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릴 권리를 위하여 2. 나의 몸, 나의 월경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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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릴 권리를 위하여 2. 나의 몸, 나의 월경컵

신한슬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한 달에 한 번, 고통이기도 하고, 안심이기도 하고, 당연한 일상이기도 한 월경. 내 몸에서 평생 동안 일어나는 일인데, 정작 월경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돌아보면 막막해진다.

월경에 대한 모든 것을 전시하고, 강연하고, 질문하고, 실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제 2회 월경박람회>가 5월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열린다. 핀치에서 4회에 걸쳐 월경박람회 미리보기를 준비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국내 최초로 월경컵 '페미사이클' 수입 허가를 받아낸 월경 셀렉트샵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다. 두 차례 월경박람회를 기획하고 주최한 이지앤모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진 조아현

이지앤모어를 소개해달라.

이지앤모어는 모든 여성들에게 건강한 월경 라이프를 제안한다는 미션 아래, 직접 테스트 해 보고 안전성을 입증한 상품만 골라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이지앤모어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일정 포인트가 기부 포인트로 적립된다. 이 기부 포인트로 매달 약 300여 명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월경용품을 지원한다.

월경컵 관련 뉴스 댓글을 보면 좋든 나쁘든 월경컵이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지앤모어도 최초로 월경컵 페미사이클을 인증 받아 수입을 시작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월경컵에 대한 사회적 '논란', 어떻게 지켜보았나?

그래도 작년, 재작년에 비하면 지금은 월경컵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처음 월경컵이 나왔을 때, 사실 여성들보다는 남성들이 질 안에 탐폰보다 더 큰 무언가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많이 내놨다. 내 허락 없이 월경컵을 넣지 말아라, 월경컵에 커피 타 먹는 거 아니냐, 등등. 여성들은 혹시 이걸 삽입했을 때 질이 늘어나진 않을까, 독성쇼크증후군 같은 게 일어나지 않을까, 건강 면에 대해 걱정을 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우리가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잘못 받아왔다는 것이 이러한 반응에서 드러났다고 본다. '처녀막'이 찢어진다느니, 결혼을 하기 전에는 성관계를 하면 안 된다느니, 그런 문화 속에서 살다 보니 인체에 삽입하는 월경컵에 대해서도 당연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남성들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월경에 대한 혹은 여성들이 쓰는 월경용품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금 학교에서 사용하는 성교육 표준안에도 월경용품을 어떻게 선택하면 되는지, 각 월경용품의 올바른 사용지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피임하는 법, 성폭력을 당했을 때 대처법, 이런 것들만 있다. 여성들이 월경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질적이고 올바른 교육이 아직도 없다면 다음 세대에서도 부정적인 문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일단은 월경과 월경용품에 대한 사실을 잘 알려주고, 왜곡된 인식이 있다면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는 게 선행되어야 그런 문화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남성들이 잘못된 거 같은데?

'그들은 몰라서 그런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다(웃음). 

다음 세대의
보다 건강한 월경을 위해

사진 조아현

여성들도 월경컵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그나마 젊은 사람들이나 해외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사람들은 직접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비교적 나이 많은 여성들은 월경컵을 아예 접해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그래도 지금 어린 친구들은 자신의 월경을 개선하고 싶을 때 월경컵의 정보를 유투브에서 검색하는 등,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채널이 많다. 우리 세대 혹은 윗세대들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냥 엄마가 '이거 써' 하면 쓰는 거고, 마트에 있으면 사서 써 보는 거고. 그래서 이지앤모어도 어떻게 하면 다음 세대 여성들은 좀 더 건강한 월경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그런 취지에서 이지앤모어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월경용품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함께 하고 있는데, 자세히 설명해달라. 

