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비전공자, 개발자 5. 이직 어떻게 준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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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비전공자, 개발자 5. 이직 어떻게 준비할까

밀라르카

일러스트레이션 킨지

비전공자들은 이직도 어렵다. 전공자 개발자들은 인맥으로 이직하는 지인 찬스도 쓸 수 있지만, 비전공자는 인맥의 풀이 작기 때문이다. 이력서를 내더라도 컴퓨터 과학 전공을 우대하기 때문에 서류에서 바로걸러지는 경우가 많다. 서류전형을 가까스로 통과해도 어렵다. 나는 면접을 볼 때마다 듣는 단골 질문들이 있다. 내가 왜 늦은 나이에 개발자를 선택했는지다. 그 이전 경력도 상태가 썩 좋진 않아서 더 그런 질문을 듣는 것 같다. 내가 알던 한 CTO의 말을 빌리자면, 비전공자는 전공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력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다른 문제도 있다. 첫 회사에 취업할 때 겪었던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것이다. 나는 면접을 보러가서 ‘여성인줄 몰랐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급행을 타고 갔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힘이 빠졌다. 개발자가 모두 남자인데 혼자 개발할 수 있겠냐는 말 정도는 애교다. 하지만 이런 말로 의지가 꺾이면 안 된다. 나는 이직을 위해서 이런 것들을 준비했다.

1. 기술 블로그

예전에 면접을 봤던 한 스타트업은 구인 공고 요구사항에 기술 블로그가 있었다. 나는 원래 운영하던 깃허브 블로그가 있어서 주소를 제출했고 면접 기회를 잡았다. 그 면접에서 나는 깜짝 놀랐는데, 면접관들이 내 기술 블로그의 모든 글을 다 읽고 면접을 봤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가 썼던 글 중 몇 개를 면접실의 큰 화면에 띄우면서 궁금한 부분을 질문했다.

일러스트 킨지

당시 나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토픽에 대해 포스팅하고 있었다. 하나는 서버 개발자로서 기본적으로 알아야하는 지식이다. HTTP/1.1와 HTTP/2.0의 차이, REST 아키텍처의 개념 및 적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하나는 개발 방법론이다. 그 당시에는 애자일 스크럼, 익스트림 프로그래밍 등등에 푹 빠져있었을 때라서 관련 논문을 읽고 핵심 부분을 번역해서 포스팅하곤 했다. 나는 비전공자라는 단점을 이 기술블로그로 만회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꾸준히 학습을 하고 있고, 개발 프로세스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블로그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개발직무에 대해 가지고 있던 평소의 생각을 포스팅 한 것이 있었는데, ‘개발자를 하면 안 되는 사람’, ’재택 근무 가능한 국내 회사 목록’ 등등이다. 이런 자극적인 제목에 흥미를 느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고 말하는 면접관도 있었고, 면접관들이 나에게 재택 근무가 가능한 다른 회사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2. 토이프로젝트

개발자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토이프로젝트(토이 프로젝트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 본인이 관심 있거나 하고 싶던던 걸 만드는 작업이다. 토이프로젝트도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개발자들끼리 함께 토이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가 가장 적당한 수단이다. 구인공고에 깃 주소를 달라고 한다면 꼭 적어서 낼 수 있도록 미리 토이프로젝트에 시간을 쏟자. 만약 지원하는 회사와 토이프로젝트의 서비스 성격이 비슷하다면 더 좋다. 예전에 한 CTO는 개발자에게 과제를 줄 때 최대한 해당 회사의 사업 아이템과 비슷한 유형의 서비스를 만드는 걸 과제로 준다고 했다. 예를 들면 해당 회사의 서비스가 화장품 리뷰 공유 플랫폼이라면, 개발자가 직접 본인이 생각한 플랫폼 기획을 정리하고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제를 낸다. 이럴 경우에는 면접관이 개발자의 개발 실력과 함께 해당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3. 나만의 전문 영역(선택적)

이 부분은 대학시절 전공했던 분야에 대한 관심을 아직도 갖고 있거나, 평소에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쌓아온 사람에게 해당한다. 아직 해당 분야를 좋아하고 관련이 있는 일을 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면 이직할 회사를 고를 때는 해당 도메인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분야의 회사를 고르는 것도 좋다.

내 지인은 미술을 전공했고 나중에 개발을 배웠다. 지금 그는 이미지를 다루는 회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한다. 그는 면접을 볼 때 회사의 주요 사업분야인 이미지 처리에 대한 관심과 전문지식을 어필해서 이직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은 패션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패션을 다루는 테크 회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개발자의 본업은 개발이지만, 개발을 하다보면 해당 도메인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으면 쉽게 풀리는 문제들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문제를 먼저 파악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들은 개발자들에게도 서비스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전문지식과 개발지식을 잘 합친다면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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