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 및 예식에 필요한 장식, 빈소 등 장례의 대략적인 것들이 결정되면 본격적으로 상주가 직접 준비해야 할 것들이 생긴다.
우선 집으로 돌아가 상주들의 의식주에 관한 물건들을 챙겨야 한다. 글을 읽는 분들에게 언젠가 도움이 될까 싶어 하나하나 나열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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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휴대폰 충전기
2. 슬리퍼 - 이것도 업체에서 제공하는 물품 목록에 있긴 한데 모두 돈이다. 화장실 용은 급하게 뜯어서 썼으나 상주들이 급히 안팎을 오갈 때 필요한 슬리퍼 몇 개를 집에서 가져오면 좋다. 화장실 용 슬리퍼는 장례가 끝난 후 집에 가져갈 수 있다.
3. 세안도구와 수건
4. 생리대, 면도기
5. 상비약 - 스트레스와 잦은 오열로 두통이 있을 수 있고, 나는 상중 내내 생리중이었고 질염도 심했어서 진통제가 필수적이었다.
6. 지병이 있을 경우 넉넉하게 나흘치 약을 구비해 갈 것
7. 여벌의 속옷과 양말 - 요새 장례식장에는 빈소 안쪽에 유족 휴게실과 전용 화장실, 샤워실이 있다.
8. 손수건 - 필수! 휴지로는 한계가 있다.
9. 두루마리 휴지 - 필수!! 휴지 역시 모두 구매 목록에 있기 때문에 집에서 여러 개를 넉넉히 가져와 화장실에서 쓰면 좋다.
10. 베개와 이불 - 요즘은 빈소를 24시간 개방하기보다 밤에는 빈소를 닫아걸고 빈소 한 켠에서 자거나 가족 수면실이 따로 준비된 장례식장도 많기 때문에 베개와 이불을 챙겨 가야 한다. 밤에라도 자 두어야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
11. 작은 손가방 - 필수!!! 장례식장, 결혼식장 등 사람이 번잡하고 큰 돈이 오가는 곳에는 부조금 도난사건이 많다. 매일매일 빈소를 닫아걸고 부의금 목록을 방명록과 비교해 정리한 후 그 날 부의금은 따로 빼 반드시 유족 휴게실의 금고에 따로 보관해야 한다. 즉, 다음 날 부의금 함은 텅텅 빈 채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작은 가방은 부의금을 챙겨 들고 다닐 수 있는 작고 어두운 색의 손가방을 준비할 것. 크기별로 두 개 준비해 나중에 다른 가방에는 쓰지 않고 남은 부의금 봉투와 방명록, 영수증 등을 한꺼번에 정리해 들고 다니면 일 보기가 용이하다.
12. 남성 유족의 경우 셔츠를 여벌로 챙겨갈 것. 여성 유족의 경우 한복 밑에 입을 간단한 바지나 레깅스, 티셔츠 등을 여벌로 챙기면 좋다.
13. 휴대폰 계산기가 별로라면 계산기를 별도로 챙길 것.
14. 고인의 사진 - 영정사진에 쓸 선명한 사진을 두 장 정도 준비해 사무실 직원과 상의해 영정사진을 준비한다. 엄마는 가기 전에 머리도 많이 빠지고 많이 말라 비교적 건강할 때의 웃는 사진으로 준비해 갔다.
15. 고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있지 않다면 신분증을 지참할 것.
16. 고인의 휴대폰 - 부고를 알려야 한다.
이 정도가 필수품목이 되겠다.
필수품에는 붉은 색 볼드 처리를 하였다.
물건을 챙길 때 유족의 머리(이목구비) - 몸통 - 발 등을 차례로 생각하면 정리하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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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외 우리 가족이 따로 준비한 것들로는 결혼식 때 앨범, 우리 자매를 낳고 키울 때의 사진들, 간호사로 일할 때의 사진들, RN 뱃지, 상시 지참했던 혈압계, 간호사 면허증과 직원 비표, 엄마 연령별 사진들, 사진 찍고 앨범 만드는 걸 즐겼던 엄마가 애지중지했던 고장난 카메라, 다시 병원에 복직하면 신으려고 간호사협회 복지포인트로 구매했던 새 간호화, 근무했던 병원의 간호복, 나이팅게일 반지, 출판사 외판원으로 일하던 당시 우리에게 사 주었던 해당 출판사의 도서들 그리고 이걸 진열할 테이블 세팅 시 필요할 것이라 여겨졌지만 쓰지 못했던 뱅크스탠드.
등이 있다.
이 테이블 세팅은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것이라 집에서 물건을 찾아 챙기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았다.
오랫동안 환자를 돌보는 주보호자는 환자의 장례에 대해 수십 번 수백 번 씩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무서운 마음을 억누르며 오랜 세월, 엄마가 언젠가 가게 된다면 이렇게 장례를 해 주리라 구상했던 것들 중 하나가 저런 생애를 돌아볼 수 있는 물건들을 전시하는 것이었다.
그 외 노래를 틀어준다거나 영상물을 틀어놓는다든가 하는 것은 기기의 부족으로 할 수 없었다.
테이블을 따로 세팅해 뱅크스탠드를 놓고 물건들을 진열해둘까 했는데 식사하는 빈소는 자리가 마땅치 않았고 작은 빈소여서 테이블을 따로 빼 오기도 어려워 향을 꽂는 제단을 조금 정리해 물품들을 진열해 두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고인에게 인사를 하며 사진들도 들여다보고 엄마의 생애 자취를 함께 돌아봐 주었다. "제단에 엄마들 물건 예쁘게 잘 해놨다."는 친구의 말에 안도했고,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그 때 물건들이 잘 보였느냐" 고 물었더니 잘 보였다고 대답해주어 마음이 한결 놓였다.
장례에 주어진 기간은 보통 사흘이나, 진짜 고인에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실제적인 시간은 사실 하루 정도다. 그 짧은 시간을 생각하면 가까운 사람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에 노상 시달리는 분들은 이런 부분도 자세히 생각을 해 두면 좋으리라는 조언을 감히 해 본다.
그리고 물건을 가지러 집에 들어갔을 때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잘 다잡길 바란다. 특히 본인이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힘들겠지만 자기 뺨을 때려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나 역시 병원과 집, 운전대 앞에서 수 차례 뺨을 철썩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구조대가 급하게 헤집고 들어와 버리고 간 각종 응급 처치도구들, 고인이 방금 누워있던 이부자리, 켜져있는 불, 현관의 신발, 몇 시간 전까지 먹었던 식기, 널부러진 옷 등을 마주하며 물건들을 챙기는 건 무척이나 괴롭고 어려운 일이다.
집의 고양이들은 무서운 나머지 모두 숨어버려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장례 동안 동물의 물과 사료, 화장실을 챙기는 일도 잊지 말고 순번을 정해 밤에 오가야 한다. 가족 각자가 조문객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밤에 이동하는 것이 좋다. 동물이 심란하지 않게끔 텔레비전과 거실 불, 혹은 간접등을 켜 두고 마음이 편해질만한 캣닢, 천조각, 장난감 등을 곳곳에 비치하고 갈 때마다 잘 다독여야 한다.
얼추 정리가 되면 이제 부고 문자를 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