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브릴뤠 만들면서 하는 불면증 이야기.

핀치 타래정신건강불면증에세이

크림 브릴뤠 만들면서 하는 불면증 이야기.

레시피는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철컹철경

불면증 이야기를 한번 해야겠다. 


이렇게 마음먹게 된 계기는, 지금 본가에서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두분 다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어서다. (나 때문인가?) 

어머니는 그냥 어쩌다 한번씩 며칠씩만 잠을 못 자는 것 같고, 아버지는 항상 잠을 못 잔다고 한다. 나도 가끔 잠을 옅게 잘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괜히 왔다갔다하는 발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버지가 잠이 안 와서 왔다갔다 하는 소리이다. 

집에 남은 생크림이 있어서 크림 브릴뤠를 만들어보았다. 노른자만 필요한데 어쩌다보니 그냥 다 튀어나온 계란(일주일, 무직)
집에 남은 생크림이 있어서 크림 브릴뤠를 만들어보았다.
노른자만 필요한데 어쩌다보니 그냥 다 튀어나온 계란(일주일, 무직)

잠을 못 자면 괴롭다. 

일단 다음날 엄청 피곤하고, 침대에 눕는 시간이 두려워진다. 그리고 이게 며칠 지속되면 사람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하며, 몸도 당연히 안 좋아진다. 나는 한창 불면증이 심했을 때, 며칠씩 하혈을 했다. 커피를 안 마셔도 소용이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할 시간에 잠이 오기 때문에 결국 커피를 마시면서 악순환이 된다. 

그리고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과 함께한다? 환장의 콜라보가 되어 정신세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그냥 컨디션에 따라 가끔 며칠씩 잠이 안 오지만 일주일 이상은 안 간다.

-> 어머니, 평소에 생각이 많지 않음.

불면증

-> 아버지, 평소 생각이 많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사고에 갇혀있음. 내가 닮음. 


설탕, 옥수수 전분, 우유, 생크림, 노른자3개 다 투하해서 만족스러운 상태가 될 때까지 불 위에서 휘젓는다. 정확한 양은 모른다....
설탕, 옥수수 전분, 우유, 생크림, 노른자3개 다 투하해서 만족스러운 상태가 될 때까지 불 위에서 휘젓는다. 정확한 양은 모른다....

나 또한 성인이 된 후 불면증을 심하게 주기적으로 겪으면서, 나름대로 '잠'이란 놈에 대해 내린 결론이 있다.

1. 일단,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닌 이력이 해가 되지 않는다면(해가 되지 않는 직종이라면), 약을 처방받는다.

불면증은 병이다. 나 또한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처음 찾았다. 감기에 내과를 가는 것처럼, 불면증과 우울증 등으로 약을 찾는건 당연하다. 그런데, 사람마다 병원마다 의사마다 처방해주는 약과 그 약의 효과나 부작용이 많이 다르므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면 자기 자신을 잘 관찰해야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한창 자살사고와 자해시도가 심했던 나날에는 약이 전혀 들지 않았다. 졸리긴 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 심해졌다.

나의 친구의 경우, 나와 같은 병원에 갔는데도 (물론 약은 달랐겠지만) 잠이 너무 많이 와서 나와 다른 의미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일단 약을 먹고, 그 이후의 추이를 꼼꼼히 기록하거나 관찰하여서 그 다음 진료 시간에 의사와 잘 이야기하길 바란다.

나에겐 토치가 없지만 숟가락이 있다. 숟가락을 데웨서 설탕을 데워보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나에겐 토치가 없지만 숟가락이 있다. 숟가락을 데웨서 설탕을 데워보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2. 중간에 절대 시계를 보면 안된다
- 잠이 금방 들지만 금방 깨는 경우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한다면, 중간에 스마트폰이나 다른 시계로 "내가 몇시간이나 잤지"하고 시간을 확인한 후, 

"아, 겨우 1시간 잤잖아.."

하며 절망한다. 

그래서 중간에 시계를 보면 안된다. 자다가 깬 것에 많은 의미를 두면 안 된다. 1시간 잤다는 것을 의식하면 그 다음부터 10분 자다깨도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자기 전에 휴대폰은 꺼놓고, 모든 시계는 내가 누웠을 때 시간이 안 보이도록 돌려놓았다. 해가 길어지면 새벽에 해가 뜨면서 시간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데, 이게 싫으면 안대를 하고 자는것도 방법이다. (나는 피곤하면 청각이 예민해져서 귀마개를 하고 잔다.)

3.그냥 일어나라. 그때 자는 시간이 아니신가봅니다...
- 3시간,4시간동안 잠이 안 오는 경우

그때 자는 시간이 아닌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늦게 잘 준비를 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잘 준비를 마치고, 누웠는데, 1시간이 지나도록 잠이 안 온다!(나는 1시간을 기준으로 둔다.) 그러면 일어난다. 

그래도 시계는 보지 않는다. 잠이 오거나 그냥 눕고싶어질때까지 아날로그적인 활동을 한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자극적인 것들을 보면 잠이 깬다.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 요리같은 작업도 좋다.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눕는다. 잔다는 생각보다는 피곤해서 뇌와 몸을 쉬게 해준다고 생각하자.

