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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아모 쿠바 13. 쿠바노의 사랑과 연애

나오미

"나오미님, 상담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요... 제가 쿠바에서 최근에 귀국을 했어요. 그리고 다시 가려고 하는데요..." 나는 SNS 메신저로 불특정 다수에게 쿠바에 관한 다양한 종류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중 이렇게 시작되는 질문의 경우, 10에 9는 남자문제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SNS에 쿠바노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오미와 O 커플. 처음엔 상담사라도 된 양, 경청하고 공감하며 이런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답변한다. "죄송하지만 쿠바노와 사적인 관계에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떼아모 쿠바 9. 쿠바의 파티, 피에스타

나오미

그 동안 에피소드들로 쿠바 사람들의 이런저런 성격을 표현해보았다. 다소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나, 나오미의 경험을 한 줄로 정리해 보자면, 쿠바노와 쿠바나는 관심받기 좋아하고 정열적인 성격이다. 이런 이들의 성격상 껌뻑 넘어가게 좋아하는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피에스타(fiesta), 파티다.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파티는 항상 조용하고 성대한 모임이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잔치라면 몰라도 파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늘 헐리우드 영화 속에 나오는 백인들의 파티 장면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거대한 성에서 열리는 파티, 드레스코드를 맞춰입은 사람들, 샴페인 그리고 뷔페. 쿠바에서는 그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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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아모 쿠바 12. 쿠바의 날씨

나오미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라는 노래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생각하는 하늘색은 푸른색이다. 아니 푸른색이었다. 요즘 같으면 '회색'을 '하늘색'으로 정정해야 할 듯하다. 유난히 호흡기가 취약하게 태어난 나는 올 가을, 겨울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정말 고생했다. 집 안에만 갇혀 지낼 수 없으니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했지만, 귀가 후엔 어김없이 비염이 도졌다. 곱게 화장이 잘 먹은 날도 마무리는 마스크였다. 나오미, 한국 체류 버전 초미세먼지로 뒤덮인 한국의 하늘이 쿠바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매일 돼지고기를 굽고 등푸른 생선을 바싹 튀겨도 파랗기만 한 쿠바의 하늘이 너무 그리웠...

떼아모 쿠바 시즌 투 6. 최악의 연애 TOP 3

나오미

* 주의! 이 에피소드는 이성애에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무기여 잘 있거라  내가 중학생 때 가수 박상민씨가 '무기여 잘 있거라' 라는 곡을 발표했다. 한 여성이 남성 다섯명과 사랑에 실패한 후 비구니가 되기까지 사연을 담았다. 박상민씨 특유의 허스키하고 구구절절한 목소리를 통해 남자한테 확 질려버린 여자의 지독한 심정이 잘 표현된다. 물론 연애 다섯 번 실패했다고 비구니가 되는 컨셉은 상당히 어이상실이지만 말이다.  쿠바를 드나든 지 햇수로 10년이 되었다. 이곳에서 나는 사랑을 했었다. 현재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소소하게 스쳐 지나간 사람들까지 다 카운트하면 나는 이미 주지스님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비혼여성으로서 당당히 속세의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내가 쿠바에서 겪은 최악의 연애 TOP 3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제비 일러스트 이민 첫번째 남자는 2010년에 만난 살사선생 A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일본인 친구가 살사 레슨을 받으러 간다기에 함께 가 봤다. 교습소 입구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그를 본 순간, 나의 머릿속 작은 풍경이 바람에 나부끼며 '딸랑 딸랑' 소리를 냈다. 키가 190cm 정도, 크고 마른 체형이었다. 문턱에 기대 선 길쭉한 그의 마른 몸과 미남형의 이목구비에 스며든 햇살이 나의 심장을 콩닥이게 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떼아모 쿠바 14. 쿠바의 가족

나오미

쿠바의 가족에 대한 첫 번째 대화. O : 나는 5형제 중 넷째야. 첫째, 둘째형은 아빠만 같은 하프 브라더고, 셋째형은 엄마만 같은 하프 브라더, 나와 막내동생 둘만 부모님이 같아. 나오미 : 응...? O : 지금 나는 나의 엄마, 그리고 엄마의 남편과 살고 있어. 그에겐 야니라는 딸이 한 명 있는데, 근처에 살아서 거의 매일 우리집에 오지. 나오미 : 그럼 그들은 너의 가족이야? O : 그는 나의 엄마의 남자일 뿐, 나의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아. 야니 역시 내 여동생은 아니라고 생각해. 나오미 : 피가 섞이지 않았으면 가족이 아닌 거야? O :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어린 시절부터 함께 살았고 나에게 아버지 역할을...

떼아모 쿠바 10. 물자부족, 그리고 절약

나오미

쿠바노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들이 매우 자주 사용하는 숙어가 있다. 바로 아쎄 팔따(hace falta)라는 것인데 '~이 필요하다, 부족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A: vamos hacer espaguetis. dime! Qué hace falta?(우리 스파게티 만들자. 말해봐! 뭐가 부족해?) B: a ver... hace falta puré, queso y fideo!(보자...퓨레, 치즈 그리고 면이 없네!) 농담처럼 보이지만 실제 상황이다. 쿠바노들이 이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 이유가 있다. 첫째, 쿠바노의 대부분은 가난하다. 공식 발표된 쿠바의 1인당 GDP는 연간 1만2500달러에 달한다지만, 이것은 사회주의 정부가...

