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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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5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상중에 유족에게 필요한 물건들도 가져왔고, 장례식장에서 필요한 절차와 물품에 대한 비용 및 예식 안내를 받았다면 이제 부고 문자를 돌려야 한다.

우리가 모든 준비를 끝낸 시간은 7시 경으로, 연락을 하기에는 상식적으로는 이른 시간이나 평일에 3일장을 하게 되어 마음이 무척 급했다. 그리고 부고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양식은 따로 있지 않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작성해도 좋다.  고인의 이름과 나이, 상주들 성명(상주는 통상 한 명을 지칭하지만 우리는 상주에 모든 가족의 이름을 다 적어 넣었다.), 장례식장 주소 등을 적당히 잘 나열해 작성한 후 서로 몇 번 확인을 거친 뒤 전송하면 된다.

예시)
[부 고]

고(한자 변환이 되지 않아 한글로 적습니다.) ㅇㅇㅇ 향년(별세, 사망 등) ㅇㅇ세

상주 부 ㅇㅇㅇ, 자녀(나는 딸이라고 적었다.)ㅇㅇㅇ, ㅇㅇㅇ

장례식장 주소 :

-그 외 당부하고자 하는 말이나 감사 인사로 맺는다.


고인의 휴대폰을 이용해 전송하는 것이 주소록을 지정하기에도, 수신인이 고인을 파악하기에도 편하다.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까?

엄마의 휴대폰 목록을 보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마도 전 직장 동료인 듯한 사람들, 누군지 모를 이름만 저장된 사람들, 모임을 갖다가 연락하지 않게 된 사람들, 소원해진 친척들 등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문자로 하나하나 어떤 사람인지 어떤 관계인지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웠다. 고민 끝에 업체나 보험 등 파악이 가능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수신인에 추가해 보냈다.

나중에 어떤 원망이나 소리를 듣든 고인에게 인사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는 아쉬움이나 서운한 말보다는 낫고, 차라리 부고를 받고 오지 않는 편이라도 그게 훨씬 낫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그러하고, 우리 사는 이 순간이 모두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예식처럼 인생의 큰 행사의 가운데에 있을 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순간" 이라는 비가역의 사실이 훨씬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사흘 뒤면 엄마는 가만히 숨죽인 육신조차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지나기 전에 누구에게라도 끝까지 부고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부의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면 그 편이 더 낫다. 장례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나는 작은 직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고 동생들은 휴직, 엄마는 투병으로 장기간 휴직 상태였고, 아빠 역시 치매로 직장을 오래 전에 그만둬,  동료 및 지인들과 많이 멀어진 탓에 빈소도 작게 잡을 정도로 손님의 수를 적게 예상했다. 미리 들어 둔 상조 보험도 없었다. 밤마다 부의금을 정리하면서 두려움에 떨던 순간들을 잊을 수 없다. 어떤 핀잔을 들어도 좋았다. 

부고를 보내고 이십여 분 뒤, 엄마와 내 전화가 번갈아 울리기 시작했다.

"ㅇㅇ야..." 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시작되는 친구들의 울음섞인 위로와 절망.

내 탓이라며 절규하는 이모와 이게 무슨 일이냐며 혼란에 빠져 우는 고모의 울음소리들. 

문자로도 날아드는 명복을 비는 문자와 정말 엄마가 맞느냐고 확인하는 연락들.

유족 휴게실 구석에 앉아 전화를 붙들고 연신 같은 슬픔을 반복해야 하는 고통들.


부고 문자는 최대한 많이 돌리도록 하자. 특히 고인의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에게.

막상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연락한 지 오래된 친구들에게는 차마 문자를 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건너건너 듣고 찾아와 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다. 


9시가 가까워졌다. 빈소는 손님 맞을 준비로 바빠졌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어두운 눈으로 물어물어 기차를 타고 온 할머니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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