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가 시작되는 첫 날 오전 해야 할 일이 있다.
선산이나 묫자리 등 정해 둔 장지가 있다면 매장업체와 연락을 취해둬야 하고 봉안당(납골당) 입당 여부, 수목장 화장 매장 중 택일 등을 추모공원에 직접 가서 정해야 한다.
추모공원의 구조나 매장지, 봉안당 등 눈으로 직접 보고 정해야 하기 때문에 상중이지만 내방이 요구된다.
나는 할머니를 친척들과 동생 한 명에게 부탁하고 다른 동생과 서둘러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출근길 막바지인 거리는 조금 밀리고 있었다. 저마다 생업을 위해 거리에 나선 사람들 사이로 밝은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고 라디오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던 한 밤중의 지구는 천천히 돌아 아침을 맞았고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움직이고 울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엄마에게 멈춘 달력 날짜는 하루를 넘겼다.
추모공원은 시립 운영으로 우리 지역에서 오랫동안 시민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되어 준 곳이었다. 긴 세월 추모공원을 지나는 드라이빙 코스로 나들이는 자주 다녔어도 이렇게 빨리 이 곳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해안 지역에서 태어났고 나중에는 바닷가에 집을 지어 살고 싶다던 엄마가 이 곳에 오게 될 줄은 -우리 지역은 내륙이다- 더더욱 몰랐다.
굽이굽이 산길이었던 추모공원 도로는 엄마가 아파 나들이를 가지 못한 몇 년 새 넓게 도로를 닦아놓았다. 가을 아침에 본 조용한 추모공원은 시리게 아름다웠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요히 잠든 너른 묘지에는 따뜻한 햇빛이 이불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고인이 사망하면 곧장 열 장 정도의 사망진단서를 발부해 준다. 이 사망진단서를 추모공원에 제출하고 이제 선택을 하게 된다.
매장이냐 화장이냐 수목장이냐
매장은 보통 이삼백 정도의 비용이 소모된다. 화장은 화장비 십만 원, 봉안당 사용료가 15년에 30만원이었다.(2019년 시립 기준) 수목장은 비용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한국은 수목장이 아직까지 크게 활성화가 되진 않아서인지 마련된 장지가 그다지 좋지 않은데다 수목장은 화장한 골분을 흙과 함께 섞어 나무와 함께 묻는 방식이라, 유골함이나마 물성에서 얻는 위로와 그리움이 필요한 유족이라면 매장이나 화장을 추천한다.
15년간 30만원에 봉안당에 유골함을 안치할 수 있으며, 1회 연장 갱신이 가능해 30년간 안치 가능하다.
어떤 추모공원은 봉안당의 위치에 따라 마치 아파트처럼 보관료 비용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 곳은 시립이어서인지 무조건 빈 곳에 순차적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고 높이나 위치에 따른 가격 차등은 없었다. 나는 이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엄마의 유골함 위치는 눈높이보다 조금 높은 곳이어서 정면으로 보려면 이동식 계단을 사용해야 했다. 관혼상제는 마음만 먹으면 사람 기분값을 떼 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높이 봉안함이 유족에겐 편하고 고인의 유골함이 들어앉아 있어도 덜 가여운 위치라서, 맨 위나 맨 아래는 차마 발치에 두기가 가여워서, 아파트처럼 로얄층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나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이 점이 조금 헛웃음이 나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맨 밑칸 유족은 위치가 이런데 돈을 다 받을 생각이냐고 따질 것이고, 로얄층을 웃돈 주고라도 달라고 할지 모르겠다. 시설측에서 애초부터 위치별 가격 차등을 두지 말고 순차입함을 한다면 문제도 마음 상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텐데.
어디까지나 떠나는 고인이 가여워서, 도저히 그렇게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떼가는 기분값이 결혼식만큼이나 장례에서도 크게 작용한다.
비싼 수의, 오동나무 특제 관, 눈높이의 봉안당, 200만원짜리 제단 등..
우리는 매장에도 마음이 갔지만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는데다 비용 부담도 무시할 수 없어서 화장을 선택했다. 수목장은 장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언젠가 우리가 마당이 생겨 나무를 심게 된다면 만료기간 후에 거기에 묻자고 아주 막연하고 두루뭉수리한 약속을 했다.
많은 유족들이 사무실을 분주하게 오갔다.
내 나이면 부모를 잃어도 크게 이른 나이는 아니겠으나 거기에서는 우리가 가장 어린 상주였다. 역시 모든 게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신 처리 방식, 운구 및 화장 시간을 정한 후 다시 차에 올랐다. 각자의 손님이 왔다는 연락이 분주하게 왔다.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내가 어떤 얼굴로, 어떤 마음을 준비해 친구들을 봐야할 지 모르겠고 쩔쩔맸던 만큼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친구들 역시 어떤 마음으로 나를 보고 위로해야 할 지 몰라 긴장되고 무서웠으리라.
**장례 후 운구 및 화장을 위해 화장터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칼같이 지켜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에 맞춰 순차적으로 화장되기 때문에 시간 엄수는 필수적이다. 장례식장에서 때마다 순서와 시간을 잘 고지해 주지만 발인제를 하고 입관 후 영구차에 운구해 출발하는 모든 시간을 상주가 항상 염두하는 것이 좋다.
3일장 후 안치실에서 고인을 꺼내 입관하기 전 마지막 인사 시간을 준다. 이 때 같이 태울 수 있는 고인의 소지품을 관에 같이 넣을 수 있으니 첫 날 이것까지 준비해 오면 좋다. 금속 액세서리 등은 강한 화력에도 잘 타지 않고 플라스틱 성분이 많이 든 제품은 녹아서 골분에 늘러붙거나 골분을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아끼던 의류, 나무로 된 종교 용품, 사진, 쓸 수 있다면 편지 등이 좋다.
입관 - 운구 까지도 시간 조율을 잘 해야 화장터에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으니 마음을 잘 다잡아야 한다.
화장과 봉안 혹은 매장을 결정하고 시간까지 모두 결정되었다면 이제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가족끼리 서로 위로해야 할 일만 남았다.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