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초콜릿 만들면서 하는 가족 이야기.

핀치 타래가족생존일기에세이

핫초콜릿 만들면서 하는 가족 이야기.

트라우마를 택하다.

철컹철경

타래에, 타래라서 꼭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쓸 수 없었다. 이젠 고통보다는 따끔한 정도지만, 그래도 그 이야기를 쓰기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의 경우를 누군가는 '심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 정돈은 뭐',라고 했기 때문에. 

괜히 내가 이 이야기를 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혹은 그냥 나만 비극의 주인공처럼 오해받을까 봐 많이 망설였다. 

그렇기에 나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나의 현재의 불행과 행복 ,과거의 불행과 행복에 집중하기보다는 내가 트라우마를 대하는 방식과 그 여정에 함께해주길 바란다. 나는 당시에 상담을 꾸준히 받고 있었기에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말고. 헤헤.

오늘은 조금  씁쓸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아주 달콤한 핫초콜릿과 함께하자.우유와 초콜릿과 핫초코가루를 전부 부어서 끓여주자.
오늘은 조금 씁쓸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아주 달콤한 핫초콜릿과 함께하자.
우유와 초콜릿과 핫초코가루를 전부 부어서 끓여주자.

부모님과 나의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 그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헷갈리고, 현재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 문제를 깊이 그것도 혼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 모른척하고 있었다. 

나는 결론을 짓지는 못했다. 그러나 결심은 했다. 이것을 '트라우마'로 부르기로.

어머니와 아버지께 정신적, 육체적인 학대를 당했던 경험이, 나의 단점이자 하자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정할 때는 굉장히 다정하며, 평소에는 나와 내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해주려고 하고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변화 중인 어머니와 달리, 직접 육체적, 정신적인 폭행과 폭언을 갑자기 했던 아버지는 그냥 성질을 죽이고 있을 뿐임을 안다. 

내가 쓴 재료들. 이때 돈이 좀 있었는지 마시멜로까지 샀다. 전자레인지가 아닌 냄비로 펄펄 끓여야 마실 때, 묵은 체중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기분탓이다.
내가 쓴 재료들. 이때 돈이 좀 있었는지 마시멜로까지 샀다. 전자레인지가 아닌 냄비로 펄펄 끓여야 마실 때, 묵은 체중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기분탓이다.

그렇기에 계속 헷갈린다. 대체, 왜, 그랬는가? 이렇게 잘하면서 왜 그때 내 삶을 끝내려고 했는가? 내 삶을 응원하면서 왜 나를 죽일뻔했는가? 왜 나를 우울증까지, 불면증까지, 자해까지, 자살까지 몰아가 놓고 그 과거는 모른 척하며 지금은 내 눈치를 보면서 사는가? 아마 내가 더 이상 그들을, 그 과거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육체적인 힘이나 경제적인 지원에 굴복하겠지만, 굴복과 두려움은 다르니까.

우유 거품을 냈다. 이때 쓴 거품기는 달고나 커피를 만들다가 고장났다.
우유 거품을 냈다. 이때 쓴 거품기는 달고나 커피를 만들다가 고장났다.

나는 트라우마를 택했다. 

그들이 나에게 저지른 학대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그들의 단점이자 그들의 안 좋은 과거이다. 그들의 하자이다. 그렇기에 나는 끔찍한 과거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래, 그 과거를 나는 트라우마로 보기로 했다. 극복하기 힘들고 앞으로도 영향을 끼치겠지만 나의 하자나 잘못이 아니며 내가 행복하면 안 될 이유도 아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지금은 적당히 도란도란 살고 있지만 나는 그들과 맞지 않음을 안다.

사실 이 사진을 썸네일로 하고 싶었는데 좀 징그러워서  안 했다. 맛은 최고다.
사실 이 사진을 썸네일로 하고 싶었는데 좀 징그러워서 안 했다. 맛은 최고다.

이 이야기가 몇 편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폭력이나 폭언은 누군가의 트리거를 건드릴 수 있기에 묘사를 구체적으로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부모님이 나에게 한 실패에 가까운 잘못 보다는 내가 거기서 어떻게 대응하고 생각하고 어떤 심정인지를 말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과거일 뿐이다.





SERIES

우울'한 것'이 아니라 우울증이라고

철컹철경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병원이 다녀왔다

..

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비건 페미 K-장녀 #1 가족의 생일

가족들과 외식은 다이나믹해지곤 한다

깨비짱나

#페미니즘 #비건
다음주 호적메이트의 생일이라고 이번주 일요일(오늘) 가족 외식을 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다양한 스트레스의 요인들이 물밀듯이 내 머리속을 장악했지만 너무 상냥하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일요일에 시간이 되겠냐고 오랜만에 외식 하자고 너도 먹을 거 있는 데로 가자고 묻는 말에 못이겨 흔쾌히 알겠다고 해버린 지난주의 나를 불러다가 파이트 떠서 흠씬 패버리고 싶은 주말이다. 이 시국에 외식하러 가자는 모부도 이해 안가지..

[제목없음] 일곱 번째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제목없음

#여성서사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참으로 어렵다. 나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되물어봤다. 그리고 의심했다. '저 사람은 만나도 괜찮은걸까?' '내가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 처음에는 설레기도 하고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은걸까? 순간의 감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에는 좋으니까로 결론이 난다. 좋은걸 어떡하나? 만나야..

세 사람

세 사람

이운

#치매 #여성서사
1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안경을 쓰고서 안경을 찾고 지갑은 어느 가방에 둔 건지 매번 모든 가방을 뒤져봐야 합니다. 친구들은 우리 나이 대라면 보통 일어나는 일이라며 걱정 말라하지만 언젠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을 때 그들까지도 잊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루는 수영을 다녀오는데 그날따라 비도 오고 몸도 따라주질 않아서 바지가 젖을 것은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길가에 털썩 주저앉..

보장 중에 보장, 내 자리 보장!

이운

#방송 #여성
나는 땡땡이다. 아마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 팟캐스트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해결 상담소로,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여 해결해 준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리고 ‘땡땡이’는 이 취지에 맞게, 사연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다 만들어진 애칭이다. 비밀보장 73회에서..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