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 라테랑 함께하는 팀플에서 살아남는 tip.

핀치 타래대학생활정신건강팀플

단호박 라테랑 함께하는 팀플에서 살아남는 tip.

대학생은 수많은 팀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까

철컹철경

어제 이력서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다가, 우연히 학기별 자료를 모아둔 폴더를 열어보았다.  

정말 많이도 팀플을 해 왔다. 내 대학생활의 반 이상이 팀 프로젝트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항상 듣는 말은 “공대도 팀플을 해요?”인데, 과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꽤 많이 했다.

달콤한 단호박 라테를 만들면서 씁쓸한 팀 프로젝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재수를 하지 않고 들어왔기에 항상 가장 어렸고, 공대이기에 항상 팀 중 유일한 여학생이었던. 항상 ‘소수’였던 내가 팀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임해왔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칼로 열심히 단호박을 잘라준다. 칼의 살벌함은 글쓰는 사람의 감정이 아니다. 기분탓이다. 50%정도.
칼로 열심히 단호박을 잘라준다. 칼의 살벌함은 글쓰는 사람의 감정이 아니다. 기분탓이다. 50%정도.

1. 일단, 팀 프로젝트가 걸리면 억울한 상황을 맞이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선배님 이름은 뺄게요! 는 판타지다.  

나도 한때는 팀 프로젝트는 교수님만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한 5명씩 짝지어서 같은 점수를 주면 되니까. 그런데 내가 많은 팀 프로젝트를 해 본 결과, 교수님들의 눈은 정확하고 생각보다 팀별 분위기를 잘 알고 계셨다. 다 알고 계시니까 그냥 운이 나쁨을 탓하자.

아니 단호박 다 자르고 다지니까 얘를 찾았다. 우유와 함께 넣어주자.
아니 단호박 다 자르고 다지니까 얘를 찾았다. 우유와 함께 넣어주자.

2. 이왕 억울한 거 뭐라도 얻어가야겠다는 생각이 훨씬 몸과 마음에 좋다.  

난 3학년 때까지 공학용 툴을 거의 다룰 줄 몰랐다. 

“나는 이걸 다룰 줄 몰라. 그래도 다루면 팀 프로젝트가 훨씬 진행될 테니까, 공부를 하고 있을게. 너희가 원하는 작업을 얘기해주면, 유튜브나 서적으로 그것들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게”  

라고 정확하게 뭘 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얘기했다. 이건 후에 내 능력이 되었고 노 베이스여도 무엇이든 해 보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덤으로 얻었다.

현재 우유와 단호박가루와 단호박 다진것이 함께 끓고있다. 단호박은 손으로 다지지 말고 믹서기를 사용하세요. 안그러면 나처럼 마시다가 계속 입에서 알맹이를 꺼내게 된다.
현재 우유와 단호박가루와 단호박 다진것이 함께 끓고있다. 단호박은 손으로 다지지 말고 믹서기를 사용하세요. 안그러면 나처럼 마시다가 계속 입에서 알맹이를 꺼내게 된다.

3.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팀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능력치나 그로 인한 자신감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파악이다.  

나는 이건 할 수 있지만, 저건 할 수 없다. 그러나 저걸 하면 내 일이 많아짐과 동시에 팀원들이 내가 저걸 못 한다고 무시하는 일은 적어진다. 그걸 감당할 것인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걸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나는 감당해보길 추천한다. 중간에 나가떨어져도 된다. 다 그런 걸 뭘.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고 민폐인 사람보단 낫다.

거품기가 고장나서 우유 거품을 위해 텀블러를 흔들고 있다. 절대로 감정이 실린 것이 아닙니다.
거품기가 고장나서 우유 거품을 위해 텀블러를 흔들고 있다. 절대로 감정이 실린 것이 아닙니다.

4. 팀원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거의 없을 평등한 관계임을 잊지 말자.  

