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 1. 생리컵 입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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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 1. 생리컵 입문하기

라랄라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는 많이 사고, 많이 영업하고, 많이 후회하는 필자가 직접 써본 아이템들을 대상으로 리뷰하는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아이템은 생리컵 입니다.

 어느 날 문득 생리컵을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때처럼 트위터를 하다가 문득 생리컵 사용에 대한 트윗을 본 탓인 것도 같고, 탐폰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신여성이라는 대답을 들려준 직장 동료들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약간의 반골 정신과 기대감으로 생리컵에 입문했다. ‘신여성을 하려거든 탐폰 가지고 되겠어? 생리컵 정도는 써 줘야지.’ ‘‘내 보지 매끈매끈’ 이래! 너무 궁금하다.‘ 이런 호기심으로 시작된 생리컵 입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해외 직구를 해야 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구매 전 공부할 것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생리컵은 주로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지며 질과 포궁 사이에 위치하여 생리혈을 받아내는 컵이다. 인체 내 장시간 삽입하는 제품인 만큼 나에게 꼭 맞는 컵 (일명 골든컵) 구매를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우선 사람마다 포궁의 위치나 질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포궁 길이”를 알아야 하고, 평소 나의 생리 양이 어떤지, 질 근력은 어떤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 평소에 관심을 두기 힘든 분야이므로 고민과 검색을 한참이나 지속했다. 다행히 마침 생리기간이어서 빠르게 포궁 길이를 재어 보고(생리때와 아닐 때의 길이가 다르므로 생리 중에 재야 한다), 질 근력 같은 부분은 도저히 객관적인 판단이 안 되어서 아예 탄력적인 제품/안 탄력적인 제품 두 개를 바로 구매했다.

일주일 후, 생리컵이 도착했다.

좌(메/루나 클래식) | 우(유우키 이코노믹)
생각보다 사이즈가 크지 않다.

생각보다 첫 사용은 매우 힘들었는데, 수많은 사용기를 봤음에도 실제로 부딪혀 깨우쳐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몇 번의 삽질과 깨달음을 반복 후에야 안정적으로 생리컵에 정착할 수 있었다. 몇 개월 사용 후의 평점은 아래와 같다.

① 생활 편의성 : 9

② 착용감 : 9

③ 삽입-교체 편의성 : 4

④ 오버나이트 안심도 : 10

⑤ 생리 고통 경감 : 작성자의 생리통이 원래 심하지 않아 측정 어려움

⑥ 재 사용 의사 : 8

골든컵(최적의 컵) 파인딩까지 걸린 시간 : 한 번에 2개를 사서 바로 정착

하루에 교체 회수 : 3-4회

(*모두 10점 만점)

장점: 제대로 착용만 한다면 생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도 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굴 낳는 느낌은 상당수 사라졌고, 냄새도 거의 없어졌다.

무엇보다 탐폰+팬티라이너 조합과의 차이라면 오히려 탐폰보다 이물감이 덜하고, 해당 조합에서 약간 남아있던 ‘축축함’은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축축함이 사라지니 보지 근처가 짓무르는 일도 없어졌는데, 사실상 생리 중에는 외음부가 오히려 미끌미끌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단점: 컵을 비우고 세척하고 재 착용하는 모든 과정. 

질에서 컵을 꺼내고→ 비우고→ 세척해서→ 다시 넣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양이 특별히 많아서 컵을 자주 갈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할 수 없을 듯. 초기 적응이 필요하다는 것(필연적으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도 장벽 중의 하나다.

총평 : 나의 생리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특장점(생리를 잊게 해줌. 트위터에서 본 표현은 어느정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내게는 꾸준히 사용할 만한 좋은 제품이다. 

다만 편리함의 정도로 볼 때 생리대에서 탐폰으로 가는 것이 신세계를 영접하는 것이라면, 탐폰에서 생리컵으로 가는 것은 공기 좋은 옆 나라로 떠나는 휴양 정도다. 특히 세척의 불편과 공부의 필요성 때문에 어떤 환경/성향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 생리컵 만족도는 개인별로 꽤나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한테 생리컵은 적합한가? 주관적이긴 하나 사용자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어 보았다. 나에게 생리컵이 잘 맞을지/아닐지에 대한 입문 지표로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생활 환경과 함께 본인의 성향이 고려의 대상이다.  

 brunch , @instinctshopper

위 표에서 보라색이 많을수록 생리컵 사용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주 생활지 화장실의 청결은 특히 중요한 요소다. 집에서 생활하는 프리랜서나 세면대가 함께 있는 1칸으로 된 화장실이 주 생활지에 있다면, 불편이 매우 적어지니 주저할 필요 없이 추천하고 싶다.

만약 생리컵이 당신에게 적합 하다면(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사용하고 싶다면) 이제는 당신에게 맞는 생리컵을 고를 차례.

다음 편에서는 구매하는 방법 및 구매에 있어 몇 가지 기준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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