엉뚱하고 개성적인 할머니다. 이혼한 딸과 손자, 손녀와 함께 사는 리디아는 이 시트콤 전체의 최강의 활력소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자 전형적인 쿠바나. 리디아는 구세대의 편견을 대표하지만 희한하게 열린 마음도 가지고 있다. 하느님이 남자라고 굳게 믿는 이유가 “여자라면 이렇게 세상이 엉망일 리 없다”는 거라든지. 손녀의 커밍아웃에는 의외로 쿨하다든지.
리디아의 이런 모순은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리디아는 딸과 손녀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한 번 그들의 입장에 서기만 하면 너무나 변해버린 현재의 세상도 쉽게 받아들인다. 어차피 모순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리디아의 고집불통 성격과 구세대적 편견에 골머리를 쌓는 딸과 손녀조차도, 막상 리디아가 제공하는 가사노동과 맛있는 음식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것을.
리디아 리에라는 1962년 14세의 나이로 파드레 팬 프로젝트를 통해 피델 카스트로로부터 피난하여 미국으로 혈혈단신 이민해왔다. <원데이앳어타임>의 주인공 가족은 모두 열네 살 리디아 리에라의 용기와 모험에 빚을 지고 있다. 우리 할머니도 60년 전에는 나처럼 일하고 공부하고 꿈꾸는 여성이었겠지. 이미 아이가 두 명 정도 있으셨겠지만. 할머니의 주름 속에 내 얼굴이 있듯이, 할머니의 인생 속에 그 시대 여성의 역사가 있다. <원데이앳어타임>은 넷플릭스에서 시청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