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지면 어떡하나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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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지면 어떡하나요 선생님

양극성 정동 장애란

순간의 유일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과 자신감이 크게 떨어지고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이 번갈아 가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신장애의 일종이다. 흔히 조울증이라고 부르며, 줄여서 양극성장애라고도 한다. 양극성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분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이 신경세포 활성도와 신경전달 물질의 균형 변화 등으로 약화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양극성 정동장애 


 현재 내 상태 :

  • 조증이 나타날 때는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고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특히 에너지 방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타인과의 다툼이 잦아지고 공격적 성향을 나타내는 편이며, 쌓여 있는 짜증을 드러내지 않아 더 스트레스받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 반면 우울증이 나타날 때는 죄책감이나 자괴감에 빠지며 죽고 싶다는 생각이 왜 나쁜 생각인지 몰라서 숱한 자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집중력 저하로 집중을 하려고 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 조증과 울증이 함께 일어나거나 따로 일어나는 현상이 잦은 편이다 보니 공황발작을 동행한다. 주치의 말씀으로는, 조울증에는 공황장애의 명칭을 함께 쓰지 않는다는 걸로 보아 조울증과 공황발작은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우울증은 기본값 0에서 마이너스(-)를 왔다 갔다 하는 병이라고 하면, 조울증은 플러스 (+)에서 마이너스(-)로 왔다 갔다 하는 거라 자살 위험군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처음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을 때, 양극성 정동 장애 2형이라는 말이 생소하여 포스트잇에 받아적어 왔다. 집에 가서 꼭 검색해 보고 나의 현재 상황과 얼마나 비슷한지 서치해 보라는 과제와 함께 받아온 약 봉지.  모니터에 적혀 있는 글들은 내가 쓴 글인가, 싶을 정도로 딱 맞는 병에 대한 해석들. 1형이 있고 2형이 있는데 1형은 조증이 중한 편이며 2형은 울증이 중한 편이라고 하더라. 또, 남성의 경우 현역을 갈 수 없고 국가에서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는 합당한 장애라고 한다.  


병원을 옮긴 첫 날, 진료가 끝나니 간호사 퇴근 시간이 넘어 간호사 선생님이 퇴근을 하셨단다. 그래서 주치의께서 수납을 대신 해 주시겠다며 약을 설명해 주셨다.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라 말씀드리고 몇 번에 걸쳐 약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수납을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 내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구나, 몇 년에 걸쳐 앓고 있었는데 왜 이제야 왔나, 죽고 싶다는 무의식이 현재 나를 지배하고 있는데, 나는 죽고 싶어지는 게 마음이 편한데, 내가 다시 예전처럼 살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내가 살고 싶으면 어떡하지. 나는 병원에 왜 온 거지.’

 “선생님, 사람들은 병원을 왜 오나요.”

 “네?”

 “제가 살고 싶어지면 그때의 저는 어떡하나요, 저는 지금 죽고 싶은 게 편한데요, 제가 만약에….”

 “유일 씨, 실례할게요.”

선생님은 데스크에 예약 날짜를 잡는 달력을 집어들고는 내 코앞에 갖다댔다. 

“유일 씨는 현재 이런 상태예요. 눈앞이 캄캄하고 암흑이라 아무것도 볼 수 없죠. 죽고 싶어지는 거 당연해요.  그것밖에 없잖아요. 우리 약물 치료를 하면서 점점 이렇게 시야를 넓힐 거예요 . 그러다 보면 유일 씨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느낄 거예요. 죽음 말고 다른 방법들도 있다고. 그게 힘든 일만은 아니라고. 당연하게 만들어 봐요, 우리.”

그렇게 서서히  달력을 내 코앞에서 멀어지게 하면서 말씀하시는 선생님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감사하다고 하고는 도망치듯 나왔다.  선생님의 달력은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잊지 않고 있다, 당연하게 만들 거라고. 당연하게 세상을 넓게 보겠다고. 당연하게 살아 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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