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이야기를 한번 해야겠다.
이렇게 마음먹게 된 계기는, 지금 본가에서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두분 다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어서다. (나 때문인가?)
어머니는 그냥 어쩌다 한번씩 며칠씩만 잠을 못 자는 것 같고, 아버지는 항상 잠을 못 잔다고 한다. 나도 가끔 잠을 옅게 잘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괜히 왔다갔다하는 발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버지가 잠이 안 와서 왔다갔다 하는 소리이다.
잠을 못 자면 괴롭다.
일단 다음날 엄청 피곤하고, 침대에 눕는 시간이 두려워진다. 그리고 이게 며칠 지속되면 사람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하며, 몸도 당연히 안 좋아진다. 나는 한창 불면증이 심했을 때, 며칠씩 하혈을 했다. 커피를 안 마셔도 소용이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할 시간에 잠이 오기 때문에 결국 커피를 마시면서 악순환이 된다.
그리고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과 함께한다? 환장의 콜라보가 되어 정신세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그냥 컨디션에 따라 가끔 며칠씩 잠이 안 오지만 일주일 이상은 안 간다.
-> 어머니, 평소에 생각이 많지 않음.
불면증
-> 아버지, 평소 생각이 많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사고에 갇혀있음. 내가 닮음.
나 또한 성인이 된 후 불면증을 심하게 주기적으로 겪으면서, 나름대로 '잠'이란 놈에 대해 내린 결론이 있다.
1. 일단,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닌 이력이 해가 되지 않는다면(해가 되지 않는 직종이라면), 약을 처방받는다.
불면증은 병이다. 나 또한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처음 찾았다. 감기에 내과를 가는 것처럼, 불면증과 우울증 등으로 약을 찾는건 당연하다. 그런데, 사람마다 병원마다 의사마다 처방해주는 약과 그 약의 효과나 부작용이 많이 다르므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면 자기 자신을 잘 관찰해야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한창 자살사고와 자해시도가 심했던 나날에는 약이 전혀 들지 않았다. 졸리긴 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 심해졌다.
나의 친구의 경우, 나와 같은 병원에 갔는데도 (물론 약은 달랐겠지만) 잠이 너무 많이 와서 나와 다른 의미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일단 약을 먹고, 그 이후의 추이를 꼼꼼히 기록하거나 관찰하여서 그 다음 진료 시간에 의사와 잘 이야기하길 바란다.
2. 중간에 절대 시계를 보면 안된다
- 잠이 금방 들지만 금방 깨는 경우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한다면, 중간에 스마트폰이나 다른 시계로 "내가 몇시간이나 잤지"하고 시간을 확인한 후,
"아, 겨우 1시간 잤잖아.."
하며 절망한다.
그래서 중간에 시계를 보면 안된다. 자다가 깬 것에 많은 의미를 두면 안 된다. 1시간 잤다는 것을 의식하면 그 다음부터 10분 자다깨도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자기 전에 휴대폰은 꺼놓고, 모든 시계는 내가 누웠을 때 시간이 안 보이도록 돌려놓았다. 해가 길어지면 새벽에 해가 뜨면서 시간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데, 이게 싫으면 안대를 하고 자는것도 방법이다. (나는 피곤하면 청각이 예민해져서 귀마개를 하고 잔다.)
3.그냥 일어나라. 그때 자는 시간이 아니신가봅니다...
- 3시간,4시간동안 잠이 안 오는 경우
그때 자는 시간이 아닌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늦게 잘 준비를 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잘 준비를 마치고, 누웠는데, 1시간이 지나도록 잠이 안 온다!(나는 1시간을 기준으로 둔다.) 그러면 일어난다.
그래도 시계는 보지 않는다. 잠이 오거나 그냥 눕고싶어질때까지 아날로그적인 활동을 한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자극적인 것들을 보면 잠이 깬다.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 요리같은 작업도 좋다.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눕는다. 잔다는 생각보다는 피곤해서 뇌와 몸을 쉬게 해준다고 생각하자.
4. 잠은 '오는게' 아니라 '드는 것'이다.
몇년동안의 불면증덕에 나는 '잠'에게 너무 많은 권리를 주었다. 잠을 며칠 못 자서 내 인생이 끝날것처럼 불안해하고, 침대에 눕기 전에 항상 긴장을 하고 자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으며, 침대에 눕고 나서는 1분 1초를 몸으로 느꼈다. 그러다가 몽롱한 상태로 갑자기 감정이 치솟아 나를 때리거나 목을 조르는 등의 자해를 했다. 겨우 불면증에서 벗어났다가 며칠 안 되어 다시 잠이 안 오면 절망했다.
잠은 오다가도 오지 않는다. 많은 이유가 있다. 누군 피곤할수록 졸리고 누군 피곤할수록 잠이 안 온다고 한다. 내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렸다. 우울증이 심해질수록 잠이 안 오는 것이 내가 부족하고 나의 잘못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잠마저 못 자고 몸까지 망치는 나는 한심해'라고 말하게 되는데, 이 상태가 되면 우울증이 심해진거니까 그에 맞는 대처를 다시 찾아야한다.
여하튼, 나는 사람들이 잠에 대해 너무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을 못 자서 다음날 일을 망치더라도 또 어찌 인생을 살게 된다. 괜찮다. 이 다음날 일을 망쳐도 괜찮으니까, 잠이 오지 않더라도 편한 옷을 입고 침대에서 편하게 누워있자.
++나의 개인적인 팁
-자기 전에 뜨거운 우유나 물을 마신다.(마시고 소화가 될 때쯤 바로 눕는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자기 전에 일기를 쓰거나 글을 쓰거나 다음날 할 일을 적는다.
-무드등을 켜서 휴대폰을 하고 놀다가, 자기 전에 휴대폰은 꺼서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둔다.
-> 자기 전에 하는 습관을 만들어서, 몸과 뇌가 '아 이 일을 했으니 이제 잠을 자러 가겠군'하고 익숙해지도록 만들자. 일종의 의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