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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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페미니즘

가족

<주거>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목포에서 온 편지 2. 텅 빈 자유

황달수

잘 지냈지? 날씨가 꽤 춥다. 추우니까 목포에 처음 온 초여름 날 이야기를 해줄께. 2017년 5월 13일은 드디어 혈연도 지연도 없는 목포로 내려온 날이야. 어떤 나라든 독립기념일을 크게 기뻐하고 매년 기념하듯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기념일이라 내 생일을 빼고 유일하게 - 미안, 사실 네 생일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이 알려주지 않으면 기억을 못하는 나를 용서해 - 내가 기억하고 기념하는 날이지. 목포로 오는 게 물 흐르듯 순탄하진 않았어. 난 아르바이트나 인턴으로 번 돈을 정신과 상담이나 내 ‘기분'을 채우는 경험과 물건들 혹은 ‘시발비용'으로 소비했기 때문에 모아둔 돈이 거의 없었어. 특히 난 먹을 것에 돈 쓰는데 환장했잖...

언니, 우리 이민갈까? 22. 결혼, 끝나지 않는 팀플

유의미

뉴질랜드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니 가끔은 여기가 뉴질랜드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다. 전혀 낯설지도 새롭지도 않고 익숙한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더는 길을 헤매지 않는 대신 어딜 가면 뭐가 있는지 다 알겠고, 차로 한 시간 이내의 가까운 관광지는 이미 모두 가본 것 같다. 물론 조금 더 멀리 나간다고 해도 관광지에 복잡한 시설을 들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매력을 강조하는 뉴질랜드 특성상 가서 만나게 되는 풍경이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 더 유명한 관광지라고 해도 그냥 모래사장이 있고 바다가 있고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 이민을 한창 검색할 때 가족 단위의 시간이 많아질 테니 관계를 잘...

언니, 우리 이민갈까? 13. 새 보금자리와 타협하기

유의미

뉴질랜드에 가면 대도시인 오클랜드에 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고 온 건 거기까지였다. 서울 안에 서대문구가 있고 마포구가 있는 것처럼 오클랜드 안에도 타카푸나, 글렌필드, 폰손비 등 다양한 지역이 있는데 그 중 어디에 살지 결정한 적이 없었다. 직장도 학교도 이 나라에 아는 사람도 없으니 어디에 머무르든 상관이 없는데, 상관이 없으니까 오히려 막막했다....

동반생활일지 5. 나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백희원

나이에 호들갑 떠는 게 늘 싫었다. 뭐하나 내 뜻대로 할 수 없던 십대 시절에 “그때가 좋을 때다” 소리를 듣는 것도, 겨우 스물 한 살이 된 동갑내기들이 “우리는 헌내기야”라며 자조적인 코드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도, 함께 활동해 온 동료를 ‘친구’라고 소개하면 “아 둘이 동갑이야?”라는 질문이 돌아오는 것도 늘 어이 없었다. 스물 아홉살의 겨울, 아빠는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흥얼거리며 놀리듯 서른 살이 되는 소회를 물었지만 내 안에 그런 것이 있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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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생활일지 4. 생활동반자법이 도입될 때 사라져야 할 것들

백희원

결혼을 삶의 선택지에서 제거하면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지워버린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었다. 임신과 출산, 양육. 국가에서 아무리 출산력 지표를 만들고 나를 가임기의 자궁으로 보아도, 출산과 육아는 내게 완전히 비현실 이다. 결혼의 기미도 없는 딸에게 갑자기 손주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치는 아빠에게 화도 안났던 것은 너무 터무니 없는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손주라니. 그게 무슨 소리람. 코로 웃어 넘기는 내 옆에서 아기라면 껌벅죽는 엄마도 손사래를 쳤다. 나는 서울에서 친구와 둘이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월급을 받아서 월세를 낸다. 내가 나를 먹이고 입히고 기르는 이 일인분의 경제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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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생활일지 3. 아파트에는 왜 꼭 안방이 있을까

백희원

문제는 집이다. 얼마 전에 지역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여성 비혼공동체 멤버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가장 답을 구하고 싶었던 것은 솔직히 주거안정 문제였다. ‘집은 어떻게 하셨나요?!’ 내 마음의 소리가 들렸는지 강연 중에 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초지종을 들으며 나는 ‘역시나’, ‘이럴 수가’, ‘부럽다’가 섞인 복잡 미묘한 탄식을 조그맣게 내뱉고 말았다. 살고 있던 지역에 거주기간 50년이 보장되는 반영구 공공임대주택이 생겼고 비혼 멤버 중 한 사람이 신청해서 입주했다. 직접 들어가보니 다른 멤버들도 입주할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한 결과 한 명씩 같은 아파트단지에 들어와 모두 가까이 모여 살 수 있게 되었다.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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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생활일지 2. 함께하면 더 나은 자립

