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시기에 고3으로 태어난 나는 , 우울증과 공황발작으로 많이 불안해진 나는, 대견하게도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 우울증과 공황발작이 시작된 건 중3. 하지만 부모는 어떤 말을 해도 정신과는 데려가주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20살이 되고 알바를 하면 첫 번째로 갈 장소를 정신과로 정한 이유이다. 부디 그때가 되면 우울증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기대를 가지면서. 부모는 우울증은 내가 의지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살면 나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우울한 시간이 많았고 죽고싶단 생각이 자주 들었을 때가 있었으며, 심장이 심하게 뛰고 가슴이 답답해 숨이 잘 안 쉬어질 때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고, 중3때 고입 준비를 하고 여러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서 고민이 많았을 때 제일 심했던 우울감과 공황발작이 고3이 되자 다시 찾아왔다. 심지어 다시 찾아온 정신병은 더 심해지기만 했다. 모의고사란 단어만 들어도 숨이 막히는 것 같고, 수학문제가 안 풀릴 때마다 매일 죽고싶다. 과외가 끝나고 집으로 걸어갈 때, 학교 끝나고 혼자 집에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체가 두렵지만 계속해서 죽는 상상을 하거나, 죽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살다가 기분이 좋은 때도 많이 있었다. 내 인생이 불행한 것만은 아닌데, 왜 자꾸 눈물이 나오고, 외롭고, 나 자신에게 상처를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것인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내가 기분이 좋을 때도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봐, 이렇게 기분 좋을 때도 많고 실실 웃고 있는데 뭐가 우울증이라는 거야? 내가 괜한 생각을 하는거야?' 이런 의구심, 딜레마가 계속되었고 나 자신을 끊임없이 재단했다. 우습게도 이렇게 하면 우울증이 아닌건가? 맞는건가?를 고민했다. 어느 날엔 기분이 좋다가도 한 마디 말로 큰 상처를 받았으며 금새 표정을 못 숨기고 우울해하거나 화가 나기도 했고, 어느 날은 우울함과 화남의 감정이 헷갈리기도 했다. 내 감정 자체를 제대로 알 수 없음이 어쩌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내 감정 하나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탓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피폐하고 우울한 구덩이속에서도 또 죽기는 싫은게 사람 마음인가보다. 죽을 생각은 해도 죽기는 너무 무섭다. 살고 싶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죽고싶은데도 죽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럽다. 죽기는 무서우니까, 이 우울감도 조금만 버텨보자 하는 간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버티고,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주체할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열심히 닦는다. 두서 없이 썼지만 누가 내 글을 볼 일도 없을 거니까 앞으로도 힘들 때마다 여기에 일기처럼 쓰고싶어 이 글을 시작했다. 부디 내일도, 죽기 싫으니 버텨내기를. 죽고싶어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