크게 두 가지 방법이다. 첫번째는 저소득층 아이들 150명을 위한 초이스샵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각각 아이디를 부여하고, 4개월에 한 번 씩 포인트를 적립한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포인트에 맞춰 직접 선택하고, 집으로 배송 받을 수 있다.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다. 월경용품은 각자의 피부 민감도, 혈의 양, 기간 등에 따라서 사용하는 종류가 다르고 패턴이 다르다. 그런데 우리가 저소득층 아이들을 지원해준다는 목적으로 '이번에는 A라는 브랜드 세 팩 쓰세요', 라는 식으로 일방적인 기부를 한다면 정말 우리가 이 아이들의 월경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일까? 우리는 계속 여성들에게 '나에게 맞는 월경용품을 선택해서 쓰세요'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오히려 이 아이들에게는 기회조차 주고 있지 않았다. 이건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년 전부터는 초이스샵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초이스샵에 접속할 수 없는 친구들도 150여명 있다. 그 친구들에게는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매달 다른 물품으로 바꿔서 보내주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일어난 후 새로 떠오른 이슈는 생리대 가격이다. 건강한 생리대, 유기농 생리대라고 하면서 생리대 가격이 두세 배로 뛴 것이다. 몇 년 전에 저소득층 아이들이 비싸서 못 산다고 했던 생리대 가격이 한 개당 250원, 300원이었는데 지금은 450원, 500원이 기본이다. '그럼 난 돈이 없으니까 싼 걸 써야 하고, 그러니 화학성분 생리대를 쓰는 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 마음은 다 똑같아서, 우리 초이스샵을 이용하는 아이들도 유기농 생리대를 가장 많이 산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유기농 순면커버'라고 해서 두 배로 비싼 이 생리대가 정말 더 안전할까, 아니면 속고 사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항상 있다. 실제로 각 일회용 생리대가 체온과 반응하고, 피부에 닿고, 혈이 떨어졌을 때 어떤 성분이 나오는지 연구가 없다. 그 와중에 자꾸 안전하다, 유기농이다, 프리미엄이다, 비싼 생리대만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 여학생 뿐만 아니라 홈리스 여성들의 안전권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사진 조아현

월경컵 쓰기 전에
나의 몸을 탐구하자

말씀하신 대로 월경은 정말 사람마다 각자 다른 경험이다. 월경컵도 나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아직도 나에게 맞는 월경컵을 찾으려면 무엇을 봐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포인트를 짚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질 길이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실 질 길이를 재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월경컵을 쓰기 전 가장 큰 진입장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내가 생각보다 질 길이가 긴 편인데, 겁을 먹고 작은 월경컵을 썼다고 해보자. 그러면 내가 삽입까지 완벽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움직이면서 질의 근육이 같이 움직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월경컵이 점점 포궁경부쪽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면 내가 월경컵을 제거하려고 했을 때 손이 닫지 않는 곳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거나 산부인과에 가서 제거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반대로 내 질 길이가 생각보다 짧은데 보통의 월경컵을 샀다면, 월경컵의 몸통 부분도 잘 안 들어가서 꼬리 부분이 외부로 나오게 된다. 그러면 월경컵 꼬리 부분이 눌려 아프기 때문에 앉아있을 수가 없다. 그러니 반드시 질 길이를 재봐야 한다. 그래야 실패할 확률이 50% 정도 떨어진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질 길이를 재는 방법은 간단하다. 월경을 할 때 두 번째 손가락이든 세 번째 손가락이든 내가 편한 손가락을 질에 넣어서 포궁경부에 손이 닿는지 확인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포궁경부부터 외음부까지 손이 닿는 길이를 재면 된다. 나 같은 경우, 스스로 질 길이가 길다고 2년 동안 착각했다. 포궁 모양도 사람마다 다른데 나는 약간 구부러져 있어서 손가락을 넣으면 포궁경부 밑으로 들어가버렸던 거다. 그래서 '내 손가락에 포궁경부가 닿지 않으니, 나는 질 길이가 길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좀 말랑한 긴 월경컵을 테스트 하면서 월경컵이 잘 펴졌는지 손가락으로 확인을 하는데, 살두덩이가 손 끝에 닿는 것이다. 알고보니 월경컵이 내 포궁경부 위로 들어가서 포궁경부가 찌그러져 있었다. 내가 지금껏 그렇게 질 길이를 잘 재라고 했는데 정작 스스로 잘못 재고 있었던 거다. 오히려 그 경험 때문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질 길이를 잴 때는 한 번에 손가락을 쑥 넣고 내가 이 길이네, 하지 말고 꼭 위 아래로 손을 왔다갔다 하면서 포궁경부가 위치하고 있는지, 도너츠 모양 살덩이가 만져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질 길이를 월경 중에 재는 것도 중요하다. 배란기냐 아니냐에 따라 포궁경부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월경할 때는 포궁경부가 조금 더 내려오고 배란기엔 조금 더 올라가는 경향성이 있다고 한다. 월경할 때 질 길이를 재려고 손가락을 넣으면 혈이 좀 쏟아지는 경험을 하실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나의 생리혈과 친해지는 경험도 하면 될 것 같다.