학년이 많이 차이가 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2,3학년쯤 되면 학번은 달라도 학년은 동일할 것이다. 우린 다 같은 레벨이며 그 누구도 무언가로 나를 무시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회사에 가면 나보다 나이가 적어도 직급이 높은 사람, 나이도 직급도 훨씬 높은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 그러나 팀원끼리는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이걸 못하게 하는 건 나의 자격지심이다.

저는 단호박라테에 키위를 넣는 무서운 사람이 아닙니다. 컵이 저거밖에 없었다. 키위는 무늬입니다.
저는 단호박라테에 키위를 넣는 무서운 사람이 아닙니다. 컵이 저거밖에 없었다. 키위는 무늬입니다.

5. 그러나 서운하거나 화가 나는 걸 말하려면, 화를 내지 말고 '불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의 경우 너무 오랜 얘기는 꺼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최대한 일주일 이내에 말하려고 했다. 주로 이용한 틀은 다음과 같다.  

사실 “~~ 이걸 전달받지 못했어” 

나의 감정 “그래서 당황했어” 

원하는 해결방안 “앞으로는 회의록을 돌아가면서 쓰길 바라, 지금 그 순서를 정하는 건 어때?”  

이렇게 3개만 전달해도 충분하다. 아래는 추천하지 않는다.  

너무 솔직한 감정표현 “아 진짜 짜증 났어”(팀원들 중 친한 사람들끼리 하는 얘기라고 해도! 입조심.) 

사실이 아닌 추측 “너 그때 이거 못 해서 나한테 전달 안 했지?” 

강압적인 표현 “이러면 나 안 해, 이름 뺄 거야.”

6. 무임승차하는 팀원이 있다면, 다른 팀원들 중 조장이나 나이가 가장 많아서 리더 역할을 하는 팀원과 할 일을 팀원수에 맞춰서 상의한다.  



대학교 팀 프로젝트는 필수적이다. 내가 프리랜서가 아닌 한, 난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갈등하고, 평가받을 테니까. 팀 프로젝트를 해서 다행이다, 안 해서 다행이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차피 할 거면 최선을 다해서 나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으로 만들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SERIES

여러분, 같이 너드가 되어요

철컹철경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비건 페미 K-장녀 #1 가족의 생일

가족들과 외식은 다이나믹해지곤 한다

깨비짱나

#페미니즘 #비건
다음주 호적메이트의 생일이라고 이번주 일요일(오늘) 가족 외식을 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다양한 스트레스의 요인들이 물밀듯이 내 머리속을 장악했지만 너무 상냥하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일요일에 시간이 되겠냐고 오랜만에 외식 하자고 너도 먹을 거 있는 데로 가자고 묻는 말에 못이겨 흔쾌히 알겠다고 해버린 지난주의 나를 불러다가 파이트 떠서 흠씬 패버리고 싶은 주말이다. 이 시국에 외식하러 가자는 모부도 이해 안가지..

4. Mit Partnerin

여성 파트너와 함께

맥주-

#여성서사 #퀴어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이성애 규범과 그 역할에 익숙해진 내가, 동성애를 하기 위한 일련의 역할들과 그 수행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용적-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가로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사회에서 ‘여성적’ 이라고 해석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를 좋아한다. 하늘하늘하고, 레이스나 프릴이 달려 있고, 패턴이 화려한 옷들. 재미있는 것은 패턴..

병원이 다녀왔다

..

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제목없음] 일곱 번째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제목없음

#여성서사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참으로 어렵다. 나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되물어봤다. 그리고 의심했다. '저 사람은 만나도 괜찮은걸까?' '내가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 처음에는 설레기도 하고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은걸까? 순간의 감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에는 좋으니까로 결론이 난다. 좋은걸 어떡하나? 만나야..

보장 중에 보장, 내 자리 보장!

이운

#방송 #여성
나는 땡땡이다. 아마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 팟캐스트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해결 상담소로,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여 해결해 준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리고 ‘땡땡이’는 이 취지에 맞게, 사연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다 만들어진 애칭이다. 비밀보장 73회에서..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