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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몸>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무거운 여자가 되면 26. 코르셋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김현진

20대 때 소위 빡세게 ‘업업’하고 다녔던 나는 지금 완전히 탈코르셋을 하지는 못했지만 가끔 특별한 날, 내가 하고 싶을 때만 메이크업을 하고 보통 자외선 차단제만 바르고 다니고 있으니 탈코르셋 운동이 내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요즘은, 내가 20대 시절에 ‘업업’하고 다녔던 것이 무척 후회스럽다. 그때는 내가 했던 것이 소위 ‘주체적 꾸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니 그것은 남성의 시선으로 정의되는 사회에서 남성들에게 인정받고 받아들여지고 싶은 발버둥이었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내 발버둥이 다음 세대 여성의 코르셋을 더 조이는 결과에 일조했다는 점이다. 검정 마스크를 쓴 청소년들을 보고...

무거운 여자가 되면 25. 꾸미지 않을 자유를 위해

김현진

10세 여성 아동의 80퍼센트 이상이 다이어트를 해 본 경험이 있고, 2010년 경부터 청소년들의 주머니 사정으로도 살 수 있는 로드샵 화장품이 부지기수로 쏟아져 나왔던 데다, 요즘에는 심지어 어린이들이 어른과 똑같이 ‘관리’ 받을 수 있는 ‘키즈 스파’ 역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어느 교복 브랜드에서는 교복 안에 틴트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달려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또다른 브랜드에서는 몸에 밀착되는 라인을 살렸다며 ‘코르셋’교복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이런 겉모양이 그 사람의 모든 가치를 대변하는 사회, 여성에게 돈도 벌어오고 미모까지 유지하기를 요구하는 이런 사회가 당...

무거운 여자가 되면 24. 내 마음속 코르셋

김현진

나는 내 자신이 훌륭하고 투철한 페미니스트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페미니스트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며 살아왔다. 그런 삶의 태도에서 약간 찔리는 것은 탈코르셋 운동에 완전히 발을 담그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홀복’이라 불리는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고 한 시간씩 메이크업을 하던 옛날과는 완전히 결별했지만, 평소에는 자외선 차단제 하나만 바르고 다니다가도 사람을 만날 일이 생기면 그래도 뭔가 얼굴에 찍어 바르는 것을 단념하지 못하는 자신이 다소 한심하게 여겨질 때가 종종 있다. 그래도 예전에 1시간 걸려서 메이크업 할 것을 20분도 안 되게 줄기는 했다. 아이라인에서 속눈썹까지 어마어마하게 정교한 공을 들이던...

온전히 생존기: 생리하는, 몸(1)

[웹진 쪽] 김경진

끔찍한 장마가 시작되었다. 가뜩이나 직업적인 문제로 온갖 관절과 근육에 통증을 매달고 사는데 장마가 시작되니 급기야 아침마다 온몸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염분과 수분 섭취를 제한하고 꼬박꼬박 스트레칭을 해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주먹을 쥘 수 없을 정도로 손가락들에 퉁퉁하게 부종이 올랐다. 그런 손을 내려 발목을 쥐면, 발목이 통상 두께보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두꺼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붓는 것보다 끔찍한 것은 몸이 부어올랐을 때 몸에 힘을 제대로 줄 수 없다는 것과, 이런 식의 부어오름은 보통 열감과 통증과 무기력감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샤워를 할 때 뜨거운 물을 오래 끼얹어 혈액 순환을...

FREE

무거운 여자가 되면 23. 무거운 여자의 하루

김현진

무거운 여자의 하루는 어떨까? 적어도 유쾌하지는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리얼리티 쇼 <도전 슈퍼모델>의 사회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의 모델 타이라 뱅크스는 ‘팻 수트’ 체험을 한 적이 있다. 178센티미터의 늘씬한 모델이며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등의 잡지에서 섹시한 자태를 자랑하는 미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녀는 300파운드, 약 136킬로그램의 여성으로 보이도록 특수 분장, 즉 ‘팻 수트’를 착용한 한 후 평소처럼 낯익은 거리에 나섰다. 그리고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만다. 조금 과장하자면 살면서 백만 번은 다녀 본 익숙한 거리와 친근한 동네가 차마 한 발자국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의 반응이...

무거운 여자가 되면 22. 이중기대

김현진

뷰티 유튜버 활동을 하다가 ‘탈코르셋’ 행렬에 동참하여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라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배리나의 책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를 읽었다. 어려서 종양 제거 수술을 해서 누워 지내느라 살이 찔 수밖에 없었던 배리나 역시 ‘무거운 여자’였고, 무거운 여자라서 괴로웠다. 그렇지만 나보다 한참 동생뻘인 20대 초반의 그는 존경스럽게도 무거운 여자에게 당연한 듯 주어지는 경멸과 비웃음에 절대 지지 않고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은 저는 예쁘지 않아요, 라는 겸손이 아니라 그래 나는 예쁘지 않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라는 탈코르셋 선언이다. 책의 거의 모든 부분에...

