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리아와 반려 가전 이야기 8. 반려 가전 엑스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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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와 반려 가전 이야기 8. 반려 가전 엑스포 (2)

유포리아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지난 에피소드에서는 성생활용품 국제엑스포의 여성 대상화에 대해 소개했다면,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예고한대로 엑스포의 볼 거리와 먹거리에 대해 캐쥬얼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유포리아의 사장으로서 매년 수차례의 성생활용품 산업 엑스포에 참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참석한 엑스포로는 1월에 열리는 LA의 <Anme 쇼>, 5월에 열리는 상하이 <ADC(Adult-Care) 엑스포>, 10월에 열리는 독일 하노버 <Erofame>와 베를린의 <Venus>가 있으며, 그 중에도 상하이 ADC와 하노버의 Erofame은 매년 늘 빼놓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상하이 ADC 엑스포


엑스포의 볼 거리는 보통 관람객과 부스의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상하이의 ADC 엑스포는 산업박람회인데도 참가비만 낸다면 비 업계인들도 참여할 수 있어서인지, 남성 관람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젊은 여성들을 볼거리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마치 레이싱 모델을 촬영하러 자동차 박람회에 가는 일부 남성들처럼, 상하이 ADC 엑스포에도 커다란 사진기를 든 남성 관광객들이 진을 치고 있다. 헐벗은 여성이 등장하는 부스라면 빼놓지 않고 남성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대략 이런 모습이다.

ADC 엑스포가 매번 헐벗은 여성만을 볼거리로 전락시키며 나를 화나게 하던 어느 날,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으로 내가 코뿔소 같은 콧바람을 뿜으며 인파를 헤치고 까치발을 들게 한 사건이 있었다.

중국의 모 BDSM 회사에서 신제품 던전 케이지와 구속구를 홍보하기 위해 헐벗은 남성을 대상으로 케이지에서 본디지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이다. 실제로는 여성 퍼포머와 남성 퍼포머가 정해진 역할 없이 서로를 묶고 풀며 제품을 시연했던 것 같지만… 내 왜곡된 기억에는 남성 퍼포머의 가녀린 두 손목이 철창에 묶였던 장면만이 남아있다.

BDSM 도구를 시연하는 모델들

물론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것만큼 남성을 대상화하는 것도 비윤리적이겠지만,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남성의 권익만 주장하는 것만큼 불평등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수많은 여성 퍼포머들이 아무런 맥락 없이 비키니만 입은 채 부스 앞에서 인사를 하고 제품을 들고 있는 마당에, 한 명의 남성 퍼포머가 제품을 시연한 것에 핏대를 올리며 화를 낼 사람은 없으리라고 믿는다.

아직까지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퍼포먼스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올해는 혜성 같이 떠오른 신생 업체가 패션쇼를 진행하는 등, 점차 여성 벗기기에서 벗어나 다변화되고 있다. 

일러스트 이민

반려가전도 식후경

안타깝게도 상하이 ADC 엑스포는 먹거리에 있어서는 불모지라고 할 수 있다. 공짜 점심 뷔페가 제공되지 않고, 행사장에 위치한 몇몇 푸드 부스(?)에서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데 비싸고 맛이 없다. 첫번째 날에 부스 음식을 먹어본 참가자들은 둘째날부터는 다들 욕을 하며 외부 식당으로 향한다.

부스에서 사 먹어본 치킨은 기름 쩐내가 나는 편의점 치킨 같은 맛이었다... 하지만 행사장 외부의 식당들은 맛있고 저렴하니 가볼만하다!

급하게 다가오는 포크 3개

하노버 EroFame

하노버에서 열리는 EroFame은 업계 관계자만 참석이 가능한 B2B 트레이드 쇼이다. 그래서인지 관람객을 끌기 위한 여성의 성적 대상화대신 제품을 어필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많은 편이다. 다양한 부스에서 말랑말랑 딜도 DIY나, 딜도 다트 등 여러가지 행사와 던전 칵테일 바 등 흥미로운 행사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딜도 다트!

딜도 다트. 아쉽게도 하나도 과녁에 못 맞추고 결국 직접 딜도를 갖다 붙인 후 사진을 찍었다.

10월에 독일에서 열리는 행사답게 Erofame의 대표적인 볼 거리라면 Oktoberfest다. 관람객을 대상으로 무료 음식과 술을 제공하고 DJ를 불러서 춤도 추는 나름대로 힙한 행사인데… 아쉽게도 유럽에서 열리는 엑스포인 관계로 예산상 늘 혼자 다녀와야 해서 한번도 행사에 참석해본 적이 없다.

Erofame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
★재미가 폭발한다★

Oktoberfest에는 한번도 참석해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무료 점심 뷔페는 하루에 세 그릇씩 먹었다! 온갖 고급 샐러드, 훈제 연어, 고기 바비큐, 푸딩과 파나코타 등 산해진미를 만날 수 있다. 이걸 거부한다면 '먹포리아'라고 할 수 없다.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일이지만 외국의 산업 박람회에 참여하는 것은 성생활용품 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신제품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유포리아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가장 좋고 합리적인 제품들을 큐레이팅하여 여러분들께 소개할 것을 약속드린다! 😊

다음 화부터는 유포리아가 전신 리얼돌에 반대하는 이유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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