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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임신일기 36주차. 왜 자꾸 눈치를 보래

ND

2018년 8월25일 분만방법에 대해 오래 고민해왔다. 비교적 산후 회복이 빠르다는 질식분만을 하고 싶은데, 침대에 무력하게 누워 분만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게 정신 없이 동의서에 서명을 휘갈기고, 회음부 절개를 당하고, 피를 줄줄 흘리며 아기를 내뱉듯 낳는 건 하고 싶지 않다. 내 분만의 주체는 언제나 '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출산의 목표는 아기를 낳고 건강히 살아남는 것이다. 진통의 고통이 적었으면 하고, 분만과정을 남편과 함께 하고 싶다. 진통을 혼자서 겪고 혼자서 호흡에 맞춰 힘주는 나를 남편이 그저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분만 중에 남편의 실제적인 도움으로 끝내 함께 이루는 분만을 원한다. 진통과 분만의 순간...

머리 길이의 정치학

루인

며칠 전 서울인권영화제와 한국퀴어영화제가 함께 하는 네 번째 공동상영회 <퀴어, 인권> 행사가 열렸다. 그 자리에는 트랜스와 관련한 영화, 향정신질환 의약품과 제약회사, 그리고 유럽과 미국 정치권과의 카르텔을 다룬 영화,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난민 의제를 다룬 영화, 아일랜드의 동성결혼 법제화 과정을 다룬 영화 등이 상영되었다. 모든 영화가 중요한 의제를 다루고 있지만 나는 트랜스를 다룬 영화 중 단편 영화 <첫 외출>(김혁 감독, 2018)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임신일기 - 21주차

ND

2018년 5월14일 임신을 했다고 하니 아기를 낳은 경험이 있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임신 기간 중 입원할 만한 일이 절대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빌어줬다. 임신을 이유로 아프게 되면 네 몸도 몸이지만 보험이 안돼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질 거라고. 그 때까지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공공보험은 적용되지 않더라도 나는 개인보험을 골고루 아주 많이 들어놨으니까. 요 며칠 배가 뭉치는 것이 심상치 않다. 이게 조기진통인 건 아닐까. 혹시 조산의 위험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은 되지만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아 약물을 투여 받고 필요한 처치를 하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내가 들어놓은 보험의 약관들을 살펴봤다. 태아보험까지 매달...

발레는 왜? 10. 키(cm)-120이라는 기준

진영

발레는 탐미적인 예술이고, 무용수는 어떤 정해진 기준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관객들은 그 특정한 기준을 보기 위해서 돈을 내는 거니까요. (The audience is paying to see a certain standard.) - 캐서린 모건(Kathryn Morgan) 남들은 발레를 몇 년 배우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발끝으로 서서 한두 바퀴 도는데 나는 스튜디오 한가운데 두 발로 똑바로 서 있는 것도 잘 못했다. 정보의 바다를 뒤져보면 원장님이 알려주지 않은 어떤 팁이라도 있을까봐, 한때는 땀에 젖은 레오타드를 갈아입지도 않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곤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캐서린 모건을...

팔리니까 아름답고, 예쁘니까 사랑하며

유의미

나는 보여지는 것에 신경 쓴다. 그러나 예쁘면 다 되는 사회, 못 생기면 안 되는 사회에 반대한다. 여성의 몸을 함부로 판단해 등급을 나누는 것에 반대하지만, 아름다운 외모가 곧 자원과 권력인 시대에, 부지런히 몸을 가꾸고 관리하라는 요구를 외면할 만큼 용감하지는 않다. 사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이 남성의 시선인 것도 알고 있다. 일하거나 싸우기에 좋은 활동적인 몸이 아니라 공주처럼 얌전히 있기에만 적합한 몸이 유행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남자와 여자가 뒤바뀐 이갈리아에서 힘센 남자보다 키 작은 남자를 예쁘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나도 이 절망적인 사회의 일원이기에 내 눈에도 그게 더 예쁘다는 게 문제다....

나는 임신할 일 없어.

오래

동성애 반대하세요? 대선 투표 얼마 전, 친구와 술을 먹다가 대선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하자 친구는 혹시 그 토론회 때문이냐고 물었다.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은 홍준표가 동성애에 반대하냐는 질문에 “그럼요”라고 대답한 일을 묻는 거였다. 맞다고, 그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더니 친구는 정치적인 판단으로 그렇게 대답할 수 있지 않냐고 내게 다시 물었다. 친구는 짧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말이 길어졌다. 나는 그게 정치적 판단으로 가능한 발언의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해. 성적 지향을 근거로 어떤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던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이 몇 년 전의 입장과 다르게 동성애를 ‘반...

