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리아와 반려 가전 이야기 3. 비행기 타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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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와 반려 가전 이야기 3. 비행기 타고 가요

유포리아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X-ray가 선명하게
Dildo를 핥았다

여행,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마법의 단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기쁘고 설레는 일. 섹스토이 유저라면 누구나 반려가전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반려 가전을 들고 비행기를 타는 일은 긴장되는 도전일 수밖에 없다. 까다로운 수하물 규정과 공항 검색대를 떠올리면 더더욱…

유포리아에서 구매한 제품을 들고 해외여행을 가는데, 기기를 위탁 수하물로 보낼 수 있나요? 아니면 휴대 수하물로 들고 타야 하나요?

유포리아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들어오는 단골 질문 중 하나다.

리튬 배터리는 위탁 수하물로 맡길 수 없다고 하니, 휴대 수하물로 직접 들고 타야 할 것 같은데, 휴대 수하물로 들고 탔다가 엑스레이 검사에서 토이를 들킬까봐 걱정이 되는 그 마음.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다. 공항 검색대에서 섹스토이를 두 번이나 활짝 펼쳐본 경험자로서 풀어본다. 빠밤! 공항에서 섹스 토이 오픈한 썰!

일러스트 이민

때는 2015년

Ma'am, we need to re-scan your bag.

위압감이 넘치던 보안 요원이 검사대를 통과하던 나를 불러 세우는 순간, 눈이 떨리고 손발이 흘러내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2015년, 세계 주요 도시들이 테러 피해를 받았던 시기. 내가 거주 중이던 워싱턴DC는 비상사태나 다름없었다. 모두 보안과 안전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며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테러에 대비하고 있었다.

나는 휴가를 맞이하여 한참을 고르고 골라서 산 석션컵 딜도와 래빗 바이브레이터를 파우치에 소중히 챙겨 넣고 DCA 공항으로 향했다. 1편에 잠시 등장한 고마운 개새끼를 만나러 샌디에고로 비행하는 일정이었다. 그때는 무슨 일어날 지 까맣게 모른 채, 앞으로의 신나는 여정에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심각하게 사실적인 석션컵 딜도와 반투명 래빗 바이브레이터


일주일 미만의 짧은 여행인 데다 예산을 아끼려고 저가 항공으로 예매한 탓에, 나는 위탁 수하물을 따로 추가하지 않고 기내용 캐리어 하나와 작은 핸드백 하나만 메고 쫄래쫄래 보안 심사대로 향했다.

DCA 공항은 이전에도 자주 이용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원래 있던 것보다 훨씬 하이 테크의 기술로 보이는 새로운 스캐너가 설치되어 있고, 곳곳에 추가 보안 인력이 상주하고 있었다. 시국이 흉흉하여 공항 보안에도 빨간불이 켜졌던 것이다. 이상한 기류를 느낀 것은 바로 그 때. 캐리어 한편에 살포시 자리 잡은 섹스 토이 친구들이 생각난 것이다.

내 순서가 다가올수록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섹스 토이를 생업으로 삼은 사람도 아니었고, 단순히 인턴 신분의 외국인이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담대할 수도 없었다. 점점 덮쳐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마침내 길고 긴 대기 줄이 빠지고, 내 짐이 스캔을 마치고 나왔다. 나 역시 하이테크로 무장한 슈퍼 스캐너를 통과하고 나와서, 떨리는 마음으로 짐을 찾아서 나가려는데...

Please hold on, ma'am. We need to re-scan your bag.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당신 짐을 다시 스캔해봐야 할 것 같아요.)

보안 요원이 나를 불러세웠다. 두둥!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내 캐리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스캐너를 거쳐 검사대로 돌아왔다. 그래도 뭔가 미심쩍은 것이 남아있는지 검색 요원들은 내 짐을 풀어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잘못한 것 없어! 쟤네는 섹스 안 하고 살 것 같아? 왜 겁을 내? 보면 뭐 어때?'

이런 이성의 소리와, 만천하에 나의 토이 친구들이 전시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부딪혔다. 2n년 평생 가장 심각한 멘탈 지진의 순간이었다.

짐을 열어보던 여성 보안 요원이 기어코 쾌락의 파우치에 손을 뻗었고, 나는 반쯤 체념한 채로 '그나마 여자라서 다행이다'라는 일말의 안도감이 뒤섞인 기분으로 초조하게 섹스 토이가 공항에 데뷔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보드라운 벨벳 파우치에서 실물과 매우 흡사한 베이지 톤의 우람하고 거대한 친구와 반투명 래빗 바이브레이터 속에 알알이 들어찬 메탈 구슬이 빠져나오며 반짝, 하고 빛났다. 여태까지 엄격한 얼굴로 짐을 수색하던 보안 요원은 어색한 웃음과 함께 토이들을 다시 한번 쓱 보더니, 파우치에 토이를 넣은 후 다시 캐리어 속으로 돌려 보내주었다.

그렇게 나는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여행은 재미있었고, 우람한 그 친구들은 여행 내내 나의 즐거운 동반자가 되어 주었기에 그들과 함께 여행한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그땐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섹스 토이를 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셀프케어의 증거니까. 무슨 일이 생겨도 나 자신을 끝까지 사랑해주고 챙겨 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그러니 나를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고 잘 다독여서 가능한 한 늘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여성의 성은 아직까지 사회적인 금기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거기다 침대 속 사정은 낯선 사람과 공유하기는 꺼려지는 지극히 Private 한 영역이다. 그러니 공항이라는 매우 공적인 장소에서 대부분 초면일 공항 직원에게 섹스 토이를 펼쳐 보이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독자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일이 없도록, 섹스 토이의 수하물 규정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반려 가전과 함께
비행기를 타려면

아래는 국내 국토 교통부가 발표한 리튬 배터리 휴대·위탁 수하물 관련 규정으로, 나라와 항공사에 따라 규정이 상이할 수 있다.

국토 교통부 항공 리튬 배터리 휴대 · 위탁 수화물 규정

배터리만 분리되어 있는 보조 배터리는 위탁 수하물으로는 보낼 수 없고, 휴대 수하물로만 운송할 수 있다. 배터리가 장착된 기기의 경우 휴대 수하물, 위탁수하물의 구분 없이 운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160Wh 기준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Ah (배터리 용량) * V (출력 전압) = Wh

mAh로 표기되어 있는 배터리 용량을 Ah로 변환한 후, 출력 전압을 곱하면 배터리의 에너지 양을 Wh를 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보조배터리도 용량이 30000mAh가 넘지 않는다면 150Wh를 넘지 않는다. 하물며 제품 대부분의 배터리 용량이 300~500mAh에, 출력 전압이 3.7V인 섹스토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생소한 내용이라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시겠다면? 유포리아 홈페이지에 방문해주셔도 됩니다! 휴대 및 위탁 수화물 규정에 맞는 여러 가지 토이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반려 가전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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