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노출도와 방어력은 비례한다.” 게임 캐릭터들은 상위 등급으로 가게 될수록 거적때기를 벗어던지고 매력적인 장비를 입게 되는데, 등급이 올라갈수록 각종 장비를 껴입는 남성 캐릭터들과는 달리 여성 캐릭터들의 노출은 점점 증가하게 되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타입의 여성 캐릭터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농담이 널리 통용될 정도로 여성 캐릭터들의 노출은 게임계에서 당연한 것으로 통용됐다. 게임 제작사는 여성 캐릭터의 특정 신체 부위를 구현하는데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이를 홍보하기도 한다. 다양한 작품의 로봇들이 콜라보레이션해 전투를 펼치는 <슈퍼로봇대전>...
얼마 전 스팀에서 ‘프린세스 메이커 1,2 리파인’ 이 발매되었다. 1995년(‘프린세스 메이커 1’은 1991년)발매된 이 게임은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시초이자 바이블이다. 물론 지금에야 모두가 즐기는 육성 시뮬레이션이라지만, 처음부터 프린세스 메이커가 온 가족의 육성 시뮬레이션의 탈을 쓴 것은 아니었다. 1편의 경우 딸의 옷을 ‘벗긴다’는 선택지가 존재했고 딸을 때릴 경우 매력(원판은 색기)이 올랐다. 2편의 경우 원조교제를 제안하는 남성 캐릭터들이 나왔으며 매력이 높은 상태에서 무사수행을 갔을 때 강간을 당하는 이벤트도 존재했다. 딸의 나이가 어느 정도 차게 되면, 아르바이트 항목에 매춘이 추가로 발생하며 바캉스를 가게 되...
11월 1일, <데스티니 차일드>의 일부 일러스트가 교체되었다. 그리고 더욱 많은 일러스트가 교체될 예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가 스스로의 소신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송미나 작가는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했다. 그런데 해당 작가가 그린 캐릭터 ‘이시스’를 교체해달라는 항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작가가 지난 10월 31일 개인 SNS에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데 이어, 직접 자신의 일러스트를 공개 한 직후였다. “국내 작업 하시는 지인한테 ‘님은 메갈 안 하시죠? 다행이다.’라고 사상검증 하고 다니는거 개웃겼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언어폭력 정의된 단어로 쓰...
소녀에겐 왕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문장의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성우가 업계 1위 게임회사에서 퇴출당했다. 크리에이티브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은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들에게 문제의 본질은 명확했다. 기업과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개인의 의사 표명만으로 콘텐츠가 삭제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는 것. 김자연 성우에게 공감을 표한 이들 중에서도 웹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번역가가 유독 많이 눈에 띄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들은 김자연 성우와 마찬가지로 회사-개인의 계약을 맺은 ‘을'이었고, 그렇기에 사태의 부당함에 대해 누구보다도 먼저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초중학교 시절 나는 용돈을 달에 두 번에 걸쳐서 받았다. 하나는 현금, 하나는 게임 캐쉬였다. 나는 게임을 꽤 좋아했던 아이였다. 국내 온라인 게임은 한 번씩 다 해봤고, 퇴근한 아빠랑 PC방에 가는 게 일상이었다. 영어는 하이 헬로우만 할 줄 알면서 GTA의 치트키는 모조리 외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점점 게임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주변에도 게임을 좋아하는 여자애들은 없었다. 내가 여자라서 그게 당연한 거라고 여겼다. 게임을 다시 시작한 계기는 수능 선물로 받은 <폴아웃: 뉴베가스>였다. 감사한 척 받고, 예의상 적당히 하는 척 하다가 그만두자는 생각을 하며 시작버튼을 눌렀더랬다. 그 이후 내 인생에...
RPG, 풀어쓰면 Role Playing Game이라는 이 장르는 최근에 와서 의미가 많이 변화했지만 본래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상 중요한 선택을 하거나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장르다. (※ RPG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테이블 탑 롤 플레잉 게임부터 언급해야 하지만 본 글에서는 PC/콘솔용 RPG를 위주로 다룬다.) 많은 게이머들이 한번쯤 들어봤을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혹은 <울티마> 시리즈 ,<스카이림>시리즈 처럼, RPG는 비현실적인 배경을 주로 제시하고 다양한 스토리와 난관을 해결하는 서사를 제공하며...
