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컨에서 만난 여자들 1. 테크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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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컨에서 만난 여자들 1. 테크페미

도유진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지난 11월 3일, 성수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여성을 위한 일, 일 하는 여성 (WORK FOR WOMEN, WOMEN WHO WORK)’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제 2회 여성 기획자 컨퍼런스(아래 여기컨)이 열렸다. 여성 기획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워크샵과 강연 프로그램으로 꽉꽉 찬 특별한 하루에 만난 멋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담았다.

 

주최측에서 미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가자의 절반은 주로 20대, 나머지 절반은 30대다. 업계 분포로는 절반 이상이 테크 업계 종사자, 그리고 나머지는 유통부터 예술까지 다양한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강연이 이루어진 장소인 카우앤독 1층은 참가자들로 가득 찼고, 주최측이 계속해서 보조 의자를 비치했음에도 계속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참가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사진 조아현

여기컨에서 가장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바로 오늘 여기컨이 있게 한 주최자, 테크페미다.

테크페미는 한국 테크 업계, 주로 기술 스타트업에 속해 있는 페미니스트들의 모임이다. 테크페미의 옥지혜(스포카, 프로덕트 매니저)를 만났다.

목소리를 내는 여자들

옥지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전에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지만 아무래도 ‘회사원인 나’에 ‘페미니스트’를 합치기가 부담스러웠다. 슬픈 일이지만, 아무래도 업계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에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혼자 끙끙 앓다가 문득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료들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비슷한 문제 의식과 공감대를 가진 업계 동료들 말이다.

좀 더 실리적인 측면에서 이런 모임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것도 있는데, 스타트업 쪽은 워낙 이직이 잦기 때문이다. 사실 이직을 할 때도 페미니스트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는 회사로 가는 게 훨씬 믿을만하지 않은가.

사진 조아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이전, 지금으로부터 5, 6년 전에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 지인들을 통해 심심찮게 전해듣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어디의 누구 창업자는 회사에 여자 인턴이 들어올 때마다 건드린다, 어디 누구 대표는 유부남인데 팀 회식만 나갔다 하면 그렇게 젊은 여직원을 못 희롱해서 안달이더라, 여자 홍보 담당 직원이 업무 차 미팅을 나가서 밥 한번 같이 먹으면 자기랑 벌써 무슨 관계가 된 것처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놈이 너무 많다, 거기 투자자가 투자 피칭하러 나온 여자 경영진한테 가서 자기랑 연애해주면 투자하겠다고 했다더라 같은, 심히 대한민국스러운 이야기들. 하물며 여성 실무자들끼리만이라도 좀 알고 피하게, 엑셀 시트에 이름이랑 소속만이라도 적은 블랙리스트를 익명으로 만들어서 공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지인들 간에 오고 가던 걸 생생히 기억한다. 그리고 그 대화에서 이름이 유독 여러 번 오르내린 남성들을 ‘도전하는 멋진 청년 창업가' 같은 타이틀을 달고 이들이 포즈를 취한 사진을 떡 하니 실은 각종 찬양 일색의 인터뷰 기사들에서 다시 볼 때는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어쩌다 몇몇 사건들이 수면 위로 힘겹게 떠올랐을 때 소위 업계 나이 많은 남성 ‘인플루언서'들이 온라인에서 보인 미적지근한, 때로는 다분히 2차 가해적인 반응들을 생각했을 때 옥지혜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걱정이었다. 테크페미 활동을 시작하면서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는지, 눈총을 받지는 않았는지.

옥지혜: 당시에는 지금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할 때인데, 뭐랄까, ‘음' 하는 반응이 있긴 했다. 2017년 제 1회 여기컨을 진행할 때 해당 프로젝트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게시되었는데, 그 링크가 회사 개발팀 전체에 돌기도 했고. 다행히도 누군가가 대놓고 공격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응원하지도 않았다.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기술이건 사상이건 최첨단을 달리는 진보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선민의식이 다소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곳에 비해 누가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했을 때 대놓고 반격을 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분위기다. ‘진보적이고 앞선 나'는 그래선 안된다는 집단 전체의 암묵적인 기준 같은 게 존재하니까 말이다. (글쓴이 주: 물론 게임 업계는 ‘주 소비자층이 남성이므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라는 논리로 완벽한 정반대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듯 하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내게도 이런저런 업계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그냥 넘기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테크페미의 슬랙(기업용 메신저로, 특히 스타트업들이 즐겨 쓰는 서비스) 방에는 옥지혜 외에도 약 120여 명의 사람들이 소속되어 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테크페미에서 출발한 오프라임 모임 플랫폼 ‘밋고'를 만든 강영화 (스포카,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강영화: 처음에는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테크페미 활동을 시작했다. 지인들, 그리고 지인들의 지인들이 열 명 남짓 모인 소모임을 오프라인에서 한번 진행했고 그 후에는 온라인으로 항상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끔 슬랙에 테크페미 방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이 업계 자체가 워낙 네트워킹이 업무의 한 부분이라고 간주될 정도로 좁기도 하고, 그래서 한 다리만 건너도 서로 다 알다 보니 모임을 폐쇄적으로 가져갈 생각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어디 회사 누군지 다 아는데 그러면 회사 내에서 겪는 문제 같은 내부 이야기를 하기가 아무래도 껄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지인이 지인을 데려오고 그 지인이 또 지인을 데려오고 하다 보니 별도의 온라인 상에서의 공지 같은 것 없이 자꾸만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테크 업계 여성의 비율이 그리 크지가 않은데도, 지금 슬랙에만 120명 정도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2016년 여름을 기점으로 한 자리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소소한 프로젝트들을 시작했다. 강남역 사건 1주년에 맞춰 추모 웹페이지를 오픈하고, 업계에서 성차별적 사건이 터질 때 성명서를 내기도 하면서 테크 업계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 역할을 해오고자 노력했다. (테크페미 성명서, “IMC게임즈 대표 김학규의 성차별적 사상검증을 규탄한다”)