무거운 여자가 되면 21. 자학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현진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좋아하고 편하게 여기는 때는 과연 언제일까. 그런 때가 과연 있기는 할까. 재치 있는 문체로 많은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황제와 여기사>라는 소설의 주인공인 기사 폴리아나는 오랜 군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몇 년 동안이나 월경이 끊겼다가 어떤 이유인지 불순이 치료돼, 몇 날 며칠 동안 생리대를 댄 채 누워 있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온갖 짜증을 부린다. 시녀들은 그런 폴리아나에게 전혀 화를 내지 않는데, 신경질을 부리는 폴리아나가 얼마나 힘들까 오히려 동정하면서 생리가 시작되기 전 자신들의 몸을 추억한다. 사실 그건 모든 여성에게 돌아가고 싶은 기억일지도 모른다. 여자니까 얌전해야 한다며 남자아이보...

무거운 여자가 되면 20. 저는 복권이 아니올시다

김현진

사람들은 뚱뚱한 여성에 대한 찬사를 보낼 때, 아니 모든 여성에 대한 칭찬을 할 때 그 모든 언사가 외모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예쁠 때나 못생길 때나, 뚱뚱할 때나 날씬할 때나, 지긋지긋한 그런 칭찬 같지도 않은 칭찬을 듣고 또 들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온갖 희한한 칭찬을 수집하게 되었다....

무거운 여자가 되면 19. 촘촘한 혐오

김현진

무거운 여자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짜증스럽다. 한때 40kg도 나가지 않아 가시처럼 말라도 보았고, 딱 좋다며 날씬하다는 칭찬을 들은 시절도 있었고, 90kg에 가까운 거구이기도 했던 나는 한국 여성이 도달할 수 있는 무게에 한 번씩은 다 가 본 것 같다. 그러면서 무거운 한국 여성이 얼마나 살아가면서 하루하루 말할 수 없는 모욕을 속으로 꿀꺽 삼키고 살아가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47KG일 때의 한국과, 86KG일 때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였다. 무거운 여자는 부유하건 가난하건, 많이 배웠건 그렇지 않건, 능력이 있건 그렇지 않건 누구나 대놓고 멸시하는 불가촉천민이었다. 그 구체적인 예들을 보자. 일러스트 이민...

무거운 여자가 되면 18. 남자는 뚱뚱해도 괜찮다니

김현진

뚱뚱한 사람에 대한 혐오(펫 셰이밍)는 여남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인 것 같지만, 사실 세상의 시선은 뚱뚱한 남성에게 훨씬 너그럽다. 44, 55, 66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다 내 돈 내고 내 옷 사러 갔는데도 마치 그쪽에서 내게 옷을 팔아 준 듯한 고마움을 느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여성복과 달리 좀더 유동적이라 모욕을 느낄 일이 보다 적은 남성복 시장이 그렇고, 풍성한 몸집을 가진 남자는 있어도 날씬하다 못해 말라깽이가 아닌 여자는 후덕한 어머니나 할머니 역할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연예계가 그렇다. 무거운 남자들은 여전히 섹시하다고 여겨지며,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헐리우드 배우 중에도 비교적 뚱뚱한 편인 폴...

무거운 여자가 되면 17. Do / Don't

김현진

무거운 여자는 집에 한 사람만으로 족한데, 내가 요즘 정신과 약을 바꾸면서 그에 잘 적응하지 못해 매일 하던 아침 공복시간에 30분간 달리기, 50분간의 근력 운동, 50분간 필라테스, 2만보 걷기라는 엄격한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면서 살이 도로 조금 찌고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 우리 집에 무거운 여자가 한 사람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 두 마리, 친한 언니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내가 18평 정도의 집에 살고 있는데 개 1마리가 비만, 나 역시 과체중, 언니 역시 고도비만이다. 무거운 존재가 집에 너무 많다. 나는 요즘 그나마 나아진 상태라 침대에만 들러붙어 있는 시기는 지났지만, 키도 170센티미터가 훨씬 넘는...

무거운 여자가 되면 16. 살만큼 붙은 편견에 대해

김현진

‘무거운 여자로 살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지만, 많은 것들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테면 모욕 같은 것들. 그런데 모욕감처럼 ‘KIBUN'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무거운 여성이라는 이유로 실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왕왕 있다. 물론 ‘무거운 남성’도 있겠지만, 그들이 받는 피해는 무거운 여성보다 훨씬 경미하다. 무거운 남성은 불룩 나온 배도 ‘인격이 훌륭하다’며 올려쳐주는 농담을 받고, 곰돌이같다. 듬직하다, 풍채가 좋다 등 사회에서 온통 ‘뚱뚱하다’를 돌려 말해 주느라 바쁘다. 물론 무거운 여성은 그런 배려를 받지 못한다. 미국 웨스턴미시건 마크 로흘링 교수의 연구 결과, 직장에서 무거운 여성이 남성보다 심한 차별을 받는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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