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리아와 반려 가전 이야기 1. 시작은 달콤하게 격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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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와 반려 가전 이야기 1. 시작은 달콤하게 격렬하게

유포리아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100% 여성으로 구성된 섹스토이샵 유포리아에서 오르가즘이라는 ‘셀프 케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최첨단 테크놀로지 셀프 케어를 기본으로 가끔은 사업 이야기, 우당탕탕 오피스의 일상 이야기, 업계 이야기 등 섹스토이 회사의 다양한 일상을 가볍게 나눕니다.


 어쩌다가 섹스토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을 꼽으라면 이 질문이 당연히 1위일 것이다. 다소 특이한 사업 아이템의 특성상,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뭔가 창의적이고 충격적인 답변을 들려줘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식상하게도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진짜 계기를 말하자면 4년 전 방망이 모양의 거대한 유선 마사지기로 하이 테크놀로지 오르가즘의 세계에 입문한 순간부터, 해외 20여개 브랜드의 국내 유통을 책임지는 유통 회사를 운영하게 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아야 한다.

감사하신 핀치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민망하지 않은 지면이 허락되었으니, TMI면 좀 어떤가? 누군가는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 주실 거라는 생각으로 풀어본다.

TMI 대잔치
기계 친구와의 첫 대면

일러스트 이민

미국에서 인턴을 하던 2015년 여름, 당시 내가 만나고 있던 애인은 성적으로 모험적이고 개방적인 친구였다. 20년 넘게 ‘파워 유교 성리학 국가’에서 자라며 억압되어 온 성적인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새로운 나(?)를 찾게 해 준 고마운 개새끼랄까?

그 친구와 함께 사용해 본 내 첫 기계 친구는 전설의 히타치 매직 완드.

히타치 매직완드는 강렬한 진동(강-강강-강강강-강강강…)을 앞세워 기승전결이나 서론, 본론, 결론없이 숨 막히는 오르가즘으로 내 머리 끄댕이를 붙잡고 끌고 가는 불한당 같은 친구였다. 220V 콘센트에서 스트레이트로 전달되는 파워풀한 진동의 폭포 앞에서 전원을 켠 지 채 1분도 되기 전에 나의 클리토리스가 천재지변 같은 천둥 번개 오르가즘을 온 몸에 분출하고 만 것이다.

만화 이민

갑작스러운 신속 퀵 강력 오르가즘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이런 오르가즘이 실존한단 말이야? BL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던 ‘신음이 절로 나오고 허리가 휘고 몸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 폭발적인 오르가즘’이 실제로 존재한다니. 손가락과 손목만을 사용하던 원시적인 가내 수공업 오르가즘이 갑자기 산업혁명을 거쳐 폭주하는 증기기관차 오르가즘으로 진화하는 순간이었다.

히타치 매직 완드

한국에서는 “페어리”로 더 유명한 안마기형 진동기의 대명사다. 1분에 6000번 회전한다는 초강력 진동 덕분에 무겁고 유선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최장수 베스트셀러 토이다.

진동이 가장 강력한 제품을 찾고 있다면 히타치 매직 완드같은 유선 제품을 추천한다. 무겁고, 보관도 어렵고, 손목도 아프겠지만 강력한 진동만큼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던가? 히타치 매직 완드로 선진 문물 오르가즘에 입문한 나는 매일매일 자기 전에 아마존 ‘Sexual Wellness’ 코너에 들어가서 최저가 순으로 저렴하고 괜찮아 보이는 반려가전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부족한 예산을 쪼개고 쪼개 한참 고민한 끝에 구매한 제품은 세 개. 시계 건전지 3개로 작동하는 허접한 불렛 바이브레이터, 몸통은 회전하고 쫑긋 귀는 진동하는 어쩐지 수상하게 생긴 래빗 바이브레이터, 타일에 붙이고 사용할 수 있는 우람한 딜도. 그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잠 못 드는 밤도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다 사업까지?

일러스트 이민

나는 곧 한국에 있던 친구들에게도 반려 가전의 세계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기계 친구와 한번 만나보면 다시는 손가락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내 지론을 설파하곤 했다.

어느 날, 한국에서는 똑같은 반려 가전이 미국 가격의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까지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색색깔 다양하고 안전한 반려가전들이 마치 화장품 같은 외관과 셀프 케어 용품 같은 포지셔닝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국의 ‘성인용품샵’에는 그때까지도 소재도 안전성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우락부락 딜도가 10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때도 샛별과도 같은 소수의 선구자분들이 남성 위주의 시장을 천천히 개척해가고 계셨다. 하지만, 지갑은 가볍지만 예쁘고 좋은 제품을 원하는 나 같은 고객들의 니즈는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던 이점을 이용하여, 직접 유럽과 미주의 제조사들과 도매 업체들에 연락해가며 단가 조사와 비용 분석을 해봤다. 그 결과, 국내 판매가 3만원에서 7만원 정도면 프리미엄 제품은 어렵겠지만 충분히 안전하고, 품질도 좋고, 생김새도 불쾌하지 않은 제품들을 국내에 들여와서 판매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 정도 가격이면 당시 한국에서 판매되던 동일 스펙 제품의 반값도 되지 않는 염가였으므로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마침 인턴십을 곧 마무리하고 귀국을 준비할 시기였기에 한국에 돌아가서 사업을 시작하기에 더 없이 완벽한 기회로 느껴졌다.

하지만 창업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 당시의 나는 여유자금이 100만원도 없는 데다, 섹스 토이 사업을 하겠다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바로 대리구매!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선주문을 받고, 미리 돈을 받아 그 제품을 사입하여 한국에서 배송해주기로 한 것이다. 외국에 있었던 나를 믿고 귀한 돈을 미리 지불해주신 약 20여분 덕에, 소중한 종잣돈 80만원 정도를 모아 유포리아의 첫 발주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당시 첫 발주 내역

애초에는 귀국일에 맞춰 첫 발주를 한 후 미국에서 제품을 수령해서 귀국길에 가져가서 보내 드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행기를 함께 타기에는 제품이 생각보다 많았다. 결국 몸은 비행기를 타고, 제품은 페덱스로 한국에서 받아보는 것으로 결정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 때는 몰랐다… 페덱스로 보낸 화물이 그렇게 많은 문제를 초래할 줄은.

페덱스로 보낸 화물에게 생긴 여러가지 사건들은 다음 에피소드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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