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자살사고와 자해, 자책을 심하게 했다. 그것을 그만두게 된 계기가 있다. 내가 자살사고에 휩싸일 때, 나에게 하는 말, 자해를 할 때 나를 때리는 방식, 자학의 말 전부 아버지나 어머니가 나에게 한 말이나 행동임을 깨달았을 때다.
이런 식으로 나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싫었고, 질렸다. 그렇게 그만두려고 해도 안 되었는데 딱 그만두었다.
(나의 자해는 손목을 긋거나 어찌 되었든 뭔가 당장 병원에 갈 정도로 상처를 내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것도 자해라는 것을 나중에 여러 서적과 글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내가 트라우마를 여리고 비겁하다고 하는 이유는, 어떤 심정인지 조금은 이해했기 때문이다.
내가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불안장애도 겪고 사고장애까지 겪으면서 아버지가 어떤 감정으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이상한 것에 집착하며,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을(평소엔 전혀 안 그러면서) 하는지 짐작이 갔다.
그러나 공감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알았다고 용서할 일들이 아니다.
왜냐면, 나도 그와 비슷했지만 나는 나를 망쳤지 남을 망치지는 않았기에.
만약 내가 혼란스러워서 무엇인가를 부수고 싶을 때, 그때마저 나보다 약한 사람과 강한 사람을 분류하진 않았기에. (남들 다 보는데서 자식이나 아내에게 소리 지르는 남자 중, 말리는 다른 남자를 때리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그들은 비겁하며, 아주 영악하다. )
아버지는 작년쯤, 갑작스러운 일로 (내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여) 나를 몰아세웠다. 타지에 살다가 집으로 왔던 나는 피하고 도망치고 있었던 아버지의 폭력성과 어머니의 이기적임을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였다. 코피 나는 것보다 그게 더 아팠다.
부모란 잔인하다.
아버지는 다음 날 카톡으로 ‘나는 힘들다, 네가 이해하라, 네가 잘못했잖니’라는 카톡이 왔다. 그 다음은 대충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아주 별 일 없듯이 얘기하시네. 당신은 나에게 욕설을 했고, 나를 때렸고, 코피를 냈다. 없던 척 얘기하지 마라.’
‘네가 날 화나게 하니까 그렇지’
‘화나게 했다고 다 큰 자식에게 욕을 하고 때리나?’
그렇게 끊겼다.
나는 1년의 시간 동안 마음 정리를 했다. 그 마음은 아버지에게 전달되었다. 나는 그를 포기했다.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가 준 기억은 무섭고, 그의 경제적인 것은 필요하지만, 더 이상 아버지에게 아버지다움을 기대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기로.
1년 동안 참으로 아팠다. 그러나 나는 뒤에서 나쁜 딸이라 불린다. 아버지가 섭섭하다고(? 난 죽을뻔했음) 자신의 남동생들과 어머니의 남동생들에게 내 욕을 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다닌 듯하다. 그 말을 다른 삼촌에게 전해 듣고 나서, 나는 완전히 그를 아버지로부터 놓아줄 수 있었다. 남은 시간에는 과거 혼자가 되어서 울던 어린 나를 돌보는 것으로 지내기로 했다.
나도 나이가 먹었고(냠냠?) 어머니와 얘기를 하고, 그 이후의 여러 과정을 지켜본 결과, 아버지는 과하게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함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그는 무시당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는 이제 회사를 그만두었고, 경제적인 힘이 없다. 그리고 늙어간다. 이제 힘이 없다. 그래서 그는 이제 곧 경제적인 힘도, 물리적인 힘도 커져가는 나와 남동생이 자신에게 자신이 한 짓을 할까봐 두려운것이다.(추측)
웃기지마라. 진짜 웃기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같은 인간이 아니다. 아주 마지막까지 날 무시하고있다. 나는 내가 찔리지 않을 정도로의 자식의 도리는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지경이 되도록 자식과 아내를 몰아세웠다니, 정말 어리석다. 이젠 그 어떤 것도 불쌍하지도 무섭지도 않다.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헛웃음 한번 치고,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