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생활노동법 1. 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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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활노동법 1. 공휴일

꼬뮈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법이라는 게 원체 친해지기 어렵다지만, 하루의 짧게는 3분의 1, 길게는 절반을 노동하고 있는 우리에게 노동법이 익숙하지 않은 건 조금 아이러니합니다. 저 또한 노동법으로 먹고 살고 있지만 워낙 법이 복잡하다보니 아직도 이 아이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는 노동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도, 가끔 일터에서 의문점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내가 노동법에 맞게 근무하고 있는 걸까? 회사에서 나한테 요구하고 있는 게 정당한 건가? 내가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뭐가 있을까? 멀다고 생각했던 노동법이 필요해지는 시점입니다. 노동법은 알고 있을수록 동일한 얘기를 하더라도 회사에 더 정확하고 원활하게 요구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아직 노동법이 익숙하지 않은 신입사원들을 위한, 쉽게 풀어 쓴 노동법 안내서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달력을 펼쳐보니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 모두 올해는 자비 없이 일요일이네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월(月)이 바뀌면 달력을 펼치고 이번 달은 빨간 날이 몇 개 있나 세어 보기 마련입니다.

오늘 다뤄볼 서바이벌 생활노동법은 “달력의 빨간 날은 쉬는 날일까?”입니다. 이 질문은 연휴가 다가올 때마다 사측에서 노무사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막 일을 시작하신 분들 중에는 빨간 날이니 당연히 쉬는 날인줄 알고 여유롭게 침대에 누워 있는데, 왜 출근을 안 하냐는 등골시린 전화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분명 달력에는 빨간 날인데... 쉬어도 되는 건지, 회사에 나와야 하는 건지 눈치가 보입니다. 또는 회사에서 빨간 날에 나오라고 하는데 이런 회사의 요구가 부당한 건지, 정당한 요구인지도 헷갈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느 경우에 쉬어도 되는지, 어느 경우에는 출근해야 하는지 알아봅시다.

달력의 빨간 날은 ‘공’휴일

달력에 있는 빨간 날은 ‘공(公)’휴일입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라는 법령에 정해진 휴일이지요. 즉, 원래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무원이 쉬는 날이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쉬는 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무원이 아닐 경우 공휴일에 쉴 수 있는지 확인하려면 우리 회사의 사규(취업규칙)를 보거나, 회사의 사규가 따로 없다면 근로계약서를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이때 사규의 “휴일” 규정에서 공휴일이 휴일로 들어가 있다면, 축하드립니다. 공휴일에 마음 놓고 쉬시면 됩니다. (막내라 휴일당직을 서야 한다면... 휴일수당이라도 받읍시다.)

공휴일에 쉬는 회사의 취업규칙 예시

제OO조 [유급휴일]

① 회사의 유급휴일은 다음과 같다.

1. 주휴일(일요일)
2. 근로자의 날(5월 1일)
3.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상 휴일
4. 기타 회사에서 휴일로 정한 날

 

Q. 우리 회사는 공휴일에는 쉬는데, 사규를 보니 휴일은 아니에요.

이런 경우는 두 가지 케이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공휴일이 회사의 공식적인 휴일은 아니지만, 회사가 임의로 공휴일을 휴일로 주고 있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공휴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해서 쉬고 있는 경우입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연차휴가 대체’라고 하여,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특정 근로일에 연차를 사용하여 휴무시킬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사규에 공휴일이 쉬는 날은 아니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여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것으로 대체하여 쉬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다만, 회사와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서가 있어야만 공휴일에 일률적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하여 휴무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에 근로자 대표 합의서가 없음에도 연차를 사용하여 공휴일에 쉬고 있다면, 연차휴가를 소진하여 쉬는 것은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유일한 법정휴일!

여기까지 읽어오면서 배신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달력의 빨간 날이 쉬는 날이 아니었다니! 그럼 법적으로 쉴 수 있는 날은 언제인 거야?

법에서 정하고 있는 법정휴일은 딱 두 가지 종류밖에 없습니다. 1주일에 평균 1일 줘야하는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입니다. 주휴일은 2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인데요. 주로 일요일에 주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근로자의 날은 매년 5월 1일이지요.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그럼 이제 달력을 한 번 봅시다. 아마 5월 1일이 ‘빨간 날’이 아닐 겁니다. 달력이 보통 공휴일을 기준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까만 날로 되어 있는 것인데, 빨간 색 볼펜을 들고 빨갛게 칠해버립시다.이 날 우리는 당당하게 휴일을 요구할 수 있고, 회사에 나오라고 하면 휴일수당을 요구할 수 있는 날입니다. (오히려 관공서는 이 날 쉬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달력은 철저히 관공서 기준으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내년부턴 달라진다

나랏밥을 안 먹는다고 공무원은 다 쉬는 빨간 날에 못 쉬다니.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작년에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앞으로는 회사들도 회사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휴일이 법정휴일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회사들도 의무적으로 직원들에게 공휴일을 휴일로 부여하여야 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특히 공휴일이 법정휴일로 바뀌게 되면, 기존에 공휴일을 연차휴가를 사용하여 쉬던 분들도 이제는 회사가 일률적으로 소진시키는 연차 외에 넉넉히 개인 연차를 보장 받게 됩니다.

공휴일의 법정휴일화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일자

  1. 300명 이상의 회사, 공공기관,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등 : 2020년 1월 1일부터
  2. 30명 ~ 300명 미만의 회사 : 2021년 1월 1일부터
  3. 5인 이상 ~ 30명 미만의 회사 : 2022년 1월 1일부터

법정휴일이 되는 공휴일

  1. 3ㆍ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2. 신정 (1월 1일)
  3.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 (음력 12월 말일, 1월 1일, 2일)
  4. 부처님오신날 (음력 4월 8일)
  5. 5월 5일 (어린이날)
  6. 6월 6일 (현충일)
  7.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 (음력 8월 14일, 15일, 16일)
  8. 12월 25일 (기독탄신일)
  9.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
  10.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임시공휴일)
  11. 대체공휴일

다만, 안타깝게도 4인 이하인 회사는 기업 규모가 작다보니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문제로 개정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 때문에 4인 이하인 회사는 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공휴일이 법정휴일이 아니라는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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