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력서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다가, 우연히 학기별 자료를 모아둔 폴더를 열어보았다.
정말 많이도 팀플을 해 왔다. 내 대학생활의 반 이상이 팀 프로젝트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항상 듣는 말은 “공대도 팀플을 해요?”인데, 과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꽤 많이 했다.
달콤한 단호박 라테를 만들면서 씁쓸한 팀 프로젝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재수를 하지 않고 들어왔기에 항상 가장 어렸고, 공대이기에 항상 팀 중 유일한 여학생이었던. 항상 ‘소수’였던 내가 팀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임해왔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1. 일단, 팀 프로젝트가 걸리면 억울한 상황을 맞이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선배님 이름은 뺄게요! 는 판타지다.
나도 한때는 팀 프로젝트는 교수님만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한 5명씩 짝지어서 같은 점수를 주면 되니까. 그런데 내가 많은 팀 프로젝트를 해 본 결과, 교수님들의 눈은 정확하고 생각보다 팀별 분위기를 잘 알고 계셨다.
다 알고 계시니까 그냥 운이 나쁨을 탓하자.
2. 이왕 억울한 거 뭐라도 얻어가야겠다는 생각이 훨씬 몸과 마음에 좋다.
난 3학년 때까지 공학용 툴을 거의 다룰 줄 몰랐다.
“나는 이걸 다룰 줄 몰라. 그래도 다루면 팀 프로젝트가 훨씬 진행될 테니까, 공부를 하고 있을게. 너희가 원하는 작업을 얘기해주면, 유튜브나 서적으로 그것들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게”
라고 정확하게 뭘 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얘기했다. 이건 후에 내 능력이 되었고 노 베이스여도 무엇이든 해 보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덤으로 얻었다.
3.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팀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능력치나 그로 인한 자신감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파악이다.
나는 이건 할 수 있지만, 저건 할 수 없다. 그러나 저걸 하면 내 일이 많아짐과 동시에 팀원들이 내가 저걸 못 한다고 무시하는 일은 적어진다. 그걸 감당할 것인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걸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나는 감당해보길 추천한다. 중간에 나가떨어져도 된다. 다 그런 걸 뭘.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고 민폐인 사람보단 낫다.
4. 팀원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거의 없을 평등한 관계임을 잊지 말자.
학년이 많이 차이가 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2,3학년쯤 되면 학번은 달라도 학년은 동일할 것이다. 우린 다 같은 레벨이며 그 누구도 무언가로 나를 무시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회사에 가면 나보다 나이가 적어도 직급이 높은 사람, 나이도 직급도 훨씬 높은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 그러나 팀원끼리는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이걸 못하게 하는 건 나의 자격지심이다.
5. 그러나 서운하거나 화가 나는 걸 말하려면, 화를 내지 말고 '불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의 경우 너무 오랜 얘기는 꺼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최대한 일주일 이내에 말하려고 했다. 주로 이용한 틀은 다음과 같다.
사실 “~~ 이걸 전달받지 못했어”
나의 감정 “그래서 당황했어”
원하는 해결방안 “앞으로는 회의록을 돌아가면서 쓰길 바라, 지금 그 순서를 정하는 건 어때?”
이렇게 3개만 전달해도 충분하다. 아래는 추천하지 않는다.
너무 솔직한 감정표현 “아 진짜 짜증 났어”(팀원들 중 친한 사람들끼리 하는 얘기라고 해도! 입조심.)
사실이 아닌 추측 “너 그때 이거 못 해서 나한테 전달 안 했지?”
강압적인 표현 “이러면 나 안 해, 이름 뺄 거야.”
6. 무임승차하는 팀원이 있다면, 다른 팀원들 중 조장이나 나이가 가장 많아서 리더 역할을 하는 팀원과 할 일을 팀원수에 맞춰서 상의한다.
대학교 팀 프로젝트는 필수적이다. 내가 프리랜서가 아닌 한, 난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갈등하고, 평가받을 테니까. 팀 프로젝트를 해서 다행이다, 안 해서 다행이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차피 할 거면 최선을 다해서 나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으로 만들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