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비전공자, 개발자 6. 개발자로 전직하기 전에 생각할 것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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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비전공자, 개발자 6. 개발자로 전직하기 전에 생각할 것 4가지

밀라르카

일러스트레이션 킨지

첫째. 시간은 충분한가?

일러스트 킨지

우선 개발을 배우는 일에 시간을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하라. 전공자들은 컴퓨터 과학 또는 컴퓨터 공학과를 다니면서 4년간 기초 지식을 탄탄하게 쌓는다. 비전공자들은 이들이 4년간 다진 지식의 양을 되도록 빨리 따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원하는 여성들은 결혼이 필수인지, 아니면 선택 사항인지를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결혼을 하면 직장과 가정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 이미 안정적인 커리어를 갖고 있는 여성들도 결혼을 하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시간을 얼마나 할애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직업을 탐색하고 그 직업을 갖는 것이 목표였다. 만약 개발자로 전직하면서 동시에 결혼준비를 해야 한다든가, 아니면 결혼이 이미 예정되어있고 근무 중인 직장이 있다면, 직장을 그만두지 말고 우선 남는 시간을 이용해 프로그램 개발 관련 학원을 다니라고 권장하고 싶다. 만약 개발 일이 본인에게 잘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대학에서 4년간 배웠던 지식을 단시간에 빨리 쌓아올려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근무강도는 괜찮은가?

일러스트 킨지

그리고 개발 직군의 근무 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러한 근무 강도가 정말 내가 원하는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 지인은 출산 후에 전문직으로 재취업을 하고 싶어서 개발자를 하고 싶어했지만, 여성 개발자들도 육아휴직을 쓰고 난 뒤 돌아 왔을 때 자리가 없어지는 차별을 겪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출산 후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개발을 공부한다는 게 더 어려울 수 도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결국 그분은 개발자로서 전직을 포기하고 집에서 육아에 집중하고 있다. 성공적인 경우도 있다. 다른 지인은 20대 후반이었는데 가까운 미래에 결혼 계획이 없었고 1년 동안 다른 경제활동 없이 개발자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인연이 닿아 대기업 인프라 팀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워라밸을 즐기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셋째. 남성이 다수인
근무환경이 괜찮은가?

남성이 많은 근무환경이 불편하고 어렵다면 개발자 전직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발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남성’인 개발자를 떠올리지 ‘여성’인 개발자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소 SPRI의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발자의 성별은 95%가 남성이고 5%가 여성이었다. 남성은 34세 구간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여성은 29세 구간에 가장 많이 분포한 것으로 보아 결혼에 대한 부담이 그 원인으로 추정했다. 그나마 있던 여성 개발자들도 결혼을 기점으로 현업과 멀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개발부서는 남성적인 문화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기존에 남성으로만 이뤄진 집단에서 생활을 경험해 본 적 없다면 여러 가지 부분이 상당히 생경하게 느껴질 것이다.

일러스트 킨지

나는 비흡연자이고, 나를 제외한 다른 부서 분들은 전부 남자고 흡연자였다. 나는 신입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흡연 할 때마다 따라가서 담배 냄새를 그대로 맡으면서 거기에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중요한 결정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빠질 수도 없었다. 최근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군대식의 상명하복 문화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의사결정을 위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의사결정 도구 또는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취업한 곳이 이런 회사도 아니고, 본인이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근무하는 게 상당히 힘들 수 있다.

넷째. 계속 공부해도 괜찮은가?

일러스트 킨지

넷째, 본인이 찾는 직업이 한 가지 기술로 계속 먹고사는 기술직이라면 다시 제고해야한다. 여타 기술직, 전문직과 다르게 개발직은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하는 직업이다. 신기술이 계속 쏟아지기 때문이다. 연차가 쌓이면서 숙련도가 쌓이긴 하지만 연차와 숙련도 사이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 개발 직무의 특징이다. 개발자 개개인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신입이든 경력이든 상관없이 면접 과정에서 꼭 코딩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더불어, 나이로 대우 받고 싶다면 개발 일이 힘들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IT 업계를 지원하면서 IT 분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각종 교육단체에서 개발을 배운 뛰어난 인재들이 사회에 일찍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봉이나 연차로 연봉을 책정하고 능력을 가늠하는 사무직과는 사뭇 다른 생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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