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인터넷 게시판에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못하고 직원들과 성향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문자로 5일 만에 해고되었다는 글이 이슈였습니다. 글 본문의 사실관계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웠던 점은 ‘일을 못하면 자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취지의 댓글이었습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일을 못하는 직원과 계속 함께 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계약은 회사에서 직원을 은혜적으로 ‘일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간에 체결한 계약에 따라 직원은 근로를 제공하고 회사는 그 대가로 임금을 주기로 한 것입니다. 때문에, 해고는 일종의 ‘계약 파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등 우리나라 노동관계법령은 특히 임금이 생계수단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러한 계약 파기 행위, 즉 해고에 대해 여러 제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오늘 서바이벌 생활노동법에서는 무엇이 부당해고인지, 부당해고를 당하면 어떻게 대응하여 야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엇이 부당해고인가요?
해고가 부당해고가 아니라 정당하려면 다음의 3가지를 모두 만족하여야 합니다.
- 해고를 할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 그 사유가 해고를 할 만큼, 즉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잘못이어야 하며,
- 해고 과정에서 사규 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여야 합니다.
즉, 아무런 잘못 없이 회사 마음대로 해고를 할 수 없으며, 설령 잘못을 했더라도 그것이 해고를 할 정도의 사유가 아니라면 부당해고가 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일이 조금 서툴다거나 동료 직원과 성향이 안 맞는다는 정도만으로는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당해고로 판단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해고가 절차적인 부분에서 정당하려면, 취업규칙(사규)가 있는 회사의 경우 그에 정해진 절차를 이행하여야 합니다. 만일 사규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직원에게 소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뒤 징계를 하도록 되어있는데,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거나 소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해고를 하였다면 해고 사유 정당성과는 별개로 절차 하자로 부당해고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상 ‘서면’으로 그 사유와 일자를 통보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구두로 통보하거나 사유와 일자를 통보하지 않았다면 부당해고로 무효가 됩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의 경우 해고를 문자로 통보하였기 때문에 부당해고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해고를 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상의 보호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민법상의 신의성실 원칙 위반 또는 권리 남용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으나, 근로기준법과는 달리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당함을 다투는 것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앞선 사례에서도 해당 사업장이 5인 미만이라면, 그 해고 사유나 절차가 부당할 확률이 높아도 이를 다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에서는 특정 기간 중에는 어떠한 이유로도 해고할 수 없는 시기 제한도 두고 있습니다. 바로 산재로 휴업한 기간과 이후 30일, 출산휴가 기간과 이후 30일, 육아휴직 기간입니다. 이때에는 해고를 할 정당한 사유가 있거나 절차를 모두 준수하였더라도, 해당 기간에 해고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해고가 무효가 됩니다. 해고금지기간은 5인 미만인 사업장의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부당해고를 당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해고가 사건이 되면 모든 것은 '입증자료'의 싸움입니다. 해고가 정당하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회사에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회사에서 자료를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재직 중인 직원들의 증언을 받기도 수월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불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근로자도 최대한 자료를 확보하기가 수월한 재직 중에 회사 사규, 사진, 이메일, 문자, 녹취, 관련자 진술 등 입증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퇴직 이후에도 유리한 진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해고 사건에서는 권고사직인지 해고인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고사직은 “합의에 따른” 근로관계 종료이고, 해고는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른” 근로관계 종료로, 권고사직은 해고가 아니기 때문에 앞서 말한 일련의 해고에 대한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때 해고인지 권고사직인지는 입증자료나 정황 등을 고려하여 판단되며, 특히 사직서 유무가 결정적인 입증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반드시 사직서는 작성하지 마시고, 계속해서 출근을 하거나 문자나 이메일 등을 보내 계속 근무하고 싶으나 회사의 해고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사측에서 사직서를 내라고 강요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작성하게 되시더라도 퇴직사유를 ‘해고로 인한 퇴직’이라고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해고를 당했을 경우에는 노동청이 아닌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에 방문하여야 하며,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를 이용하면 소송보다 간편하고 신속한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단, 해고일로부터 3개월 안에 신청하여야 하며, 지방노동위원회를 직접 방문하거나 홈페이지에서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구제신청 절차를 통해 부당해고로 판단이 될 경우, 원직 복직 및 해고기간 동안 해고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고를 당하면
한달 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해고예고제도와 관련한 질문입니다. 해고예고는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이를 지키지 못하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제도입니다. 단, 3개월 미만 근무한 경우거나, 근로자의 중대한 귀책사유로 인한 해고인 경우에는 이러한 해고 예고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중대한 귀책사유'란 아래와 같이 근로기준법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유가 아니라면, 사측이 생각하는 중대한 귀책사유더라도 해고 예고가 적용됩니다.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 천재ㆍ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별표 : 해고 예고의 예외가 되는 근로자의 귀책사유
-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고 불량품을 납품받아 생산에 차질을 가져온 경우
- 영업용 차량을 임의로 타인에게 대리운전하게 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 사업의 기밀이나 그 밖의 정보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자 등에게 제공하여 사업에 지장을 가져온 경우
- 허위 사실을 날조하여 유포하거나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여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
- 영업용 차량 운송 수입금을 부당하게 착복하는 등 직책을 이용하여 공금을 착복, 장기유용, 횡령 또는 배임한 경우
- 제품 또는 원료 등을 몰래 훔치거나 불법 반출한 경우
- 인사·경리·회계담당 직원이 근로자의 근무상황 실적을 조작하거나 허위 서류 등을 작성하여 사업에 손해를 끼친 경우
- 사업장의 기물을 고의로 파손하여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
- 그 밖에 사회통념상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되는 경우
많은 분들이 헷갈리시는 부분인데, 해고예고를 한다고 해서 해고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고는 앞서 말한 정당한 사유와 절차를 준수하여야 정당한 것이고, 해고예고는 별개의 보호제도입니다. 만일 부당해고를 하면서 해고예고기간을 준수하지 않았다면, 부당해고로 판단이 되더라도 해고예고수당은 별개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게 최근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한편, 권고사직은 해고가 아니기 때문에 해고예고기간 또는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하셔서, 만일 권고사직으로 퇴직을 하게 될 경우 사직서를 작성하기 이전에 명확하게 퇴직에 대한 합의금을 요구 및 확정하시기 바랍니다.
해고의 부당성은 입증하기 어려운데다 회사는 대부분 전문가에게 위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혼자 진행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때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 절차를 이용할 경우, 월 평균임금이 250만원 미만인 근로자라면 무료로 공인노무사 또는 변호사의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해당 절차를 이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직장 주소에 따라 관할 노동위원회가 어딘지 확인한 뒤, 해당 지역 노동위원회 홈페이지나 전화로 구제신청을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