지금까지 게임을 비롯한 미디어 속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한정되어 있었다. 주인공의 성취를 위한 보상의 역할이 되거나, 누군가의 어머니/혹은 아내가 되거나, 주인공을 각성시키기 위해 희생하거나. 게임 속의 많은 여성 캐릭터들은 남성 캐릭터의 동기 및 보상의 제공이라는 명목하에 게임의 시작과 끝에만 비중 있게 등장했고 정작 게임 속에 등장하여 주된 활약을 하는 것은 남성들이었다. 미디어 속 천편일률적인 여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여성 캐릭터들은 좁은 틀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리부트된 <고스트 버스터즈>에서는 기존 시리즈와는 달리 여성 주인공 넷이 등장했으며, 넷플릭스에서는 <...
*<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에서는 매달 스팀에서 플레이 해 볼 만한 게임을 직접 고르고 플레이 해 본 후 소개합니다. 이미지 제공 AZAMATIKA...
여자들은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무색하게도 많은 조사에서 많은 여성들이 게임을 즐긴다는 통계를 찾을 수 있다. Newzoo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게임 이용자의 46%가 여성이다. 국내 역시 게임을 즐기는 여성의 비율은 꽤 높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게임백서 자료에서는 여성의 65.5%가 게임을 한다고 응답했다. 남성의 경우 75.0%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니, 결코 게임을 하는 여성의 비율이 낮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소비의 문제일까. 2018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PC게임 이용 및 게임 결제 여부나 콘솔 게임 타이틀 구매 평균 금액 같은 일부 항목에서는 여성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많...
본 리뷰는 <Life is strange> 게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하실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플레이 후 읽기를 권장합니다. Life is strange와 피해자 서사 시간을 여행하는 소재와 관련된 창작물은 영화, 소설, 게임 등 여러 매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유도를 중시하는 게이머라면 ‘당신의 작은 선택이 미래에 큰 영향을 줍니다.’ 라는 문구는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로 느껴질 것이다. <Life is strange>(아래 LIS)는 어드벤처 장르나 영화 같은 전개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플레이해 볼 만 하다. 주인공 맥스. © Square Enix 주인공 맥스는 내성적이지만 사진에 대한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그는 동경하던 제퍼슨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앞으로 낼 공모전에 어떤 사진을 내야 할지 고민하던 날, 어릴 적 절친했던 친구인 클로이가 죽음의 위험에 빠진 순간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그 상황에서 시간을 돌려 클로이를 구한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맥스의 이능력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마치 호...
*아래 글에는 <드래곤 에이지>의 게임 속 요소에 대한 해설이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은 멈추어 주세요! 불편하지 않게 약자성 드러내기 <드래곤 에이지:오리진>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성장 배경을 고를 수 있다. 다양한 종족과 직업은 그 세계에서 각 종족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위치나 주요 이슈들을 간접적으로 설명해 준다. 드래곤 에이지의 도시 엘프. 사진제공,Bioware 바이오웨어 사의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는 RPG에 관심있는 게이머라면 아마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Polygon에 따르면, 다른 웨스턴-RPG 장르(디아블로, 스카이림 등 서구권 RPG를 말한다)를 즐기고 있는 여성 게이머의 비율은 평균 26%인데 <드래곤 에이지:인퀴지션>을 즐긴 여성 게이머의 비율은 48% 에 달한다. 그렇다면, <드래곤 에이지:인퀴지션>을 비롯한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는 어떤 점에서 여성 게이머 친화적인가?...
앞선 리뷰 에서는 <드래곤 에이지> 에 등장하는 서사에 대해서 다뤘다. 이번 글에서는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를 여성의 입장에서 플레이하며 젠더감수성면에서 인상 깊었던 캐릭터를 몇몇 꼽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