정말 자신의 몸을 제대로 탐구해봐야 성공적인 월경컵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

자신의 질 구조를 이해해야 거기에 맞는 월경컵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 질 길이를 잴 때 일단 손가락을 넣었다면, 좀 넓게 둘러보며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있다.

그 과정이 진입장벽이라는 것 자체가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는 것 같다. 사실은 꾸준히 손발톱을 깎듯이 열심히 들여다보고 만져보면 되는 일인데.

맞다. 콧구멍 팔 때 손가락 넣는 거랑 똑같은 건데. 해외에는 좀 더 파격적인 시도도 있다. ‘Beautiful Cervix Project(아름다운 포궁경부 프로젝트)'라고, 수많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포궁경부 사진을 아카이빙해 놓은 사이트다. 산부인과에서 포궁경부를 관찰할 때 사용하는 개구기를 넣고 핸드폰으로 '셀프 촬영'을 해서, 그걸로 매일 변화되는 각자의 포궁경부를 기록한 것이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보기가 어려우실 수도 있다. 배란기 때는 포궁경부에 분비물이 묻어 나오고, 월경할 때는 피가 흘러나오는 모습이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스스로의 월경주기나 배란주기를 가장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내장기관이니까 아무래도 그 모습이 익숙하진 않을 거 같다. 징그러울 수도 있고.

계속 보니까 약간 현기증 나긴 하더라(웃음).

사진 조아현

월경컵, 진짜 그런가?

월경컵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가 있다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월경컵을 사용하면 질이 늘어나지 않느냐는 것이다. 자문을 받고 있는 여러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문의해 본 결과,  질은 절대로 월경컵을 쓴다고 늘어나지 않는다. 다만 질은 근육이기 때문에 다른 근육과 똑같이 노화되면서 늘어날 수는 있다. 

오히려 의사들은 월경컵을 쓰면 질이 더 단단해지고 건강해진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엔 없지만 해외에 보면 질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기구로 돌멩이 같은 에그를 판다. 질 안에 넣고 요가를 한다거나, 케겔운동을 하는 기구다. 월경컵도 그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월경컵을 질 안에 넣고 걷거나, 월경컵을 넣다가 뺄 때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케겔운동을 하면서 질이 단단해진다. 실제로 나는 월경컵을 2년 동안 쓰고 난 후 예전에 쓰던 말랑한 월경컵을 쓰지 못하게 됐다.  질이 더 단단해졌기 때문에 월경컵을 잘 넣고 진공 상태로 만들고 나서도 몇 시간이 지나면 월경컵이 질 근육에 밀려서 자꾸 찌그러진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이론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사실 질이 늘어난다고 건강상 큰일이 날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아직도 소위 '예쁜이 수술'이라 불리는, 남자들의 만족을 위해 여성들이 질을 성형하는 수술이 잔존한다. 그런 수술을 권유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내가 월경컵을 써서 나의 남자친구가 성적으로 만족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이 시작된 게 아닌가 유추해본다.

월경컵이 월경통에도 영향을 주나?

