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은 봄알람의 <외않페(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나는 트위터에서 바이크전도사란 닉네임을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문의를 받게 되는데, 모터바이크에 입문하려는 이의 입장에서 보니 필요한 정보를 총망라한 입문가이드를 찾아보기가 은근히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 지식인이나 바이크동호회카페 같은 곳에 문의를 하면, ‘여성분이 위험하게 왜 바이크를 타려고 하세요. 아무래도 여자가 타기엔 힘들죠. 편하게 남친 뒤에 타세요.’ 아니면 ‘여성분이 바이크를 타시다니 멋집니다! 같이 타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카톡아이디 ***** 연락주세요’ 같은 여성혐오가 가득한 소리를 듣기 십상이고, 그런 소리 듣기가 싫어서 나한테 문의한다는 분들도 많았다. 또한, 리뷰나 여...
바이크를 탄다는 얘기를 하면, 열에 여덟 정도로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위험하지 않아? 너무 자주 받은 질문이라 이제는 내성이 생기긴 했지만, 대답하기 쉬운 질문은 아니다. 대부분은 가벼운 인사치례로 하는 질문이거나, 혹은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바이크는 위험한 것으로 통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그래서 본격적인 ‘바이크 영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이 부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바이크에는 위험한 요소가 분명히 많다. 하지만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방법과 장비도 많이 고안되어 있다....
처음부터 바이크를 좋아했던 건 아니다. 10대 시절에는 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집 앞에 왕복 6차선의 매우 큰 길이 있었다. 그 길은 여의도로 이어졌는데, 그 때는 아직도 여의도 공원 앞에서 광복절 마다 9시 뉴스를 장식하던 폭주모임이 아직도 열리고 있었다. 여름 방학 동안 새벽에 몰래 거실에 나와 엄마 아빠의 눈을 피해 전화선을 컴퓨터 본체에 연결하던 어린 나에게 귀를 찢는 폭주족 ‘오토바이’들이 내는 소음이 달가울리 없었다. 시간이 흘러 스무살을 훌쩍 넘긴 2007년 여름. 나는 다니던 대학도 휴학하고, 특별히 만나는 친구들도 없이 두문불출 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의욕이 샘솟아야 할 스무살이었...
로드윈을 떠나 보내기로 결심함과 동시에, 그 다음 바이크도 이미 결정이 끝났다. 마찬가지로 국내 브랜드인 효성자동차에서 나온 GT250N, 일명 코멧250이라고 부르는 네이키드 모델. 국산 브랜드라서 가격도 저렴하고 수리비도 저렴하다. 내가 이 바이크를 산 시점에는 효성이 아니라 S&T의 코멧이었지만, 효성자동차가 S&T그룹에 인수되면서 브랜드의 이름이 바뀐 직후였기 때문에 아직은 효성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때였다. 효성이 S&T로 바뀌면서, 몇몇 모델들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페이스 리프트 되기 시작했다. 당시 국산 쿼터급 *1 바이크의 대표주자인 코멧250 역시 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
동호회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씩 엄마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는 대인배에 보살이었다(만약 누가 지금 나의 바이크를 매일 같이 빌려가려고 하면 열쇠를 어디다 숨겨버릴 것이다). 하지만 당시 나는 엄마의 기분까지는 미처 배려하지 못했다. 이게 다 바이크가 너무 재밌었던 탓이다. 그저 신이 나서 엄마의 스쿠터가 정말 내것인양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매일 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니는 것은 물론, 날잡아서 편도 2시간 정도 걸리는 강화도까지 가기도 했었다. 엄마는 당신이 직접 타시려고 사 놓은 바이크의 열쇠조차 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북악산 스카이웨이에 올라가는...
2006년 후반 즈음이었을까? 친구들의 싸이월드에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곡선의 디자인을 가진 스쿠터 *1 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밑에는 항상 ‘퍼가요~♡’란 댓글이 달리곤 했다. 200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도로 위에서도 스쿠터를 정말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스타일의 스쿠터들을 ‘클래식 스쿠터’라고 불렀다. 엄마가 처음 사왔던 바이크도 바로 이런 스쿠터였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디자인의 바이크들은 클래식 스쿠터라기 보다는 패션 스쿠터나, 아니면 그 밖의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한다. 고전이란 뜻을 가진 ‘클래식’이라는 단어는 본래 오래되었거나, 혹은 전통적인 것을 계승하는 것들에 붙여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클래식...