못생겼지만 맛있다. 누가 감히  보기 좋은 떡이 맛 좋다고 했는가. 못난이도 맛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기 좋았으면 더 좋았겠다.
못생겼지만 맛있다. 누가 감히 보기 좋은 떡이 맛 좋다고 했는가. 못난이도 맛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기 좋았으면 더 좋았겠다.

4. 잠은 '오는게' 아니라 '드는 것'이다.  

몇년동안의 불면증덕에 나는 '잠'에게 너무 많은 권리를 주었다. 잠을 며칠 못 자서 내 인생이 끝날것처럼 불안해하고, 침대에 눕기 전에 항상 긴장을 하고 자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으며, 침대에 눕고 나서는 1분 1초를 몸으로 느꼈다. 그러다가 몽롱한 상태로 갑자기 감정이 치솟아 나를 때리거나 목을 조르는 등의 자해를 했다. 겨우 불면증에서 벗어났다가 며칠 안 되어 다시 잠이 안 오면 절망했다.

잠은 오다가도 오지 않는다. 많은 이유가 있다. 누군 피곤할수록 졸리고 누군 피곤할수록 잠이 안 온다고 한다. 내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렸다. 우울증이 심해질수록 잠이 안 오는 것이 내가 부족하고 나의 잘못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잠마저 못 자고 몸까지 망치는 나는 한심해'라고 말하게 되는데, 이 상태가 되면 우울증이 심해진거니까 그에 맞는 대처를 다시 찾아야한다. 

여하튼, 나는 사람들이 잠에 대해 너무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을 못 자서 다음날 일을 망치더라도 또 어찌 인생을 살게 된다. 괜찮다. 이 다음날 일을 망쳐도 괜찮으니까, 잠이 오지 않더라도 편한 옷을 입고 침대에서 편하게 누워있자.


++나의 개인적인 팁

-자기 전에 뜨거운 우유나 물을 마신다.(마시고 소화가 될 때쯤 바로 눕는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자기 전에 일기를 쓰거나 글을 쓰거나 다음날 할 일을 적는다.

-무드등을 켜서 휴대폰을 하고 놀다가, 자기 전에 휴대폰은 꺼서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둔다.

-> 자기 전에 하는 습관을 만들어서, 몸과 뇌가 '아 이 일을 했으니 이제 잠을 자러 가겠군'하고 익숙해지도록 만들자. 일종의 의식처럼! 

SERIES

우울'한 것'이 아니라 우울증이라고

철컹철경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오늘도 결국 살아냈다 1

매일매일 사라지고 싶은 사람의 기록

차오름

#심리 #우울
하필 이 시기에 고3으로 태어난 나는 , 우울증과 공황발작으로 많이 불안해진 나는, 대견하게도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 우울증과 공황발작이 시작된 건 중3. 하지만 부모는 어떤 말을 해도 정신과는 데려가주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20살이 되고 알바를 하면 첫 번째로 갈 장소를 정신과로 정한 이유이다. 부디 그때가 되면 우울증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기대를 가지면서. 부모는 우울증은 내가 의지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비건 페미 K-장녀 #1 가족의 생일

가족들과 외식은 다이나믹해지곤 한다

깨비짱나

#페미니즘 #비건
다음주 호적메이트의 생일이라고 이번주 일요일(오늘) 가족 외식을 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다양한 스트레스의 요인들이 물밀듯이 내 머리속을 장악했지만 너무 상냥하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일요일에 시간이 되겠냐고 오랜만에 외식 하자고 너도 먹을 거 있는 데로 가자고 묻는 말에 못이겨 흔쾌히 알겠다고 해버린 지난주의 나를 불러다가 파이트 떠서 흠씬 패버리고 싶은 주말이다. 이 시국에 외식하러 가자는 모부도 이해 안가지..

13. 대화하는 검도..?

상대의 반응을 보며 움직이라는 말

이소리소

#검도 #운동
스스로를 돌이켜보기에, 다수의 취향을 좋아하는 데 소질이 없다. 사람들이 아이돌이나 예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체온이 2~3도는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대화에 섞일 적당한 말이 뭐 있지?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 뭐라도 이야깃거리를 던져보지만 진심이 없어서인지 어정쩡한 말만 튀어나온다. 결국 혼자 속으로 “난 만화가 더 좋아.."라며 돌아서는 식이다. 맛집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어째 운동 취향도 마이너한 듯하고.....

[제목없음] 일곱 번째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제목없음

#여성서사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참으로 어렵다. 나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되물어봤다. 그리고 의심했다. '저 사람은 만나도 괜찮은걸까?' '내가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 처음에는 설레기도 하고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은걸까? 순간의 감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에는 좋으니까로 결론이 난다. 좋은걸 어떡하나? 만나야..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3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상속
장례도 끝났고 삼오제(삼우제)도 끝났다. 49재의 첫 칠일 오전, 나는 일하던 도중 이제 식을 시작한다는 가족의 연락을 받고 창가로 나와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부디 엄마의 영혼이 존재해서 젊고 건강할 때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실컷 다니고 있거나, 혹은 그 생명의 끝을 끝으로 영원히 안식에 들어가 모든 것을 잊었기를. 삼오제까지 끝나면 문상 와 준 분들께 문자나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해도 좋..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