정말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월경통이 사라졌다. 일반적인 생리대를 쓸 때는 못 걸어다닐 정도로 심했다. 약을 먹어야만 사람처럼 살 수 있었다. 일차적으로 면생리대를 썼더니 월경통이 대단히 개선되었고, 월경컵을 쓰기 시작하면서 완벽하게 사라졌다. 생리통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아마 나 같은 경우는 패드에 닿은 혈이 부패하면서 나오는 세균과 같은 요소가 통증을 유발했던 것 같다. 이런 것을 보통 2차적 생리통이라고 한다.  그게 아니라 1차적 생리통, 즉 포궁내막에서 표피가 떨어져 나오면서 통증이 심한 분이라면, 월경컵을 써도 생리통은 계속된다. 

제대로 된 연구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생리컵을 빼고 바로 탐폰을 쓴다거나, 탐폰을 쓰고 바로 생리컵을 쓰면 안 좋다는 얘기도 있다던데?

그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다. 다 '카더라'를 통한 정보다. 저는 다른 월경용품 개발하는 분이랑 대화하다가 '월경컵을 계속 쓰면 질 안에 공기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서 질의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라는 주장을 들었다. 그런데 그 정보의 출처가 없다. 아무리 찾아도 그런 연구결과는 없는 것이다. 왜 이런 건 항상 카더라만 나올까? 월경용품이나 월경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없다.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도 그 이후에 환경부와 식약처가 하는 말이 다르지 않나. 식약처는 안전하다, 괜찮다, 이 정도는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반면 환경부는 조사해보니 일회용 생리대의 부작용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따라서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다. 같은 정부끼리도 말이 다르다. 우리가 월경컵을 썼다가 곧바로 탐폰을 썼을 때 뭔가 문제가 발생하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이런 문제를 명확하게 연구하는 연구기관도 없다. 항상 답답하다. 산부인과 의사들도 '제가 이론적으로 접근했을 때는 그런 거 같아요'라고 최선의 대답을 하는 거지, 명확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지 못한다.

이번에 이지앤모어에서 연구한 게 있다. 전세계적으로 '월경컵을 어떻게 소독해야 안전한가?'하는 문제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다. 전부 '카더라' 뿐이다. 식초로 소독하면 된다, 베이킹소다로 세척하면 된다, 어떤 건 전자레인지를 쓰지 말라, 어떤 건 전자레인지를 써도 된다, 대체 뭐가 정답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아예 이지앤모어가 대학교 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했다. 저희가 수입하는 페미사이클을 기초로, 열탕소독을 몇 분 정도 했을 때 실리콘이 상하지 않으면서 가장 효과가 있는지,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어떤지, 식초, 베이킹소다, 구연산 같은 것들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를 토대로 이지앤모어가 주최하는 '월경컵 수다회'에서 소독 안내를 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이번 연구에서 제일 놀라웠던 건, 식초와 베이킹소다가 소독 효과가 하나도 없다는 거다. 우리도 정말 놀랐다. 연구를 담당했던 미생물학과 교수도 깜짝 놀랐다. 식초는 100% 될 줄 알았다더라(웃음). 식초, 베이킹소다, 구연산까지 반응이 없다. 세균이 죽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생리대에 혈이 닿았을 때 몇 초만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나오는지, 이런 것도 시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구단과 구체적인 얘기까지 해봤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더라. 개인이 운영하는 회사 하나가 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시작도 못했다. 

월경박람회도 결국 이런 답답함에서 출발했다.  왜 여성의 월경에 대한 연구가 없는 걸까? 혹시 여성들이 월경에 대해서 입 밖으로 내는 의견이 없어서 그런가? 그렇다면 우리가 의견을 내 보자는 거다. 우리가 월경용품을 쓰면서 이런 불편함이 있다고 얘기하면, 월경용품 개발하는 업체가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할 테고, 그 연구결과가 결국은 여성들의 월경이나 건강에 도움 되는 자료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물음표를 던지며 월경박람회를 주최했다. 우리가 계속 모여서 이야기 한다면 연구기관에서도 움직이고, 정부에서도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희 월경박람회의 기초 가설이다.