옛날에 내가 알던 ‘오토바이’라곤 택트와 시티백, 그리고 엑시브가 전부였다. 시장이나 골목에서 어르신들이 자주 타고 다니시던 투박한 스쿠터와, 중국집 배달에 자주 쓰이던 오토바이, 그리고 요란한 조명들이 잔뜩 붙은 시끄러운 폭주족 오토바이를 부르는 단어들이었다. 그 때 까지는 ‘오토바이’의 종류가 그렇게 많을 것이라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때문에 당연히 그 비슷한 것들을 보게 되더라도 그 오토바이의 이름은 택트였고, 시티백이었고, 엑시브였다. 마치 호치키스와 포크레인, 멜로디언을 부르는 것처럼. 오토바이의 대명사 시티백과 엑시브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런 유명한 이름들은 국내 이륜차 제조업으로 등록된 몇 안되는 기업인...
바이크를 사고, 바꾸고, 면허를 따고, 레이스도 나가다 보니 어느새 나는 바이크를 꽤 오래 탄 사람이 되었다. 원래 속해 있던 동호회는 어느새 존재가 희미해졌고, 동호회에서 만나 같이 바이크를 타던 사람들 중에는 더 이상 바이크를 타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새로운 동호회에 흥미가 가지도 않았다. 나 역시 바이크를 타는 시간보다 주차장에 세워두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주말에도 쉬기 바빠 바이크를 탈 생각이 안 들었다. 권태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바이크 관련 매체에서 아주 잠깐 일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바이크 타는 것이 좋았고, 바이크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좋았고, 그 두 가지 모두 꽤 한다고 생각했으...
travel 아닌 tour 바이크 영업을 하겠다고 기세등등 시작해 놓고, 바이크의 즐거움보다는 바이크를 어떻게 샀고, 어떻게 골랐고, 면허를 어떻게 땄는지에 대해서만 주구장창 늘어 놓았다. 여기까지 보신 분들이라면 이제 바이크를 어떻게 하면 탈 수 있는지 기본 스텝에 대해서는 알게 되셨으리라. 물론 바이크를 고르고, 구입하고, 면허를 따는 순간도 라이더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결국 바이크를 ‘타기’ 위한 과정이다. 바이크는 타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 혼자 타든, 둘이 타든, 여럿이 타든, 어쨌든 바이크를 타고 일상을 벗어나 달리는 것. 라이더들은 그것을 ‘투어’라고 한다. ‘투어(tour)’는 한 공간을 여행하...
10화에서 내가 애인을 바이크 투어로 꼬시기 위해 렌트해 갔던 바이크는 대만 브랜드 SYM의 ‘다운타운125i’라는 모델이었다. 125cc라는 배기량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덩치를 가진 이 모델은 우리나라에선 편의상 ‘빅 스쿠터’로 구분되곤 한다. ‘빅 스쿠터’는 보통 250cc를 넘는 배기량에 15인치 이상의 휠을 가진 커다란 스쿠터들을 말한다. 여기서 휠의 크기는 매우 중요하다. 다른 (상대적으로) 작은 스쿠터들이 12~14인치 사이의 휠을 장착하는것에 비하면 15인치는 매우 큰 사이즈라고 할 수 있다. 빅 스쿠터, 장점과 단점 작은 휠의 바이크는 조작감이 경쾌하다. 시트고 *1 도 크게 낮춰준다. 연비도 훨씬...
반 년 정도가 지나자 무겁고 불안정한 코멧250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다. 지난 로드윈보다 적응 기간이 더 짧았다. 250cc처럼 애매한 체급이 원래 그렇다. 애매하게 강한 힘과 애매하게 빠른 속도 때문에 자꾸 더 강한 힘, 더 빠른 속도에 더 욕심이 난다. 사실 아예 높은 배기량을 경험한 뒤에 낮은 배기량으로 내려온 경우에는, 쿼터급이야말로 엔진의 힘을 모두 뽑아내면서 정말 즐겁게 탈 수 있는 체급이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이제 막 배기량을 높여가는 때인 만큼 더 빠른 속도와 더 강한 출력에 계속 욕심이 났다. 오버리터 *1 급까지 무슨 바이크든 탈 수 있는 무제한의 면허도 있겠다, 코멧을 팔고 나면 꽤 넉넉한 돈도...
휴! 이렇게 해서 시리즈 15편으로 저의 12년 바이크 인생을 풀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연극식 인사.) <그래서 바이크>가 나오게 된 과정에는 정말 시트콤에나 나올 법한 에피소드가 있다. 한창 더워지기 직전 초여름, 태국 여행을 가기로 했다. 시그니쳐 향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지라, 향수를 사모으고 있던 차였다. 특히 파우더리한 향을 좋아해서 면세 찬스로 비싼 향수를 하나 샀다. 기대를 가득 안고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포장을 뜯고 펌핑을 해 보았다. 아뿔싸, 내가 원하던 향이 아니었다. 난 파우더리한 향을 기대했는데 그 향수는 ‘투 머치 머스크(too much musk)’ 했다. 면세로도 비싼 향수였는데… 속이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