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진

핀치 타래정신건강가족관계

가족 사진

우울의 이유 (2)

순간의 유일

TV 속 배우가 책상 위의 뒤집어진 가족사진을 바로 세운다. 

문득 스치는 생각, 우리는 가족사진이 있었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 중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별 게 아닌 ㅡ앞으로의 나에게 별 것이 아니어야 할ㅡ 가족사진.  

Designer Name : Tommy

이제는 더 이상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일 수 없다. 2년 전 겨울, 이십 여 년 전의 기억에 괴로워하기 일쑤였던 엄마는 결국 아빠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날, 어릴 적 나의 우주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마구잡이로 흐려졌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벅차 순간을 채 남기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라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까. 필요성조차 느낄 수 없었다. 서로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란 그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저 언제까지 서로에게 함께일 사람들이었다. 

실은 그렇지 않았었다 라는 사실이, 언제까지나 영원하리란 나의 생각이 정말로 나의 생각으로밖에 남지 않았다는 현실이, 참혹하리만치 냉정하다. 

이미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이 옹기종기 다시 모여 사진을 찍기란 얼토당토않은 것이겠지. 우리는 더이상 ‘구태여’라는 부사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이제 와서 사진을 찍을 이유는 또 무엇인가, 하고 이유를 각자 한참을 생각하겠지. 그렇게 겨우겨우 도색 및 색출한 근거는 무엇이 될까. 더 이상 슬프지 않기 위해서?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20여 년을 넘게 함께해 온 세월을 그땐 그랬지, 하며 아련히 바라볼 여유조차 우리에게 존재할까.

 흔하디 흔한 사진 한 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이토록 새삼스럽게 먹먹하고 서글프게 만든다.  

SERIES

나는 괜찮지 않습니다.

순간의 유일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말 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4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상속인 조회 서비스 조회 완료 후 한 달 정도는 은행과 보험 정리에만 매달렸다. 사실 지점이 많이 없는 곳은 5개월 여 뒤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는 자동차 등을 정리했고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 상속인 조회 서비스에 나온 내역들을 한꺼번에 출력해 철 해 두고 정리될 때마다 표시해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현금수령인지 계좌이체인지 등)를 간략하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정리하기 편하다. 주민..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세 사람

세 사람

이운

#치매 #여성서사
1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안경을 쓰고서 안경을 찾고 지갑은 어느 가방에 둔 건지 매번 모든 가방을 뒤져봐야 합니다. 친구들은 우리 나이 대라면 보통 일어나는 일이라며 걱정 말라하지만 언젠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을 때 그들까지도 잊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루는 수영을 다녀오는데 그날따라 비도 오고 몸도 따라주질 않아서 바지가 젖을 것은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길가에 털썩 주저앉..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비건 페미 K-장녀 #1 가족의 생일

가족들과 외식은 다이나믹해지곤 한다

깨비짱나

#페미니즘 #비건
다음주 호적메이트의 생일이라고 이번주 일요일(오늘) 가족 외식을 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다양한 스트레스의 요인들이 물밀듯이 내 머리속을 장악했지만 너무 상냥하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일요일에 시간이 되겠냐고 오랜만에 외식 하자고 너도 먹을 거 있는 데로 가자고 묻는 말에 못이겨 흔쾌히 알겠다고 해버린 지난주의 나를 불러다가 파이트 떠서 흠씬 패버리고 싶은 주말이다. 이 시국에 외식하러 가자는 모부도 이해 안가지..

4. Mit Partnerin

여성 파트너와 함께

맥주-

#여성서사 #퀴어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이성애 규범과 그 역할에 익숙해진 내가, 동성애를 하기 위한 일련의 역할들과 그 수행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용적-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가로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사회에서 ‘여성적’ 이라고 해석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를 좋아한다. 하늘하늘하고, 레이스나 프릴이 달려 있고, 패턴이 화려한 옷들. 재미있는 것은 패턴..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