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리아와 반려 가전 이야기 10. 전신 섹스돌에 반대하는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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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와 반려 가전 이야기 10. 전신 섹스돌에 반대하는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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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돌은 인간 여성의 대체품?

섹스돌을 소비하거나 유통하는 사람들이 자주하는 말이 있다. 남성으로 살기 어려운 시대라고. 남성이 성욕을 해소할 곳이 없다고 말이다.

여성들이 걸핏하면 시선 강간이나 성추행 등으로 신고를 하니 정상적인 관계를 갖기도 어렵고, 성매매 단속이 심해져서 사창가도 갈 수가 없고, 포르노를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으니 남자들이 성욕을 해소할 방법이 없고, 그래서 그 대체품으로 섹스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합의를 통한 여성과의 성관계가 너무 어렵거나 불편한 나머지 남성들이 고안해 낸, 합의가 필요 없이 원하는 성적 행위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성적 도구가 바로 섹스돌이다. 그러므로 섹스돌의 핵심은 자위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대로 여성을 마음껏 성적으로 이용하고 다룰 수 있는 유사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있다. 전편에도 말했듯이, 자위행위가 목적이라면 누가 10cm 100g이면 충분한 것을 160cm 30kg을 사용하겠는가?

발전하는 기술력으로 여성을 최대한 똑같이 묘사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활발한지, 요새의 섹스돌은 인공지능을 갖추고 말도 하거나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반항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인형도 있다. 하지만 섹스돌이 구사하는 그 “반항”의 몸짓도 결국은 강간 판타지를 자극하여 성적인 흥분을 고조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그렇다고 인형이 진짜로 거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형이 핸드폰을 붙잡고 경찰을 부르겠는가? 아니면 벽돌을 들고 머리통을 갈기기라도 하겠는가?

당신이 하고 싶은 건
자위가 아니라 강간이다

섹스돌을 사용하는 것은 그냥 자위가 아니다. 여성을 향한 강간 욕구과 폭력욕의 대리 해소이다. 환상 속 여성과 아주 유사하지만, 최소한의 방어도 하지 못하는 인형을 향해 얼마나 많은 가학성과 폭력성이 튀어나올 것인가? 같은 인간에게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들을 얼마나 반복할 것인가? 인형에게 쏟아내는 것으로 모든 폭력적인 욕구가 모두 해소되어 여성 대상 범죄가 예방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 폭력은 반복할수록 무디어지고 결국은 실제 여성을 향해 같은 행위를 반복해보고 싶은 마음만 커질 것이다. 인형에게 연습하며 누적시킨 그 가학성과 폭력성은 결국 어느 시점에서든 실제 여성을 향해 쏘아질 것이다.

남성들은 동의의 과정을 돈으로 퉁치는 성매매가 아니라, 비뚤어진 폭력욕구를 해소할 여성 레플리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라,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고 제대로 소통하고 상호 동의 하에 성관계를 맺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게 그렇게 힘들게 느껴져서 남자로 살기 어려운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동의를 받아 섹스를 하라는 말이 그렇게 불공평하게 느껴진단말인가!

갓난아이 섹스돌도 있다

* 이하 실제 섹스돌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 바랍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유포리아는 섹스돌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만약 아동과 청소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나는 유포리아의 대표이자 수입 담당자로서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10여회 이상 산업 박람회를 다니며 수많은 섹스돌을 보았다. 산업박람회에 전시되는 섹스돌의 비중은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묘사의 수위는 해가 바뀌어도 그대로거나 더 위험해지고 있다. 많은 수의 섹스돌이 교복을 입고 있거나, 어린 아이 형태의 몸을 하고 있다. 유치원 ~ 초등학생 수준의 아동 형상 섹스돌도 드물지 않다. 


섹스돌 판매 업자들은 작은 크기의 섹스돌은 보관과 편의 문제로 성인 신체를 사이즈만 줄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가 박람회에 가서 본 제품들은 달랐다.

키 65cm, 몸무게 3.2Kg, 가슴 둘레 38cm라고 아동 인형을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갓난아기 형상의 섹스돌도 있었다.

이미 어린 아이의 이미지를 성 착취적, 폭력적으로 묘사하는 하는 남성용 자위기구 패키지가 넘치는 현실이다. 거기에 이러한 아동 형상의 제품들이 여자 아동을 폭력에 노출시킨다고 믿는 것은 비약이 아닐 것이다.

아동 형상 섹스돌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8월 아동의 신체를 닮은 성인용품 ‘리얼돌’의 제작 및 유통은 물론이고 소지까지 처벌하는 법이 발의됐다. 어디까지를 아동, 청소년, 성인으로 보고 경계를 정할것인가의 문제도 있고, 법안이 통과되고 발효되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리므로 당장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섹스돌로 인한 폭력성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포리아는 묻고 싶다. 아동은 보호해야 하지만 성인 여성은 섹스돌로 인한 폭력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도 괜찮은 것인가? 아니면 의제강간 제한 연령인 만 13세 이상은 보호받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만 13세 이상 여성들이 합의하에 섹스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의 복제품이 성적 착취와 학대를 당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여성들에게 돌아온다. 인형에게 마법처럼 스스로 사고하고 동의하고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전신 섹스돌/성착취 인형의 수입 유통 허가를 다시 생각해주시기를.


사진자료는 상하이 산업 박람회에서 만난 Liat Bar Stav 기자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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