떼아모 쿠바 시즌 투 5. 쿠바에서 만난 한국인 인연들

나오미

드라마 <수박> 내가 몇 번이고 즐겨 보는 최애 일본드라마가 있다. <수박>이라는 드라마다. 여성 네 명과 '해피니스산챠'라는 집이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성장 배경도 성격도 모두 다른 여성들이 해피니스산챠에서 만나 함께 맛있는 집밥을 나누며 진정한 '식구'가 되는 이야기이다. 영화 <카모메 식당>,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는 반드시 좋아할테니 살포시 추천을 한다. 간호사로 일하던 시절, 중환자실에서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난 뒤에는 꼭 이 드라마를 보며 숨을 고르곤 했다. 늘 내일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던 나에게 이 드라마는 안정이자 대리만족이었다....

떼아모 쿠바 11. 쿠바의 교육

나오미

지인 YD는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계란 거래를 한 C여사와 둘도 없는 베프가 되었다. C여사는 쿠바의 마스코트 ' 까라두라' 였는데, 내성적인 성격의 YD와 궁합이 제법 잘 맞아 매일 함께 어울리다시피 했다. 간혹 YD를 찾기 위해 우리 집에 들르기도 했다. 옆에서 둘의 대화를 보면 C여사가 어찌나 직설적인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그 날도 아침 일찍 C여사가 나의 집으로 찾아와 YD를 찾았다(까라두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남의 집에 잘도 찾아 온다). YD는 때마침 내가 차려 준 간단한 아침식사를 즐기는 중이었다. YD는 식사를 할 때 입을 벌리고 쩝쩝 소리내며 먹는 습관이 있다. 성격도...

떼아모 쿠바 시즌 투 2. 오비스뽀 친구들과 나오미

나오미

2012년, 나는 암 제거 수술을 했다. 당시 나는 쿠바라는 나라와 깊은 사랑에 빠졌었고, 늘 그리움에 시달렸다. 내가 원한 건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내 마음을 온통 뺏긴 그 곳에서 흔한 쿠바나처럼 한번 살아보고 싶었다. 매일 같은 시각 눈을 뜨고, 같은 곳을 거닐며, 이웃들과 가벼이 아침인사를 나눌 수 있는 일상이 간절했다. 모든 치료과정이 끝나면 곧장 쿠바로 달려가겠다는 희망 하나로 반년을 넘게 버텼다. 그렇게 나는 내 몸에 찾아온 암이라는 불청객을 잘 이겨냈고, 2013년 2월 쿠바로 돌아갔다. 여행자거리 두 블록 옆에 위치한 아담한 까사에 2개월치 선불을 지급했다. 드디어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쿠바에서 매일 아침을 맞이할...

떼아모 쿠바 시즌 투 3. 세뇨라 O의 가족들

나오미

일러스트 이민 오늘,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이들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나의 쿠바 엄마 '세뇨라(señora, 여사) O'와 그의 가족들이다. 2013년 아바나에서 그들을 처음 만났다. 어떤 필연적인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가족이 운영하는 까사가 마음에 들어, 거기 짐을 풀었을 뿐이다. 세뇨라 O의 가족들과 나오미 아바나 비에하(habana vieja, 올드아바나)에 위치한 그의 까사는 일장일단이 존재하는 까사였다. 일단 최고의 장점은 주인과 함께 살지 않고 독립적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쿠바에도 독립형 까사가 많이 생겼으나, 그 시절에는 결코 흔치 않았던터라 그야말로 '땡잡았다'...

떼아모 쿠바 시즌 투 4. 특별한 까사들

나오미

일러스트 이민 쿠바에는 독특한 숙박 시스템이 있다. <떼아모 쿠바> 두번째 에피소드 에서 소개한 바 있는 까사 빠르띠꿀라르(casa particular)라는 것인데 줄여서 '까사' 라고 부른다. 이것은 국가에서 허가받은 민박의 형태로 집주인과 한 집에서 생활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주인없이 에어비앤비 형태로 지낼 수 있는 까사도 많이 생겼으나, 내가 쿠바를 드나들던 2010년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까사가 주인과 함께 집을 셰어해야 했다. 이 숙박 형태가 사실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기분처럼 약간 눈치가 보이고 불편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꽤 재밌다. 대부분의 까사 주인들은 성격이 유쾌하고...

떼아모 쿠바 시즌 쓰리 6. 씨엔푸에고스

나오미

정갈한 격자의 도시, 씨엔푸에고스 이번 주 떼아모 쿠바와 함께 여행할 도시는 씨엔푸에고스(Cienfuegos)주의 주도 씨엔푸에고스이다. 이 도시의 이름만 들으면 쿠바의혁명 영웅 까밀로 씨엔푸에고스의 이름을 본 따서 만들었다 생각하는 이가 많다. 당초 이 도시의 이름은 ‘페르난디나 데 하구아’라 불리웠다. 그러나 1825년에 폭풍으로 도시가 파괴된 후, 성의 재건을 주도한 스페인의 장군의 이름을 따서 현재의 지명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시엔푸에고스 도시에 첫 발을 내딛으면 뭔가 쿠바의 다른 도시들과 느낌이 다르다. 아바나는 도시 자체가 좀 어지러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는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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