어느 페미니스트의 육아 일기: 6. 분만에서 단유까지, 내 몸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졌나 (下)

Ah

어릴 때 목욕탕에 가면 엄마나 이모 또래 사람을 보며 ‘아, 저게 어른 여자의 몸이구나.’ 했었다. 커다란 유륜과 두툼한 유두, 그리고 윗 부분은 편평하고 아래만 살짝 볼록한 유방까지. 나의 것과는 정말로 많이 달랐다. 그리고 출산을 하고 모유수유를 하고 단유를 한 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단순히 어른 여자의 몸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르고 젖을 먹인 여자의 몸이라는 것을....

어느 페미니스트의 육아 일기: 6. 분만에서 단유까지, 내 몸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졌나(上)

Ah

태동은 경이로운 경험이었고 아름다운 기억이기도 하지만 낭만은 딱 거기까지다. 임신과 출산에 더 이상의 낭만을 기대하면 곤란 하다. 아이와 내 몸을 나눠 쓴다는 것은 내 몸을 지속적으로 변형시키는 일이었고 아이를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은 내 몸에 여러 가지 타격을 입혔다. 나는 자연분만을 했다. 자연분만을 한 건 부끄럽게도 내가 별다른 생각이 없기 때문 이었다. ‘결정’이나 ‘선택’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없다. 나는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를 비교해 본 적도 없고 그럴 만큼의 정보를 갖고 있지도 못했으니까. 그저 수술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나는 막연히 제왕절개가 더 두려웠고 산모가 특별히 의견을 내거나 의료상 꼭...

내 몸 연대기(下) : 천국은 없다

L

누구나 다른 사람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나와 비교당하는 수 많은 날씬한 여성들의 삶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새로 바뀐 놀이터 그네에 엉덩이가 끼어 아프진 않을까. 손잡이가 달린 버스 좌석에 앉을 때 불편하지는 않을까. 여름에 얇은 카디건을 걸쳐도 덥지 않을까. 이렇게 더운데 땀이 나지 않을까. 처음 보는 낯선 남자와 한 엘리베이터에 타도 아무렇지 않을까. 뷔페에서 밥 먹을 때, 동료들과 식사를 할 때 눈치가 보이진 않을까.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직장에서 별 난관 없이 옷을 걸칠 수 있었을까. 만원버스를 타고 어떻게 서서 장거리를 갈 수 있을까. 허벅지 사이에 흉터가 있지는 않을까. 여름엔 워터파크에, 겨울엔 슬로프에 가...

내 몸 연대기 (中) : '뚱뚱함'에 덕지덕지 붙는 말들

L

나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무척 좋아했다. 10대 때부터는 케이팝과 아이돌 산업에 관심이 많았고 영화도 물론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는 채널을 가리지 않고 보며 하루를 다 보내기도 했다. 내가 어릴 때 뚱뚱한 여성은 만화나 영화에서 조연으로나 잠깐 나왔다. 연예인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그 마저도 '요요 현상' '다이어트 비법' 과 함께 헤드라인에 실리거나 아침 프로그램에 초대 받았다. 날씬한 사람이 뚱뚱해지면 추락 운운하며 전후 사진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해 비교했고, 그가 감량에 성공하면 이전의 커리어를 회복하는 게 아니라 건강식품 및 운동기구 광고로 소진되는 것을 보아야 했다. 온전히 뚱뚱한 사람이 뚱뚱한 채로 자신의 캐...

내 몸 연대기 (上) : '뚱뚱함'으로 내게 남겨진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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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OO 언니도 이렇게 살 빼면 예쁜데.. 안 뚱뚱해요ㅠㅠ” 라는 내용과 함께 포토샵으로 뚱뚱한 여성 연예인의 턱을 갸름하게 수정한 사진을 보았다. ‘지금 이대로도 당당해서 멋지다’ 라는 말과 ‘살 빼면 예쁜 얼굴’ 이라는 말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몇 번에 걸쳐 삭제되는 뚱뚱한 사람의 ‘지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날 밤, 샤워를 하기 전, 거울에 내 몸을 비춰보았다. 문득 어떤 완성된 형태의 신체를 향해 가는 길목, 과정으로서만 존재하는 뚱뚱한 내가 아닌 매 분 매 초 존재하는 내 몸의 인생에 대해 어떤 것이든 써서 남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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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는 요가 말고요.

희조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번화가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요가원 아래층에는 무려 고르곤졸라 피자와 보쌈을 같이 파는 부대찌개 가게가 있고, 최근 옆 건물에 최신 기계를 겸비한 코인 노래방이 들어서 있다. 일부러 보려고 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처음 그곳에 들어섰을 때 나는 이 곳이 하나의 동굴같이 느껴졌다. 그 작은 내부에서 나무가 자라고 연못이 펼쳐져있을 것이라 누가 상상하겠는가. 따뜻한 조명이 비추는 동굴 아래 순백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쉬거나 책을 보며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가를 배운 것이 이곳이 처음은 아니다. 중학생 시절 토요일 특별활동 시간에 처음 요가를 접한 이후 수험생활이 끝나고 난 후 무료했던 겨울방학,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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