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배우가 책상 위의 뒤집어진 가족사진을 바로 세운다.
문득 스치는 생각, 우리는 가족사진이 있었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 중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별 게 아닌 ㅡ앞으로의 나에게 별 것이 아니어야 할ㅡ 가족사진.

Designer Name : Tommy
이제는 더 이상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일 수 없다. 2년 전 겨울, 이십 여 년 전의 기억에 괴로워하기 일쑤였던 엄마는 결국 아빠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날, 어릴 적 나의 우주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마구잡이로 흐려졌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벅차 순간을 채 남기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라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까. 필요성조차 느낄 수 없었다. 서로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란 그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저 언제까지 서로에게 함께일 사람들이었다.
실은 그렇지 않았었다 라는 사실이, 언제까지나 영원하리란 나의 생각이 정말로 나의 생각으로밖에 남지 않았다는 현실이, 참혹하리만치 냉정하다.
이미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이 옹기종기 다시 모여 사진을 찍기란 얼토당토않은 것이겠지. 우리는 더이상 ‘구태여’라는 부사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이제 와서 사진을 찍을 이유는 또 무엇인가, 하고 이유를 각자 한참을 생각하겠지. 그렇게 겨우겨우 도색 및 색출한 근거는 무엇이 될까. 더 이상 슬프지 않기 위해서?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20여 년을 넘게 함께해 온 세월을 그땐 그랬지, 하며 아련히 바라볼 여유조차 우리에게 존재할까.
흔하디 흔한 사진 한 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이토록 새삼스럽게 먹먹하고 서글프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