싸우는 여자들

강영화는 ‘밋고'의 공동 창업자다. 테크페미의 사이드 프로젝트(본업 이외에 개인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시작한 밋고는 2017년 여름, 젠더 감수성 문제에 요지부동이던 국내 테크 업계에 이례적으로 파란을 불러 일으킨 온오프믹스 경영진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소위 업계 중진, 원로급이라는 이들의 침묵, 또는 적극적인 2차 가해성 발언으로 많은 업계 여성들의 공분을 자아낸 사건이기도 했다. 준강간 혐의가 인정된 전 부대표에게는 징역 2년 6월이 선고되었다.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스스로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11월 현재 그는 여전히 온오프믹스의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건 이후에도 대학교 등지에서 창업 멘토로 강연 활동을 진행했다.

강영화: 작년에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대표가 사임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회사 웹사이트를 보니 이 사람이 여전히 대표였다. 그걸 보고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걸 보면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문제 의식이 생겼다. 그래서 같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안적인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이야기가 테크페미에서 나왔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올해 초부터 차근차근 진행, 올 여름에 ‘밋고'를 론칭했다. 이번 여기컨 행사 공지 및 참가신청도 밋고에서 이루어 졌고, 누적 등록 행사는 스물 세개, 현재 회원수는 약 천 오백명 정도다. 수익화나 본격적인 사업화를 생각하지 않고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건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계셔서 앞으로 밋고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커나갈지 만들어 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즐겁고 또 기대된다.

여기컨을 만든 여자들

이 날 여기컨에서는 띵스플로우 이수지 대표, 브릭투웍스 장혜선 이사, 선샤인콜렉티브 홍진아 대표, sopoong 유보미 심사역의 강연 이외에도 사무실 생활자의 생존 체력, 커리어 리디자인, 기획자의 발견을 주제로 여러 워크샵이 진행됐다. 여성 기업, 모임들의 부스도 한 자리에 나란히 모였다.

옥지혜: 기획자란 뭘까? 예를 들어 한 메신저 앱이 있고, 이를 담당하는 기획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채팅 창의 한 특정 메세지에 댓글을 다는 기능을 업데이트 해야 하는 건이 있다면 여기서 기획자의 역할은 이렇다. 사람들이 대화 중에 답글을 달 때 원 질문글이 무엇이었는지 과거 메세지를 찾기 위해 한참을 스크롤 해서 올라가는 게 힘들다는 개선점을 발견하는 것부터 데이터나 사용자, 내부 팀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개선점을 발견하고 이 업데이트를 어떻게 구현해야할지 전체 타임라인부터 세부적인 모든 사항을 계획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이 기능을 실제로 구현하는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의견 조율 역시 포함된다. 추가할 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지면 좋을지에 대해 협의를 하고 구현 과정 구석구석에 항상 다 들어가 있는 사람이 바로 기획자다. 업데이트가 끝나고 나서 해당 기능이 잘 구현되었는지, 업데이트 후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한지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그 내용과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내부에 전달하는 것까지도 기획자가 하는 일이다.

즉, 기획자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탄생시키고 세상에 내놓는 작업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전반에 걸쳐 불명확한 부분이 매우 많다. 잡다한 일이란 일은 다 하게 되는데 구체적인 잡 디스크립션 마저 없다 보니 기획자가 도대체 왜 필요한지, 이 사람이 뭘 하는 사람인지 그 일을 하는 사람마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기획자는 손쉽게 ‘후려치기'의 희생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옥지혜: 이 기획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야겠다고 마음은 먹게 된 계기는 내 개인적인 욕심에서부터였다. 다른 직군은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자신이 작업한 결과물에 눈에 바로 보이니까 이를 토대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네트워킹이 활발하다. 그런데 기획자는 그렇지 않았다. 또 기획자의 업무 특성상 많은 경우 한 팀, 한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는 리딩 포지션, PM포지션을 포함하게 되는데, 여성 기획자 중에 업계에서 살아 남아 온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여성 리더라는 위치를 함의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잘나도 잘난 남자 팀장님 밑에 있는 일 잘하는 여직원 1이 되기 십상이다 보니 이런 살아남은 여성 리더, 여성 기획자를 찾기가 쉽지가 않고 만나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들을 찾아내서 이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같이 듣고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작년 첫번째 행사 이후 전해들은 이야기들 상당수가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다는 것이었고, 실제로 그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여성들끼리 네트워킹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이직한 케이스들도 전해들었다. 그래서 올해 또 여기컨 두번째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여기컨 행동강령

