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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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4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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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인 조회 서비스 조회 완료 후 한 달 정도는 은행과 보험 정리에만 매달렸다.

사실 지점이 많이 없는 곳은 5개월 여 뒤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는 자동차 등을 정리했고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 

상속인 조회 서비스에 나온 내역들을 한꺼번에 출력해 철 해 두고 정리될 때마다 표시해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현금수령인지 계좌이체인지 등)를 간략하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정리하기 편하다.


주민센터

구청에 사망신고를 이미 완료한 상태이므로 주민센터에서는 장애인 창구에 들러 사망 사실을 알린 후 주차표지와 복지카드를 반납했다. 발급받은지 얼마 안된 복지카드는 바로 반납했으나 주차표지는 조금 마음이 쓰여 나중에 반납하겠다고 말씀드리고 한 달여 뒤 쯤 고지서가 날아온 후에 반납했다.

장애인 주차표지는 장애인 당사자 탑승 시 사용이 원칙이므로 당사자가 사망한 순간부터는 사용할 수가 없다. 장례 중 정신이 없었던 나는 발인하는 날까지도 습관처럼 장애인 주차칸에 주차를 했었다. 이후 나흘째부터는 즉시 주차표지를 떼 글로브 박스에 보관한 채 일반 주차칸에 주차를 했고 반납 통지서(부정사용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경고문과 함께)를 받은 후에 마음정리를 하고 반납했다. 


건강보험공단

환급금이 있는 경우 방문하여 상속자 명의 계좌로 수령하도록 한다. 생전 환급금 2500원 정도를 내 이름으로 수령하였다. 


연금공단

배우자 중 한 쪽이 사망시, 남은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게 되는데 사망당시 기준으로 수령가능한 금액의 30퍼센트를 받게 된다. 

아빠가 치매 경증이라 모든 상속 업무는 내가 보았고, 연락처 역시 전부 내 번호로 돌려놓았다. 일단 배우자 명의로 수령해야 하기 때문에 아빠와 같이 방문해 본인확인 후 아빠 계좌로 엄마의 유족연금을 수령하게 했다. 

엄마는 노동을 쉰 적이 거의 없음에도 연금이 생각보다 너무나 적어 굉장히 놀랐다. 여기에 30퍼센트만 수령하게 되니 정말 적은 금액이 나왔는데 이나마 엄마의 흔적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남은 배우자 사망시까지 유족연금은 계속 지급된다.


자동차 등록 사업소

자동차 보존, 이전 등록 등을 관장하는 곳으로 우리집 차는 아빠와 엄마가 공동명의였기 때문에 엄마의 50퍼센트 지분을 아빠가 상속하기 위해 방문해야 했다.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운데 준비한 서류만 내면 직원이 창구 번호별로 알아서 안내해 주시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사업소는 언제나 사람이 굉장히 많으므로 스케줄에 신경 써서 움직이시길 바란다. 취득세는 농협ATM에서 카드로만 납부 가능하니 반드시 카드를 지참해야 하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니 여유를 갖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등기소(토지)

만약 토지가 있다면 해당 토지가 있는 지역의 등기소를 방문해야 하며 토지 상속은 다른 상속과 달리 친양자입양증명서, 혼인증명서, 제적등본 등 상세 서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꼭 발급일로부터 3개월 이내의 서류로 잘 준비하여 방문해야 한다. 

만약 유족이 균등하게 공동상속할 경우에는 대표상속인만 방문해도 상관없지만, 대표상속인이나 유족 중 1인이 전부 상속하게 될 경우에는 합의 확인을 위해 전원이 등기소에 방문해야 하니 사전에 등기소에 연락을 해 보고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 외에는 대개 보험과 은행이 차지하며 보험의 경우 요구하는 서류도 많고 팩스나 우편으로도 상속 업무가 가능하지만, 인감도장을 덜 찍는다든가 기재오류가 있으면 서류가 몇 번이나 오가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지점이 있다면 내방할 것을 추천한다. 보험사마다 요구하는 서류도 다르고 자사 양식 역시 천차만별이므로 가이드 양식을 보고 잘 따라 작성한 후, 애매한 부분은 보내기 전 전화로 내용을 확인 받은 후 보내는 것이 안전하다. 

보험은 상속이 완료되면 참 허무하다. 납입한 보험료는 수 백, 수 천인데 사망시 해지 환급금(보통 책임준비금이라고 한다.)은 반은 커녕 10퍼센트 수준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고인께서 일반 사망이 아닌 사고 사망이나 약관에 해당하는(심근경색 등) 사망이라면 일반 책임준비금이 아닌 보장된 보상액이 발생하게 되니 보험 증권이 집에 있다면 반드시 약관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나 역시 환급금 과소로 금감원 등에도 문의하였고 이후 착오가 있었다며 20여만원을 더 환급받은 경험이 있다. 




산처럼 쌓여있는 각종 보험 증권, 고지서, 차례차례 이월된 은행 통장들 박스를 열 때마다 울어야 했다.  엄마는 신문물과 금융에 밝아 모든 데이터를 초단위로 돈을 받던 2g폰일 때도 핸드폰으로 뱅킹 업무를 볼 정도였음에도'나는 종이로 받아 달마다 정리해야 마음이 편하다' 며 모든 고지서를 종이로 받고 종이 통장을 때마다 이월해 순서대로 쌓아놓는 사람이었다.

'내 아이 3억 만들기 통장' 이 생활비가 없어 허무하게 백만원도 못 채운 채 해지되어 있고 그 좋다던 어린이 보험도 어느새 해약이 되어 있고, 입원이 잦았던 엄마가 수 없이 청구했던 입원비 청구 증빙서류 사본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 사이사이 제발 복을 달라고 건강을 돌려달라고 기원하며 넣어놓은 각종 부적들이며 오려진 응원글 등이 사무쳤다. 90년도부터 차곡차곡 쌓여있는 은행 통장들, 월마다 정리해 집어놓은 고지서들과 가계부들, 속이 썩어들어가는 것 같다는 짧은 일기. 내가 알았지만 또 몰랐던 엄마의 고통들. 

예쁘고 귀여운 잡지 이미지들을 오려 모아놓은 다이어리, 오프가 몇 개인지 촘촘히 표시된 스케줄표, 간호사 ㅇㅇㅇ 라는 글자가 박힌 수 개의 병원 명찰, 유니폼, 간호화, 우리에게 받았던 엽서나 편지들, 사진들, 딱 한 번 갔던 해외여행  비행기표와 수하물 영수증,  호텔 바우처, 동생이 선물했지만 아끼느라 제대로 쓰지 않았던 지갑. 엄마가 사랑했던 세상들과 너무 작아서 안쓰러운 엄마만의 기쁨들.

수많은 숫자들을 보며 벌써 옅어져가는 것 같던 그리움이 그 숫자를 정리하기 위해 박스를 다시 열 때마다 처음처럼 피어난다. 

엄마 글씨 하나만 봐도 마음이 저렸다.

은행이나 보험사 해약 그게 뭐라고 하나하나 엄마 이름이 걸린 것들이 지워져 갈 때면 두려움마저 들었다. 


채무 청산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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