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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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3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장례도 끝났고 삼오제(삼우제)도 끝났다. 

49재의 첫 칠일 오전, 나는 일하던 도중 이제 식을 시작한다는 가족의 연락을 받고 창가로 나와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부디 엄마의 영혼이 존재해서 젊고 건강할 때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실컷 다니고 있거나, 혹은 그 생명의 끝을 끝으로 영원히 안식에 들어가 모든 것을 잊었기를. 


삼오제까지 끝나면 문상 와 준 분들께 문자나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해도 좋다. 가까운 친척에게는 전화가 좋고  말 하다가 같이 울음바다가 될 게 당연한 친구들에게는 메신저나 문자가 감사 마음을 정리해 보내기에도 더 적당하다. 보내고 나면 친구들에게서 더 절절한 위로의 문자가 온다. 나는 그 문자를 주고 받은 몇 달 후면 만나서 식사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생겨 사실상 엄마 장례 이후로 친구들을 아예 못 만나고 있다. 


장례식도, 삼우제도, 49재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이제...


장례와 삼오제가 끝나면 비로소 장례의 꽃...! 

상속이 시작된다.


사망신고는 되도록 빨리 하는 것이 좋다. 마음이 아프고 인정하기 싫지만... 만약 고인의 재산이나 채무 중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경우에는 더욱 빨리 하는 것이 좋다. 

구청에서 울더라도 빨리 사망신고를 해 상속인 조회 서비스를 신청하고 정리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면서 울어도 똑같이 울 시간은 주어진다. 차마 끊어내지 못할 것 같은 고인의 사회관계망은 우리가 어떻게든 붙잡고 있더라도 마지막엔 끊어지게 되어 있다. 가장 오래 유지할 줄 알았던 전화번호마저 통신사에서 먼저 통고서를 보내올 정도니 말이다.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가면 사망신고서가 비치되어 있다.
공란마다 고인의 정보를 기입하고, 병원에서 발부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일자를 똑같이 기재해 제출한다.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사나흘 정도 후 사망 처리가 된다. 이제 가족관계증명서 등에 고인의 이름 옆에는 사망이라는 글자가 찍혀 나오게 된다. 

해당 신고처에는 상속인통합조회서비스 신청서도 비치되어 있다. 비치되어 있지 않더라도 사망신고 접수를 하는 공무원이 먼저 안내를 해 준다. 

나 역시 몸이 아픈 엄마를 대신해 여기저기 금융 일을 보고 다닌지라 엄마의 공인인증서며 통장 비밀번호 및 채무와 재산, 보험 등을 훤히 꿰고 있었고 나와 같은 보호자들도 많이 계실 것이라 금융 처리 정도는 그냥 기존 금융기관에 내점하거나 연락을 취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상속인조회서비스는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

 상속인 조회 통합 서비스를 신청하면 

  1. 국세, 지방세, 의료보험비 체납 및 환급금 여부
  2. 산림 및 신용협동 조합, 새마을금고 등 공제회 가입 여부
  3. 사학연금, 국민연금, 교직원연금 등의 가입 여부
  4. 자동차 소유 여부
  5. 토지 소유 여부
  6. 전국 은행 계좌 보유 여부
  7. 생명보험 보유 및 가입 여부(계약자/피보험자)
  8. 손해보험 보유 및 가입 여부
  9. 여신금융 여부
  10. 저축은행, 예탁결제원, 대부 금융 보유 여부
  11. 우체국 계좌 보유 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은행과 우체국, 만기 미수령 보험금 등은 자세한 금액이 원단위까지 표시되므로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 


상속인 조회 통합서비스를 신청하면 11자리 숫자가 발급된다.

상속인은 이 서비스의 신청인이 되는데, 유족 중 한 명이며 이 신청인이 모든 상속 업무의 대표상속인이 된다. 가장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할 사람이니 되도록 가계에 훤하고 운전이 가능한 사람이 하면 좋다.

은행은 물론 보험 역시 대개의 기업들이 내사해 보험 해지 및 승계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물론 인쇄와 팩스를 통해 해지나 승계 처리를 해 주는 보험사도 있다.) 기동성이 좋은 사람이 대표상속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당연하게도 가계에 훤한 사람이 적임자이다.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오로지 나 뿐이었기에 당연히 내가 대표상속인이 되었다. 


이 11자리 상속인 접수번호는 외우고 다니면 훨씬 편리하다. 매번 접수번호와 상속인 이름,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저절로 외우게 되지만 마음 먹고 외워두면 일을 처리하기 편하니 꼭 외우시라.


해당 상속인 재산조회 통합처리 서비스는 짧으면 일주일에서 길면 보름 내에 전부 조회가 완료된다. 포털에 상속인 재산조회 서비스 등으로 검색하면 바로 접속 가능한 사이트들이 뜨니 편하게 사용하면 된다.

그 외 지방세 국세 미납 및 환급 정보, 자동차 및 토지 소유 여부는 우편으로도 수령 가능하니 신청해 두면 두 번 인쇄할 일 없이 편하다. 

문자/우편 모두 신청해두면 잊고 있을 즈음 조회완료 및 여부를 알려주는 문자와 우편이 날아온다. 