여기컨에서는 자녀와 함께 참가하는 참가자들을 위한 아이돌봄공간 등 구석구석에서 주최측의 꼼꼼한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밋고'에 올라온 여기컨 이벤트 공지 페이지에는 눈에 띄는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여기컨 행동강령'. 주최측에서는 여기컨 기획 당시 최대한 참가자들이 쾌적한 경험을 하게끔 행동강령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처음에는 당장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우선 자체 내부 행동 지침 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기존의 해외 컨퍼런스들의 예를 많이 참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토대로 구성원들 간의 논의를 거쳐 자체적인 행동 강령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왔고, 이번에는 테크페미 구성원 중 기본소득네트워크에서 성평등약속문을 작성한 바 있는 구성원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행동 강령이 탄생했다.

테크페미의 추천으로 행사, 조직, 모임 등을 계획하는, 또는 운영 중이라면 다음 행동강령을 참고할 만 하다. 

여기컨 컨퍼런스 행동강령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BIYN 성평등 규약 (6페이지부터)

 여자가 하면 연봉이 내려간다?

스타트업 업계에 종사하는 지인들을 보아도 그렇고, 테크 업계는 네트워킹이 매우 긴밀하다. 밥 먹고 네트워킹만 하나 싶은 사람들도 있을 정도인데다, 그런 사람들이 ‘정말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도 이 업계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렇다보니 구설수가 많은데 그만큼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 문제 제기나 공론화 자체가 애초에 차단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게 옥지혜와 강영화의 이야기다.

사진 조아현

강영화: 당장 매일같이 피부에 와닿는 차별 사례는 헤아릴 수가 없다. 여성 개발자가 조금 외모에 신경을 쓰기라도 하면 외부 행사 나가거나 했을 때 “디자이너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개발자라는 생각 자체를 못 하는 거다. 한 코딩 관련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그룹원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곳에서 포스팅에 ‘품번' 운운하는 그룹 멤버가 있어도 거기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를 아니꼬와한다.

옥지혜: 성추행 같은 경우, 다른 업계와 뭐가 다르겠나 싶다. ‘우리 테크 업계는 달라!’라고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전혀 다르지 않다. 업계가 업계이니만큼 다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데이터를 신봉한다고 굳게 믿는 분위기인데 그렇게 다들 논리적이라면 왜 성별을 기준으로 특정한 사람들의 노동을 상대적으로 가치가 덜한 것으로 판단하는가?

대표적인 예로 개발 분야에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얘기를 할 수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어떤 서비스를 사용할 때 당장 내가 보는 화면에 있는 것들을 만드는 사람들은 프론트엔드 개발자고, 그 뒤편의 기계 언어를 만드는 사람을 백엔드 개발자라고 한다. 그리고 워낙 여자 개발자가 없는 와중에 프론트엔드에는 그나마 여성들이 있다. 그런데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백엔드 개발자보다 연봉이 낮다. 여자가 하면 임금이 낮아지고, 임금이 낮아지니까 여자가 하게 되는 악순환을 여기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자가 하는 일은 본질적인 일이 아닌 어디까지나 보조 업무에 머무르는 것으로 취급하는 비논리적이기 짝이 없는 일이 일어난다. 하나의 서비스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직군에 다양한 형태의 전문 업무가 필요한데, 이런 식의 후려치기는 업계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부 지적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페미니스트 동료를 만들자

옥지혜와 강영화는 ‘그나마 테크업계니까’,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고, 긴밀하고 빠른 네트워크 덕에 테크페미 활동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거듭 했다. 그만큼 다른 업계의 상황이 얼마나 더 힘들지에 대해 걱정하기도 하면서, 이들은 그렇기에 테크 업계가 더 앞에 나서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는다.

옥지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황소처럼 당장 일어나서 들이받아야만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고민하는 동료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동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꾸준히 지켜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야기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강영화: 분명히 달라진 게 있다. 강남역 사건을 중심으로 이미 업계의 여성들 상당수는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암묵적으로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다. 굉장히 온건한 사람들도 자신이 여성으로서 느끼는 차별에 대해서 이제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보니 혹시라도 관련해서 문제가 생기려 하면 다들 말은 안 해도 주니어에서 시니어급까지 눈에 불을 켜고 사태를 주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소름이 끼칠만큼 뿌듯하고, 또 든든한 순간들이다. 분명히 변화는 있고, 테크페미부터도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나가려 한다. 

여기컨 현장의 테크페미. 사진 조아현




테크페미 트위터 & 이메일: @techfemi / [email protected]

테크페미는 업계 페미니스트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 from 옥지혜 & 강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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