현재 단계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결국 직접 해 보면서 경험적인 지식을 쌓고, 그걸 동료 여성들과 나누는 일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지앤모어는 '월경컵 수다회'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월경컵 수다회는 2016년 11월에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지앤모어가 월경컵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실제로 국내 여성들의 월경컵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정도 될까, 정말 월경컵에 대한 수요가 있을까, 알아보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현재도 15명을 넘지 않는 소규모 모임이지만,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네 명 모시기도 너무 어려웠다. 이게 생각보다 월경컵 국내 수요가 없는 건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 물음표가 두 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진행했던 이유는 점점 한두 명씩 신청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매진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 와중에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고, 월경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지금은 월경컵 수다회를 열면 참가자분들이 우리보다 월경컵에 대해 더 잘 안다. 해외 자료도 벌써  다 찾아보고, 우리에게 거꾸로 알려준다. 그래서 6개월 미만 사용자에게 기본 정보 위주로 알려주는 입문자용으로 모임의 컨셉을 바꿨다. 그래도 요즘 참가자분들은 어느 정도의 지식은 갖추고 온다. 벌써 유투브도 찾아 봤고 내가 어떤 월경컵을 살 지도 정했는데, 한 번 직접 만져 보고 결정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참가자들 수준이 높아지면서 월경컵 수다회의 내용도 계속 바뀌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월경용품, 찢고 뜯고 실험해보자

이번 월경박람회에는 '월경용품 LAB'이라는 코너가 있다.

이지앤모어가 유니콘이라는 소셜벤처와 함께 진행하는 코너다. 이지앤모어에서는 새로운 생리대 제품을 테스트할 때 직접 물을 부어보고, 몇 초가 지났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 안을 다 뜯어본다. 처음에는 생리대 속에 솜이 채워진 것처럼 보이는데, 물을 붓고 나서 뜯으면 그 물이 고체 알갱이로 변하는 걸 볼 수 있다. 이게 바로 '화학성분'이라고 하는 고분자흡수체가 하는 역할이다.

각각 브랜드마다 동일한 양의 물을 동일한 속도로 넣었을 때, 뜯어보면 어떤 브랜드는 고체가 조금 나오고, 어떤 건 엄청 많이 나온다. 고분자흡수체 양에 따라 얼마나 혈을 잘 흡수하는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고분자흡수체가 많으면 그만큼 혈을 잘 흡수한다. 그러나 동시에 질 내부의 수분을 다 빨아들일 수 있어서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적으면 혈을 완벽히 흡수하지 못한다. 

이걸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체험해 보라고 '월경용품 LAB'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월경용품 실험실에 왔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관심있었던 브랜드에 물을 부어 보고 뜯어 보고 하는 것이다. 유기농 순면 '커버' 생리대는 안에 고분자흡수체가 들어 있다. 하지만 생분해 생리대라고, 고분자흡수체 대신 천연 펄프 흡수제가 들어있는 제품도 있다. 이것은 물을 붓고 뜯어도 고체 알갱이가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화학성분이 없는 걸 볼 수 있다. 다만 흡수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집에서는 해보기 힘든 실험이니까 월경박람회에 와서 해보면 좋겠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가 해외에서 판매하는 신기한 월경용품을 함께 준비했다. 1년 동안 야금야금 직구한 제품들이다. 어디서 직구했는지 좌표도 제공한다. 직접 보고 '이런 제품도 있구나' 하는 신세계를 보면 좋겠다. 예를 들어, 탐폰 안에 여성들의 질에 필요한 유산균을 넣어 놓은 제품이 있다. 해당 브랜드의 설명으로는 탐폰을 질에 넣으면 월경혈이 떨어지면서 탐폰의 윗부분이 녹게 되고, 그러면 유산균이 밖으로 나와서 질의 내부에 묻는다고 한다. 산부인과 의사에게 이게 정말 가능한지 자문해봤더니 혈과 함께 다 흘러나와버리거나 솜 안에 흡수되어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제품이 도착하면 직접 실험해 보려고 한다. 

월경용품 LAB은 <제 2회 월경박람회>에서 직접 참여할 수 있다. 5월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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