금융정보는 금감원 홈페이지 혹은 각 협회 홈페이지에서 모두 같은 내용으로 조회 가능하니 마음 가는대로 이용하면 된다.


본 상속인 재산조회 통합 조회 서비스는 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만 제공받을 수 있으니, 혹시 미심쩍은 분들은 기한 후 한 번 더 신청해 번호를 한 번 더 발급 받아 일 처리후 재조회를 해도 무방하다.

나 역시 기한 만료 직전 한 번 더 신청해 접수번호를 발부 받아 재조회를 했다.


재산조회 서비스가 완료되면 접수증에 적힌 각 협회 홈페이지 혹은 금감원 홈페이지에 나온 고인의 금융 및 보험, 채무 등의 내역을 전부 출력해 발송받은 차량 및 국세, 지방세, 토지소유 등의 우편물과 한꺼번에 철 해둔다.

그리고 사망진단서가 부족할 것 같으면 해당 병원에 가서 넉넉히 받아두고 

  1. 고인의 기본증명서(사망진단서를 갈음한다.)
  2. 고인 기준 가족관계증명서(상세)
  3. 제적등본
  4. 혼인관계증명서
  5. 친양자입양증명서
  6. 사망진단서
  7. 대표상속인의 신분증 사본
  8. 대표상속인의 통장 사본
  9. 대표상속인 외 유족들의 인감증명서
  10. 대표상속인 및 그 외 유족들의 인감도장

를 필요한 만큼 넉넉히 발급받아 한 조회서비스 내역서와 함께 챙겨둔다. 표시해 둔 3, 4, 5번의 경우 요구하는 곳이 극히 적긴 한데 토지 상속의 경우에는 필수적이고 일단 갖고 다니면 요구하는 곳에 바로 제출할 수 있으니 한 부 정도는 발급받아두도록 하자. 

9의 인감증명서의 경우,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전 유족 내방을 요구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대표상속인 외 유족의 인감증명서를 요구하니 이것도 가족들 상황에 따라 넉넉히 떼 두도록 하자.


ㅡ 상속인 재산내역 통합 조회 서비스 내역 인쇄물

ㅡ 고인에 관계된 기본 서류들과 대표상속인의 신분증/통장 사본

등을 꼭 한 파일에 넣고 다니도록 하자. 

도큐먼트 파일에 분류해 넣어다니면 가장 확실하고 좋다.


평일은 온종일 전화와 발품팔이의 연속이 된다.

고인이 여기저기 들어둔 곳, 휴면된 곳 등이 많다면 더욱 그렇다.

간호사로 살았으나 결혼 후 몸이 아파 간호사를 그만두었다가 요양이 끝난 후 보험, 출판 영업, 귀걸이 꿰는 부업 등 일을 쉬어 본 적 없고 가계 꾸리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엄마였기에 거의 모든 제 1 금융권에 온갖 통장이 있었고, 제 2금융권은 물론 개설만 해 둔 투자증권 계좌 등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나조차 놀란 엄마의 노력들이 곳곳에 있었다. 

우리 몰래 붓다가 몇 년 전에 끊어진 오만원 짜리 적금, '내 아이 3억 만들기 미래 통장' 이 어느 시기에 허망하게 해지되어 있거나 급하게 보험금을 깼던 내역들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참고로 은행의 경우 잔고가 100만원 미만 혹은 아주 소액인 경우 대표상속인 1인만 방문해 별다른 절차없이 대표상속인의 통장에 이전시켜주거나 그 자리에서 현찰로 주고 있으니 스케줄 맞추기가 힘든 경우에 참고하시길 바란다. 


평일은 온종일 전화와 발품팔이로 하루를 보낸다. 

모든 기관과 기업이 업무를 쉬는 토요일에도 나 역시 아무 생각없이 쉰다. 

상속 절차 역시 체력을 엄청나게 깎아먹는 일이니 은행업무의 경우 은행 지점들이 몰려있는 번화가를 찾아 되도록 하루 안에 해결하는 게 좋고, 보험회사의 경우도 번화가가 아니라도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경우가 있으니 지도로 꼭 경로를 미리 정하고 움직이는 게 좋다.

은행은 4시, 보험회사는 그보다 더 이른 3시에 업무를 마감하니 기동성과 경로 사전 탐색은 굉장히 중요하다.

쉬엄쉬엄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가뜩이나 다니는 곳곳마다 고인의 흔적으로 괴롭고, 전화 통화해주는 상담원이나 창구 직원이 같이 울어주시는 등의 감정적 소모도 무시할 수 없으니 쉽게 탈진할 위험이 있다.


사망신고도, 상속 업무도 단기간 내에 빨리 해치우는 것이 좋다. 

전화번호나 메신저, 공인인증서, 자격증명 반납 등 끝까지 붙들고 싶은 고인의 흔적은 생각보다 오래 곁에 남지만 또 생각보다 빨리 회수하기를 재촉받기 때문에 그리워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행정업무는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


나는 흰 리본을 부적처럼 머리에 꽂고 다니면서, 너무도 애 쓰며 살았던 엄마의 흔적을 마주할 때마다 괴로웠다. 

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승계하고 채무를 청산하고 고인의 신변을 사회적으로 지워나가는 작업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숫자 사이에서 고군분투 해 온 고인의 인생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수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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