백희원

나는 독립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이 자유를 획득하면 불안이라는 값비싼 청구서가 끝없이 날아온다. 지난해 1인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의 비중이 82.5%로 가장 많이 나온 집단은 30대 초반 여성이었다.(2017 한국 1인가구 보고서, KB금융경영연구소) 이 설문에서는 모든 세대에 걸쳐 여성 1인가구의 만족도가 남성보다 높게 나왔지만, 또 한 편에는 서울에 사는 2-30대 1인가구 여성의 절반이 주거비와 치안으로 인한 불안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에 대한 보도기사가 있다.(서울여성가족재단, 2016) 통계에 드러나는 여성 1인가구의 이 양면적인 모습에 나는 완전히 공감할 수 있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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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하기 좋은 날 6. 꼴찌의 2만원

윤이나

오늘도 통장에서 2만원이 빠져나갔다. 빠져서 어디 멀리 가는 것은 아니고, 바로 붙어있는 또 다른 통장으로 간다. 주택 청약 통장이다. 청약 통장을 만들라는 이야기는 한 10년도 전부터 들었던 것 같다. 그때 통장을 만들지 않은 이유는 하나, 한국에서 집을 사서 살아가는 미래 같은 것은 조금도 그려지지 않았고, 둘, 한 달에 2만원이라고 해도 고정 지출을 늘리는 것이 오늘의 삶을 빠듯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택 청약에 가입한 건 2년 쯤 전이다. 그것도 역시 내 집 마련의 꿈이 갑자기 생겨나서는 아니었다. 부모님의 늙어감을 직면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잠시나마 여기 발 붙여 놓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리고 10년 전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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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생활일지 1. 혈연보다 우연

백희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하면 돌아오는 사람들의 반응은 선선한 편이다. 젊은 여성 둘의 생활이라는 게 아기자기한 인상을 주는 모양이다. 어쩐지 귀여워하는 느낌이랄까. 여기에 함께 산 지 5년이 넘었다고 하면 조금 놀란다. 싸우지 않느냐는 말 다음으로 많이 듣는 질문은 “친구는 결혼 안한대?” 다. 줄곧 “글쎄요. 저희 둘 다 아직은 별 생각이 없어서요” 로 가볍게 일관해 왔지만 어느 순간 질문이 울컥 올라왔다. 왜 우리의 현재를 건너뛰고 미래를 물어보지? 지금 나와 친구가 꾸려나가고 있는 생활은 결혼 전의 일시적인 소꿉장난에 불과해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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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고 버리는 옷장 미니멀리즘

유의미

애인과 몇 달간 집을 바꾸어 살아본 적이 있다. 서로의 집에서 출퇴근이 더 편리했고, 고양이를 애인이 대신 봐줄 때였다. 나는 급하게 움직이느라 당장 필요한 옷 몇 벌과 화장품, 신발 두어 개, 노트북만 가방 몇 개에 나눠 들고 갔다. 어차피 서로 왔다 갔다 할 테니, 일단 이사부터 가고 중간에 필요한 게 생기면 한 번 더 가져오려고 했다. 그 집은 구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들여놓은 게 없었고 휑하니 텅 비어 있었다. 기본적인 세면도구와 식기 몇 개, 청소도구는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가구도 침대와 냉장고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살아서 엉망진창인 내 집보다 훨씬 아늑하고 깔끔했다.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옷을 가지런히 개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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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살기: 헤프거나 이기적이거나

김평범

나는 혼자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이다. 별 특이한 일은 아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거주 20~30대 여성의 44.4% 는 보증금·월세 , 34.6% 는 전세 로 집을 점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가 자취를 시작한 것은 대학생 때부터다. 대학에 다닐 때는 친동생과 함께 지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학생인 동생과는 서로 생활 패턴도 엇나간데다 기자 초년생으로의 생활이 많이 고되다보니 걸핏하면 동생에게 화를 냈고, 잦은 싸움이 반복되자 서로 견디지 못하고 각자의 생활을 꾸렸다. 그러면서 처음 혼자 얻은 집이 지금의 '월세가 아주 기막히게 싼 자취방' 이다.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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