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리아는 이제 5살이에요!
사업자등록을 막 내고 사업을 시작한 2016년 8월, 사실은 나조차도 유포리아가 제대로 된 사업으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잘 되겠지?’ 싶은 막연한 꿈은 있었지만, 실상 유포리아가 내 직업이 되고 생계수단이 될 거라고는 기대도 못했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려면 웹사이트와 상세페이지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도 없이 무작정 사업자등록부터 냈던 그 때의 나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랬던 유포리아가 만으로 3년이 넘는 시간을 망하지 않고 버텨, 이제 한국 나이로 5살이 되었다. 성을 가시화하고 성생활용품을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한참 멀었다. <핀치>에서 마지막 에피소드를 연재하는 기념으로 그간 유포리아에 있었던 축하할 일들과 즐거운 우당탕탕 (?) 에피소드를 풀어내 본다.
1. 이제 주식회사 조이박스입니다!
더 큰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기위해 개인사업자 유포리아를 주식회사 조이박스로 전환하였다. 회사가 대표인 나의 개인 자산이 아닌 법인 회사가 되었으므로, 더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2. 여기는 왜 남자가 없어?
사무실에서 일하며 마주치는 사람이 유포리아 직원만 있다면 좋겠지만, 일을 하다 보면 안타깝게도 다양한 외부인과 접촉할 일이 많다. 주변 사무실, 물류 관계자, 건물 관계자 등 다양하다.
건물에 막 이사 온 직후부터 유포리아의 고난(?)은 시작되었다. 주변 사무실과 청소 관리인께서 “거기는 뭐 하는 회사야?” “대표가 여자야?” 등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이 입고되는 날이면 하역장으로 이동해서 10kg가 넘는 상자를 수십개쯤 옮기곤 하는데, 상자를 열심히 옮기고 있자면 꼭 도와주지도 않을 사람들이 주변에서 말을 붙인다.
“어우~ 거기는 왜 남자 직원은 하나도 안 나오고 아가씨들끼리 무거운 걸 옮기고 있어~”
“남자 없어요 남자? 이걸 다 어떻게 옮기려고 그래.”
“어쩌고… 저쩌고…”
처음에는 “남자 직원은 원래 없어요”로 시작해서 "여자들끼리도 충분히 일 할 수 있어요" "여자들끼리 일하는 게 좋아요"로 이어지다 보통 “그래도 남자가 한 명은 있어야지”로 끝나는 의미 없는 논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요새는 새로운 방식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의미 없는 대화로 에너지와 기분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을 설득할 필요도, 설득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고된 물류일은 여자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여자들끼리는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는 그런 질문이 있으면 대표님은 잠깐 외근 중이신 것으로 한다. 대표님의 성별도 나이도 밝히지 않고, 단지 대표님이 안 계신다고 할 뿐인데 성가신 질문으로 나와 직원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상상 속의 중년 남성 대표를 두려워하여 우리를 함부로 대하는 일도 줄어든다.
3. 닷페이스에 출연했어요!
이제 작년이 된 2019년 나의 목표는 미디어에 최대한 많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업종 특성상 유료 광고 등을 이용해서 회사를 알리는 것이 아주 어려우니, 차선으로 대표인 나라도 미디어에 자주 많이 등장해서 자연스럽게 회사를 알리려는 계획이었다.
언론 PR 강의도 들어보았지만, 낯을 많이 가리고 여기저기 먼저 연락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격 탓에 보도자료만 백만개 만들어 놓고 결국 전송을 하지 못해 타이밍이 지나가는 일이 태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리얼돌”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에 흔치 않은 큰 이슈인데다, 그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리얼돌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왔던 터라 이 이슈에 대해서는 꼭 나서서 이야기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감사하게도 닷페이스에서 2편에 걸쳐 내가 평소 리얼돌 이슈와 성생활용품의 성 대상화 문제에 생각하고 있던 바를 잘 담아내주셔서 해를 넘기기 전에 미디어에 등장할 수 있었다!
불경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유포리아에게 작년 2019년은 힘든 한 해였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유포리아를 잊지 않고 이용해주신 고객님들 덕분에 무사히 올해 2020년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도 겸손한 마음으로 최고의 만족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올해에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기를, 아프고 슬픈 기억들은 모두 지난해에 남겨두고 좋은 기억만 가져가시기를 소망한다. 2020년은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위로를, 지친 사람에게는 휴식을, 부당한 일에는 정의가, 차별에는 평등이 찾아오는 한 해가 되기를!
지금까지 유포리아와 반려 가전 이야기를 사랑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