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핀치 타래일상

조각

오늘의 사소한 일기

헤테트

1. 날씨

나는 비 오는 날이 가장 좋다. 가장 고요한 날이기도 하고, 흐리지만 차분한 색이 되는 것도 좋다. 비가 내리고 나면 바깥의 공기나 길거리가 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것도 좋다. 외출을 싫어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나가는 것도 평소보다 호의적이 된다.

햇볕이 쬐는 맑은 날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날엔 나가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눈이 오는 날이 가장 싫다. 모든 것이 다 싫은데, 눈이 내리는 모양 조차도 좋아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함박눈이 내리던 날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눈이 내리는 그 모습이 벌레떼같다는 생각이 든 이후로 그렇다. 눈이 오고 나면 길거리가 지저분해지는 것도 달갑지 않다. 눈길에서 잘 넘어지는 스타일이라 그것도 싫다.


2. 연어

얼마 전부터 연어가 너무 먹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연어 필렛을 주문했다. 오늘 도착했다. 오늘 저녁은 연어다. 기분 째진다. 처음 시켜보는 곳이라 500g만 주문했는데 그냥 1kg 살 것을 그랬나, 싶다. 어쨌든 오늘 저녁은 연어다.


3. 코팩

오랜 만에 코팩을 했다. 붙였다 떼는 것. 피지 붙어서 텨나온 그 희열에 중독 돼서...(머쓱)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믿으며 변태처럼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코팩을 한다. 그래서 오늘 했는데... 피지는 제대로 안 붙어 나오고 살만 떨어져 나갔다. 화가 많이 났다. 지금도 쓰라리다. 저녁에 먹을 연어만 아니었음 이 회사에 쌍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연어에게 감사하길. 코팩 두 장이나 남았는데 늬들은 화형이다.


4. 독서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린다 굿맨의 《당신의 별자리》, 앨런 존슨의 《사회학 공부의 기초》.


5. 엽서

'해피문데이 '라는 곳에서 생리대 정기배송을 이용 중인데(나는 생리주기가 칼같이 일정해서 마음에드는 서비스다. 생리대가 전체적으로 뻣뻣한 감이 있긴 하지만 막상 착용하면 불편하거나 자극적이진 않음. 이걸 쓰고 악취(?)가 없어져서 계속 쓰는 중), 오늘 정기배송 제품이 왔다. 그런데 세계 여성의 날 엽서가 함께 왔다. 책갈피로 쓰거나 크레마 사운드업 뒷면에 꽂아둘 생각. 좋은 깜짝 선물이었다.

SERIES

그냥잡썰

헤테트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제목없음] 일곱 번째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제목없음

#여성서사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참으로 어렵다. 나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되물어봤다. 그리고 의심했다. '저 사람은 만나도 괜찮은걸까?' '내가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 처음에는 설레기도 하고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은걸까? 순간의 감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에는 좋으니까로 결론이 난다. 좋은걸 어떡하나? 만나야..

4. Mit Partnerin

여성 파트너와 함께

맥주-

#여성서사 #퀴어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이성애 규범과 그 역할에 익숙해진 내가, 동성애를 하기 위한 일련의 역할들과 그 수행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용적-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가로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사회에서 ‘여성적’ 이라고 해석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를 좋아한다. 하늘하늘하고, 레이스나 프릴이 달려 있고, 패턴이 화려한 옷들. 재미있는 것은 패턴..

어머니는 나를 엄마,라고 불렀다

'딸'이 되고싶은 딸의 이야기

설화

#여성서사
"엄마~"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다. 내가 엄마같다고. 하지만 이렇게 엄마의 입에서 직접적으로 불려지니 더욱 비참하고 씁쓸했다. 딸로서 행동할 수 있는 자그마한 가능성마저 먼지가 되어서 저 한마디에 그러모아놓은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제껏 자라오면서 의지한 적이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였나. 학교에서 중국으로 일주일 정도 여행 겸 학교체험을 가는데, 배를 타기 전 엄마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스불 잘 잠그고 문 단속 잘하..

13. 대화하는 검도..?

상대의 반응을 보며 움직이라는 말

이소리소

#검도 #운동
스스로를 돌이켜보기에, 다수의 취향을 좋아하는 데 소질이 없다. 사람들이 아이돌이나 예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체온이 2~3도는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대화에 섞일 적당한 말이 뭐 있지?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 뭐라도 이야깃거리를 던져보지만 진심이 없어서인지 어정쩡한 말만 튀어나온다. 결국 혼자 속으로 “난 만화가 더 좋아.."라며 돌아서는 식이다. 맛집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어째 운동 취향도 마이너한 듯하고.....

말 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4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상속인 조회 서비스 조회 완료 후 한 달 정도는 은행과 보험 정리에만 매달렸다. 사실 지점이 많이 없는 곳은 5개월 여 뒤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는 자동차 등을 정리했고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 상속인 조회 서비스에 나온 내역들을 한꺼번에 출력해 철 해 두고 정리될 때마다 표시해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현금수령인지 계좌이체인지 등)를 간략하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정리하기 편하다. 주민..

보장 중에 보장, 내 자리 보장!

이운

#방송 #여성
나는 땡땡이다. 아마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 팟캐스트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해결 상담소로,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여 해결해 준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리고 ‘땡땡이’는 이 취지에 맞게, 사연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다 만들어진 애칭이다. 비밀보장 73회에서..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