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잡썰의 모든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고등학생 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타로카드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그 그림이 몇 날 며칠이 지나도록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당시에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라 한참을 찾아 헤맸고, 드디어 그것이 타로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타로카드에 관심이 있던 게 아니었고 그저 그 '그림 카드'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또 미친듯이 찾았다. 타로카드도 종류가 굉장히 여러 종류인데 내가 원하는 것은 '그 그림'의 카드였으니까. 애석하게도 게시자는 내 물음에 답해주지 않았다(지금 생각해도 서운함). 그래서 또 며칠을 미친 듯이 사이트를 뒤지며 다녔다.
당시에는 야자까지 하는 데다 토요일까지 학교에 가야하고 학원도 다니고 동아리 활동, 심화반 활동도 해야 했으므로 찾아볼 시간이 매우 부족했고, 결국 한 달(내지는 그보다 좀 더)이 지난 후에야 그 카드를 찾을 수 있었다(참고로 첨부사진의 카드는 아니다).
기억에 27,000원이었던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다. 벌써 14년 전의 일이다. 어쨌든 25,000원은 넘었고 그때의 나에겐 제법 큰 돈이었으니 나름대로 큰맘 먹고 샀다.
실물로 보니 집착의 나날과 큰맘 먹은 액수의 보상이 되고도 남았다. 정말 한 장 한 장이 아름답고 우아했다. 오바가 아니라 진짜로. 지금 봐도 그렇다.
그때 구입한 사이트(지금은 사라짐)에서 첫구매자에게는 '타로카드 입문서'를 주었다. A5 사이즈의 얇은 책자인데, 타로카드 각 장의 해설과 키워드가 제법 친절하게 적힌 책이었다. 그저 그림카드 소유욕에 미쳐 타로카드의 용도에 관심이 없던 나는 그제야 이 그림카드의 용도와 생산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음 날 바로 학교에 가져가서 친구들에게 점을 봐주었다. 사실 누구에게든 내 광적 집착의 결과물을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져갔고, 점은 구실일 뿐이었다.
어쨌든, 첫 점은 재밌었다. 책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키워드를 읊는 수준에 가깝긴 했지만 보는 나와 친구들 모두 즐거웠고, 신기했다. 원래 공부 외엔 다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고 당시에는 타로 자체가 생소했으니 그럴 수밖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 점이 진짜 맞아버린 거. 그것도 하필 친구의 다툼수가... 그 외에도 좋은 일이건, 안 좋은 일이건 철썩철썩 맞는 일이 생겼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그러고 나니 그냥 무서웠다. 물론 굉장히 사소한 것들이었고 우연일 수도 있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찝찝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좀 허무하지만, 대학 갈 때까진 봉인해뒀다.
구구절절 길었는데, 한 마디로 줄이자면 "카드 그림이 예뻐서 시작했다"가 되겠다. 이렇게 줄이니 정말 사소하고 시시하고 멋짐은 거시기 털만큼도 없는 시작이었구나.
뭐, 모든 시작이 다 거창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