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케익을 만들면서 하는 가족 이야기.

핀치 타래가족생존일기정신건강

고구마케익을 만들면서 하는 가족 이야기.

나의 트라우마는 비겁하고, 비겁하다.

철컹철경

나는 한때 자살사고와 자해, 자책을 심하게 했다. 그것을 그만두게 된 계기가 있다. 내가 자살사고에 휩싸일 때, 나에게 하는 말, 자해를 할 때 나를 때리는 방식, 자학의 말 전부 아버지나 어머니가 나에게 한 말이나 행동임을 깨달았을 때다. 

이런 식으로 나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싫었고, 질렸다. 그렇게 그만두려고 해도 안 되었는데 딱 그만두었다.  

(나의 자해는 손목을 긋거나 어찌 되었든 뭔가 당장 병원에 갈 정도로 상처를 내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것도 자해라는 것을 나중에 여러 서적과 글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고구마를 샀다. 노오븐 케이크 레시피를 봐서 한번 해 보려고 한다.
고구마를 샀다. 노오븐 케이크 레시피를 봐서 한번 해 보려고 한다.

내가 트라우마를 여리고 비겁하다고 하는 이유는, 어떤 심정인지 조금은 이해했기 때문이다. 

내가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불안장애도 겪고 사고장애까지 겪으면서 아버지가 어떤 감정으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이상한 것에 집착하며,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을(평소엔 전혀 안 그러면서) 하는지 짐작이 갔다. 

 그러나 공감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알았다고 용서할 일들이 아니다. 

왜냐면, 나도 그와 비슷했지만 나는 나를 망쳤지 남을 망치지는 않았기에. 만약 내가 혼란스러워서 무엇인가를 부수고 싶을 때, 그때마저 나보다 약한 사람과 강한 사람을 분류하진 않았기에. (남들 다 보는데서 자식이나 아내에게 소리 지르는 남자 중, 말리는 다른 남자를 때리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그들은 비겁하며, 아주 영악하다. )

케이크 원형 틀따윈 없다. 저건 전날에  떡볶이를 포장할 때 쓰이던  그릇이다. 비닐을 깔고, 카스테라와 무스를 번갈아가면서 쌓아준다.
케이크 원형 틀따윈 없다. 저건 전날에 떡볶이를 포장할 때 쓰이던 그릇이다. 비닐을 깔고, 카스테라와 무스를 번갈아가면서 쌓아준다.

아버지는 작년쯤, 갑작스러운 일로 (내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여) 나를 몰아세웠다. 타지에 살다가 집으로 왔던 나는 피하고 도망치고 있었던 아버지의 폭력성과 어머니의 이기적임을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였다. 코피 나는 것보다 그게 더 아팠다. 

부모란 잔인하다.  

아버지는 다음 날 카톡으로 ‘나는 힘들다, 네가 이해하라, 네가 잘못했잖니’라는 카톡이 왔다. 그 다음은 대충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아주 별 일 없듯이 얘기하시네. 당신은 나에게 욕설을 했고, 나를 때렸고, 코피를 냈다. 없던 척 얘기하지 마라.’  

‘네가 날 화나게 하니까 그렇지’  

‘화나게 했다고 다 큰 자식에게 욕을 하고 때리나?’

그렇게 끊겼다.

냉장고에 두었다가 꺼내니 멋진 모양이다. 색이 저런건, 중간에 카스테라가 모자라서 식빵을 잘라서 넣었기때문!
냉장고에 두었다가 꺼내니 멋진 모양이다. 색이 저런건, 중간에 카스테라가 모자라서 식빵을 잘라서 넣었기때문!

나는 1년의 시간 동안 마음 정리를 했다. 그 마음은 아버지에게 전달되었다. 나는 그를 포기했다.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가 준 기억은 무섭고, 그의 경제적인 것은 필요하지만, 더 이상 아버지에게 아버지다움을 기대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기로. 

1년 동안 참으로 아팠다. 그러나 나는 뒤에서 나쁜 딸이라 불린다. 아버지가 섭섭하다고(? 난 죽을뻔했음) 자신의 남동생들과 어머니의 남동생들에게 내 욕을 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다닌 듯하다. 그 말을 다른 삼촌에게 전해 듣고 나서, 나는 완전히 그를 아버지로부터 놓아줄 수 있었다. 남은 시간에는 과거 혼자가 되어서 울던 어린 나를 돌보는 것으로 지내기로 했다.

열심히 휘핑했지만 흘러내리는 생크림을 바르고, 위에 카스테라를 부숴서 올리면 완성
열심히 휘핑했지만 흘러내리는 생크림을 바르고, 위에 카스테라를 부숴서 올리면 완성

나도 나이가 먹었고(냠냠?) 어머니와 얘기를 하고, 그 이후의 여러 과정을 지켜본 결과, 아버지는 과하게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함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그는 무시당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는 이제 회사를 그만두었고, 경제적인 힘이 없다. 그리고 늙어간다. 이제 힘이 없다. 그래서 그는 이제 곧 경제적인 힘도, 물리적인 힘도 커져가는 나와 남동생이 자신에게 자신이 한 짓을 할까봐 두려운것이다.(추측)

웃기지마라. 진짜 웃기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같은 인간이 아니다. 아주 마지막까지 날 무시하고있다. 나는 내가 찔리지 않을 정도로의 자식의 도리는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지경이 되도록 자식과 아내를 몰아세웠다니, 정말 어리석다. 이젠 그 어떤 것도 불쌍하지도 무섭지도 않다.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헛웃음 한번 치고,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진다. 


SERIES

우울'한 것'이 아니라 우울증이라고

철컹철경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4. Mit Partnerin

여성 파트너와 함께

맥주-

#여성서사 #퀴어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이성애 규범과 그 역할에 익숙해진 내가, 동성애를 하기 위한 일련의 역할들과 그 수행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용적-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가로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사회에서 ‘여성적’ 이라고 해석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를 좋아한다. 하늘하늘하고, 레이스나 프릴이 달려 있고, 패턴이 화려한 옷들. 재미있는 것은 패턴..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병원이 다녀왔다

..

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3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상속
장례도 끝났고 삼오제(삼우제)도 끝났다. 49재의 첫 칠일 오전, 나는 일하던 도중 이제 식을 시작한다는 가족의 연락을 받고 창가로 나와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부디 엄마의 영혼이 존재해서 젊고 건강할 때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실컷 다니고 있거나, 혹은 그 생명의 끝을 끝으로 영원히 안식에 들어가 모든 것을 잊었기를. 삼오제까지 끝나면 문상 와 준 분들께 문자나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해도 좋..

말 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4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상속인 조회 서비스 조회 완료 후 한 달 정도는 은행과 보험 정리에만 매달렸다. 사실 지점이 많이 없는 곳은 5개월 여 뒤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는 자동차 등을 정리했고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 상속인 조회 서비스에 나온 내역들을 한꺼번에 출력해 철 해 두고 정리될 때마다 표시해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현금수령인지 계좌이체인지 등)를 간략하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정리하기 편하다. 주민..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